Jay's Blog station - Part 31

Let it be

김연아 선수가 만들어내는 피겨스케이팅은 참 아름답다. 어떨때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워 김연아 뒤에 선수란 타이틀 붙이기도 쑥스러울 때가 있다. 점수와 평가를 떠나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예술과 스포츠의 경계에 있다.

어느날 갑자기 피겨스케이팅은 순수한 스포츠다 하고 규정지어 복장도 제한하고 음악도 없앤채 단순히 회전과 점프 기교만 가지고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반면에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가 아니니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한다고도 생각해 보자. 한편으로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사라진다. 예술과 스포츠의 경계에 있으나 엄연히 독립된 장르이고 여기와 저기 다 속하는 반면 동시에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처럼 그대로 놓아둘때에 아름다움과 긴장감이 어우러져 최고의 감동을 안긴다.

피겨스케이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음악만 보아도 예전엔 코로스오버 혹은 퓨전 최근에는 매쉬업이란 말도 많이 쓰지만, 아시드 재즈, 스무스 재즈, 앰비언트, 칠링등이 다 이렇게 태어났다. 애시드 재즈만 해도 재즈이기도 하고 락 혹은 힙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즈도 아니고 힙합도 아닌 독특함. 하나의 시각에 얽매이면 재즈가 왜 이 모양이야 혹은 힙합이 왜 이래 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짬뽕이로 보이지만, 편견을 내려 놓고 마음을 열면 재즈도 힙합 혹은 락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메디컬뷰티란 분야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제약과 뷰티의 경계에 있는 영역이다. 제약과 뷰티의 속성을 다 가지면서도 제약도 아니고 뷰티도 아닌, 제약의 시각에서 보면 약물이 가져야 할 특성 조건들 제대로 define도 되지 않은 후로꾸 제품이고 뷰티의 입장에서 보면 뷰티와는 상관도 없는 여러 특성들을 고려해야 하고, 마케팅도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 천덕꾸러기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퓨전이 그렇듯 제약과 뷰티 각각으로는 불가능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시장이 있다.

하나의 관점에서 자꾸 속박하려 들지 말고, 예술에서의 모든 퓨전 장르가 그랬듯이 지향점만 확실히 해두면 가만히 놓아둬도 제대로 자리 잡을텐데. 보컬을 바꾸거나 악기를 바꾸면 밴드의 사운드는 바뀌겠지만 작곡과 편곡이 그대로이면 트로트는 계속 트로트로 남는다.

비틀즈가 이래서 해체 전 목놓아 Let it be 를 외친 것은 아닐까 싶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RdopMqrftXs&w=420&h=315] Read more

대안 없는 반대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무책임한 사람”.

회의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사람이자 연말 인사철 해고 1순위다 (물론 어떤식으로 반대를 하느냐에 따라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더라).

2012 줄기세포 관련 블로그 10편이란 글을 읽다 보니 이런 글이 2위에 올라 있다.

Patients, Academics, and the Conflict of “Risk of Harm”

얼마전 신문에서 한국 모 줄기세포 업체와 연계된 일본 병원들이 검증 되지 않은 자가줄기세포를 의료관광 온 한국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다는 뉴스가 마치 일본인이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마루타 시험하고 있는 것 마냥 기사가 올라왔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관련하여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후 이 업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 댓글을 올라왔고,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함부로 쓰는 것은 죄악이라는 내용이다. 나 역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증 질환 환자 그리고 그 가족의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치료 받고 낫던지 죽던지 내가 결정하겠다는데 제도를 들먹이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심정. 어찌 보면 회의에 들어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 보고 있는 그 느낌 아닐까?

수요가 있는 곳엔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나서고 있다. 제약업이라는 것도 수겹 포장을 통해 마치 인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양 번지르르 하지만, 결국은 약 팔아 돈 벌겠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목숨이 오고 가는 중증 질환에 있어서야 수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환자를 대상으로. 사람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이 항상 사람의 욕심인지라, 모든 국가의 정부에서는 식약청 같은 기관을 두어 비임상/임상 시험등을 통해 동물과 사람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은 함부로 시판할 수 없게 감독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작동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 도대체 그 검증된 약은 언제 나오냐는 것이다. 이제 6개월이면 죽는다는데, 5년후 10년후에 그나마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검증된 약을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위의 블로그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환자의 바램만을 생각하여 정부가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포기한다면, 돈에 눈이 먼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엉터리 약을 출시할 것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테니,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진행 상황을 지들만 보는 지들만 아는 전문용어로 지들끼리 떠들지 말고,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나 환자 가족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광범위하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소박한 요구인데, 그것을 들어주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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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미스매치

저녁 먹고는 나른한 기분으로 몇일전 집으로 배달온 매경이코노미 집어 읽다보니 이번 호 특집은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해야 한다이다. 젊은 구직자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막상 기업은 쓸사람 없다고 비는 자리가 넘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중소기업이 특히 심하단다. 그리고 이 미스매치의 충격은 기업보다도 구직자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 시작부터 실업자로 시작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재미있었던 부분이 많은 대졸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론 낮은 연봉이나, 대기업 대비 열악한 복지혜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직장생활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게 되면 평생을 중소기업에서만 돌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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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와 열린정치

해외에 생활 기반을 둔 소위 교포일수록 이번 선거결과를 상징적 혹은 이념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리 많지 않은 트위터,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유추한 결론이니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하지만 이 나라에서 짓고빻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대통령 그리고 정치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다가온다. 즉, 생활정치다. 예산을 얼마나 편성할 것이고 정책을 어떻게 입안할 것이고, 세입세출을 어떻게 관리할 지, 미시적으로는 산업, 교육 방향등을 어떻게 기안할 것인지가 우리들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선명성이나 과거행적만큼이나 이들의 정책공약이 그리고 이에 대한 신뢰성이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가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러한 시각으로 본다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노대통령 시절 장인이 공산당이었네 어쨋네 하던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 한미 FTA 는 자기들이 시작해 놓고 막상 체결 단계가 되어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니 슬쩍 입 씻는 사람들, 제 2 수도니 어쩌니 하면서 어젠다는 선점하더니 세종시 이주 시점이 되니 어영부영거리는 사람들, 집값은 자기들이 천정부지로 올려 놓고 하우스 푸어는 남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생활 정치를 맡길 수는 없다로 이번 결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에 대놓고 퍼주기 하다가, 그 시멘트 그 트럭으로 미사일 발사 뒷통수 맞은 충격도 물론 작용했겠고.

앞으로 5년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분들 그것도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상식에 반하지 않는 한 누구 가치관이 누구 가치관보다 더 고상하다라 말 할 수 없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그 노래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는 우리 나라 진보 (더 정확히는 진보를 자처하는 분들) 의 문제는 자기가 쓰레기라 생각하면 남들도 쓰레기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토론도 더 많이 하고 위원회도 더 많이 설치하지만, 결론은 자신의 의견의 관철이지 합의가 아니다. 보수도 이 점에선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들은 암 말 않고 차떼기면 차떼기, 수구반동이면 수구반동 욕들어 먹을 자세는 가지고 있다고 본다. 진보의 이 아무개 전 후보처럼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 (정당화 할 실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TV 에 나오신 전문가분들 이제는 통합이 중요하다는데, 조금만 더 열린 자세를 갖자. 그게 통합의 첫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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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le Product vs 적절한 불편

“Crossing the Chasm” 의 핵심 개념중의 하나가 하나가 Whole Product 이다.

파괴적 혁신 상품의 경우 사실 개념이 먼저이고 기술이 따라가는 경우 혹은 기술이 먼저이고 개념이 그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 mainstream 고객이 원하는 구매동기 (책에서는 compelling reason to buy 라더라) 혹은 공급자 관점에서는 complete value proposition 을 모두 완비해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 마디로 제대로 화장도 안 한 상태에서 민낯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innovator 나 early adopter 레벨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보통의 일반인이 appreciation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mainstream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target 을 넓게 잡아 개념을 흐리지 말고, 좁은 target 고객을 놓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완벽히 구현하는 whole product 를 먼저 만들어 그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를 유지하라는 충고다 (이 niche target 을 beachhead 라고 하더락). 어렵게 말로 할 것이 아니라 다음 그림을 보면 된다. Generic 이란 말이 좀 이상하기 하지만, 어쨋든 벌거벗은 core 에서 꼬까옷도 하나씩 입히고, 연지곤지 화장도 시켜 완벽한 product 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장 그룹 사장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던 Total Solution Provider 와 궤를 같이 하는 얘기다. 내가 과거 무수한 참신한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제대로 못 낸 이유가 바로 이 whole product 란 개념이 부족해 여서 였구나 많이 반성했다. 즉, 아이디어가 참신하기는 했어도, 너무 단편적이어서 뭐랄까 구슬이긴 하나 꿰어지지 않아 보배가 아니라고나 할까.

뭐 그러고 살고 있는데, 사무실 회의 탁자 소파에 반쯤 누워 란도샘이 새로 내셨다는 2013 Trand 보고서를 읽고 있자니, 이번에는 소비자를 너무 사랑하지 말고, 밀땅도 하고 적절한 불편을 줘서 소비자가 기업을 사랑하게 만들으란다. (Trouble is welcomed) 소비자는 마이크로 마케팅에 너무 지쳐 이젠 순정남보다는 차도남 같은 제품 그리고 기업을 사랑한다나.

Crossing the Chasm 책이 처음 나온것이 90년대 말이고, 란도샘의 책은 13년 벽두를 바라보며 새로 쓴 책이니, 아무래도 란도샘 의견에 조금은 무게를 실어줘야 하겠지. 참 먹고 살기 복잡한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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