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한번에 몰아서

80년대말 술먹고 놀기 좋아하던 시절, 주머니속 가진 돈으로 택시는 언감생심이다 보니 귀가는 항상 지하철이었는데 (당시는 학생용 정기권 패스라는게 있어서 한달에 몇천원인가 내면 몇번을 타던 얼마를 타던 학생은 지하철 요금이 정액이었습니다), 이 지하철이 신촌에서 11시반이면 막차라 걸핏하면 친구 하숙집에서 자고 집에 못 들어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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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치킨에서의 미식

몇일전 후배로부터 새로 창립 준비중인 화장품 관련 모임에 초대 받았다. 장소는 퓨전이라 하기도 뭐하고, 않기도 뭐한 한식집인데, 첫 코스 요리부터 심상치 않더니 미슐랭 가이드에도 실린 유명한 집이란다.

엄청나게 막히는 길 뚫고 도착했더니 내가 두번째로 도착  (먼데 있는 것들이 항상 일찍 온다. 뭔 법칙?). 처음 참석하는 모임이 늘상 그렇지만 아는 사람 올때까지 기다리며 분위기 얼마나 어색했는지 ‘내가 미쳤지 이런데 괜히 왔다 괜히 왔다 ‘ 마음속으로 수십번은 되뇌었던듯. 성원이 되어 술 한 순배씩 돌고 (요즘도 파도 타는 모임 있습디다), 어지간해서 안 깨질 듯 하던 얼음도 깨지고 (ice broken finally), 두시간가까이 훌쩍 꽤 재미있는 모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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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단순함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것, 핵심만을 담고 있는 것, 뭐 그렇게 설명하두만, 여기서 그런 단순함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회 초년병 시절 시작은 모 화장품 회사 연구원이었다. 박사 마치고 포닥까지 하고 난 후 연구원이라 뭐랄까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랄까 그런 일 생각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공장에서 요청하는 생산지원. 담당 업무가 화장품 완제품이 아니라 소재 담당이었기에 (쉽게 말해 위치상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후자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에서 말한 단순함 처럼 더이상 사람을 빼면 무너질 정도로 최소한의 인원만이 있는 사업부. 생산지원 요청에 “연구원인데 제가 왜?” 이런말 통하지 않았다. 때로는 안산 공장으로 때로는 김천공장으로 어영부영 여차저차…

여기서 반전은 그런데 흰가루 뒤집어 쓰며 생산하고, 마댓자루에 포장하고, 점심 먹고는 공장 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벌렁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햇볓 쬐고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분기에 한두번 오는 생산지원 요청이 언젠가부터는 기다려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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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밥

요즘은 출장이 많이 줄었지만, 한때는 한달의 반은 밖으로 나돈 적도 있었다. 출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음식인데 (꼭 출장이 아닌 여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장은 일이 먼저니 특히 더합디다), 나 같은 경우는 사실 김치나 라면따위 향수로 고생한 기억은 없다. 문제는 쌀 혹은 밥인데, 쌀밥만 먹을 수 있다면  2-3주 출장 정도는 큰 문제 없었다. 중국집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물론 내가 가 본 나라 기준입니다만) 찾기 어렵지 않고 중국집엔 볶음밥과 함께 steamed rice 를 같이 파는 것이 norm 이니, 여태껏 출장 다니며 음식 때문에 큰 고생은 안했다는 얘기다. (쌀에 관하여 참고로 저는 자포니카종 말고 동남아 애들 많이 먹는 바람 불면 훌훌 날린다는 롱그레인으로 지은 밥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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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비시 연필깎이

십오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은데, 동경으로 출장 갔다가 남는 시간 들렀던 시부야 도큐한즈, 정말 천국이었다. 나름 개취라고 아키하바라 간담까페, 만다라케의 프라모델, 간다의 헌책방등등 좋아하는 장소가 다 다르다지만 (아 누구는 갈때마다 잊지 않고 새벽 츠키지 시장 들른다고도 합디다), 나한테는 여기가 제일 좋았다.

7층인가 8층인가 되는 높이 한층이 세개의 복층으로 이루어져 빙글빙글 어지럽기도 했지만, 엘리베이터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와도, 밑에서 꼭대기까지 계단 걸어 올라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무엇보다 한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아닌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도큐한즈에서만 볼 수 있는 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런 브랜드 제품들. 듣보잡 (이라고 하기엔 뉘앙스가 많이 다릅니다) 이라 할 수 없는게 진열된 제품 가격표를 들여다 보면 눈 튀어 나오는 것들이 제법이다. 일례로 일본 초등학생들 메고 다니는 베낭 가방 (일본어로는 가다가나로 란도세루라 쓰는) 하나가 8만엔 그랬던 기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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