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2024년 9월2일이니 새 회사 출근한지 딱 만 1년되는 날이다. (정확히는 9월1일이 맞지만, 일요일이었으니 9월2일로 하겠습니다).

1주일, 1개월, 3개월, 6개월, 1주년, 3주년, 5주년…(아마 내 나이에는 어디를 가도 5주년 넘기기는 쉽지 않으니 여기서 끊겠습니다) 이게 뭔 의미일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의 시계는 이런 주기를 맞추어 돌아가고 있으니 다른 의미에서 돌아본다 (look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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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학후배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쪽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고, 몇달 고민 후 이직하겠다 전직장 대표님께 통보했을때, “그거 똥에서 약 개발하는거잖아, 미쳤니 거길가게?” 반응처럼 처음 마이크로바이옴 제안받았을때 내 이해수준도 딱 그 정도 였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신약? 안유는 두번째로 치고 기시를 어떻게 맞출건데?)

그러던 와중 우연히 BOO 이란 회사 접촉하게 되었고, 관계사중 하나로 체지방 감소 유산균 제제 건기식으로 파는 AOO에 대해 알게되었다. 내 보긴 정말 ?도 아닌 것 같두만, 출시 5년만에 연매출이 2천억이란다. 전대표님 말씀대로 똥으로 약 만든다는 마이크로바이옴 생균치료제는 그렇다 해도, 아커만시아라는 차세대 프로바이오틱 균주라는데, 근력개선으로 환상적인 임상결과가 나왔다는데, 더군다나 소스도 건강한 한국 산모의 모유라는데… 저들이 2천억 판다면 내가 천억은 못 팔겠어? 마치 롯데가 중국시장 진출하며 10억 인구가 100원짜리 껌 한통만 사도 매출 천억이 된다는 희망을 품었다는 딱 그 식으로 용감하게 입사 결정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파는 것이 백배 천배 더 어렵다는 것 머리로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만, 공돌이 물 여간해서 잘 안 빠집니다).

30년전 대전만 아니면 된다 하고 떠났는데 가족들 다 서울에 두고 혼자 내려오는 것도 문제였고, 어쨋든 어영부영 여차저차 시작한 마이크로바이옴 새 직장 생활 어느 덧 일년이 지났다. 암것도 한 것 없이 훌쩍 지나간 것 같지만, 결산해 보니 그까짓 천억 아직도 멀었지만 (목표매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요ㅠㅠ), 건기식으로 매출 낼 작은 성과 하나 만들었고,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더 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성과의 씨앗 몇개 만들었다.

어어 하다보면 1주년이 3주년 되고, 3주년이 금방 5주년 되겠지만 (안 짤리면 말입니다),  몸 상하지 말고, 마음 상처 받지 말고, 한눈 팔지 말고, 아마도 마지막 커리어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싶다.  

(PS) 마이크로바이옴 생균치료제 관련 소스는 대부분 “분변” (똥) 인 것은 맞지만, 전직장 대표님 말씀처럼 꼭 똥으로 약 만드는것은 아니더군요. 최초로 허가받은 생균치료제 2종이 모두 FMT (Fecal Microbiome Transplat) 방식으로 허가 받은 것이라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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