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단순함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단순함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것, 핵심만을 담고 있는 것, 뭐 그렇게 설명하두만, 여기서 그런 단순함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회 초년병 시절 시작은 모 화장품 회사 연구원이었다. 박사 마치고 포닥까지 하고 난 후 연구원이라 뭐랄까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랄까 그런 일 생각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공장에서 요청하는 생산지원. 담당 업무가 화장품 완제품이 아니라 소재 담당이었기에 (쉽게 말해 위치상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후자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에서 말한 단순함 처럼 더이상 사람을 빼면 무너질 정도로 최소한의 인원만이 있는 사업부. 생산지원 요청에 “연구원인데 제가 왜?” 이런말 통하지 않았다. 때로는 안산 공장으로 때로는 김천공장으로 어영부영 여차저차…

여기서 반전은 그런데 흰가루 뒤집어 쓰며 생산하고, 마댓자루에 포장하고, 점심 먹고는 공장 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벌렁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햇볓 쬐고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분기에 한두번 오는 생산지원 요청이 언젠가부터는 기다려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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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밥

요즘은 출장이 많이 줄었지만, 한때는 한달의 반은 밖으로 나돈 적도 있었다. 출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음식인데 (꼭 출장이 아닌 여행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장은 일이 먼저니 특히 더합디다), 나 같은 경우는 사실 김치나 라면따위 향수로 고생한 기억은 없다. 문제는 쌀 혹은 밥인데, 쌀밥만 먹을 수 있다면  2-3주 출장 정도는 큰 문제 없었다. 중국집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물론 내가 가 본 나라 기준입니다만) 찾기 어렵지 않고 중국집엔 볶음밥과 함께 steamed rice 를 같이 파는 것이 norm 이니, 여태껏 출장 다니며 음식 때문에 큰 고생은 안했다는 얘기다. (쌀에 관하여 참고로 저는 자포니카종 말고 동남아 애들 많이 먹는 바람 불면 훌훌 날린다는 롱그레인으로 지은 밥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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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비시 연필깎이

십오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은데, 동경으로 출장 갔다가 남는 시간 들렀던 시부야 도큐한즈, 정말 천국이었다. 나름 개취라고 아키하바라 간담까페, 만다라케의 프라모델, 간다의 헌책방등등 좋아하는 장소가 다 다르다지만 (아 누구는 갈때마다 잊지 않고 새벽 츠키지 시장 들른다고도 합디다), 나한테는 여기가 제일 좋았다.

7층인가 8층인가 되는 높이 한층이 세개의 복층으로 이루어져 빙글빙글 어지럽기도 했지만, 엘리베이터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와도, 밑에서 꼭대기까지 계단 걸어 올라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무엇보다 한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아닌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도큐한즈에서만 볼 수 있는 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런 브랜드 제품들. 듣보잡 (이라고 하기엔 뉘앙스가 많이 다릅니다) 이라 할 수 없는게 진열된 제품 가격표를 들여다 보면 눈 튀어 나오는 것들이 제법이다. 일례로 일본 초등학생들 메고 다니는 베낭 가방 (일본어로는 가다가나로 란도세루라 쓰는) 하나가 8만엔 그랬던 기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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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 회사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책을 쓴 하루키 선생은 에세이에서 자기는 회사원 생활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면서, 차라리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식당이라면 이해가 쉽겠다고 했다. 다분히 하루키 선생을 흉내냈다고 밖에 할 수 없지만, 20년 넘도록 회사원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 없는 내 입장에서 “직업으로서 회사원”  이란 짧은 글 정도는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식당이나 사실 기본적인 목적은 다르지 않다. 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식당이라 하면 아담한 장소에 요리사 한두명과 주인장 그리고 접객하는 종업원 몇명을 생각하지만, 맥도널도 같은 대기업도 따지자면 식당이다.  결국은 운영의 규모인데, 자그마한 식당이라 해도 매출과 이윤을 만들어 내려면 장소를 임대하고, 재료를 구매하고, 또 종업원을 채용하고, 입출금과 수지타산을 맞춰야 한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관리하는 인력들이 늘어나게 되고, 관리도 하나의 업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회사원이라 하면 회사내부에서 이러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을 말한다 (물론 회사에는 관리인력보다 식당의 요리사처럼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장인들이 더 많고,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면에서 이들도 회사원으로 봐야겠지만, 여기서는 이 분들은 제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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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온 기분이라도

(새 차) 회사에서는 임원들에게 업무용 (이라 쓰고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으로 렌터카를 지급하는데 교체주기는 3년이다. 6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이번에 세번째 차를 받게 되었는데, 전무로 입사하여 아직도 승진 못하고 여전히 전무인지라 (전무도 사실 과분하긴 합디다만) 차종은 세번 연속 다 그랜저다. 첫 차에서 두번째로 옮길때는 생김새나 기능이나 새 차로 갈아 탔다는 느낌 없었지만, 이번에는 모델 자체가 리뉴얼 되면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새 차에서만 맡아볼 수 있는 특유의 냄새도 (새 차 냄새 방향제가 있다는데 저는 아직 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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