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서 극으로

태평양제약에서 메디포스트로 이직하고 나서 쓴 글이니 역시 묵은지 포스팅. 2012년 6월에 옮겼으니 두달 남짓 되었다면 그 해 8월 여름에 쓴 글이겠다. 당시 돌아보면 독립 사무실 공간은 받았으되, 사무실내 에이컨이 없어 한 여름 헉헉대던 것 기억한다.

새 직장에 출근한지 이제 두달 남짓. 첫 이직이다 보니 과연 새 분위기에 적응은 잘 할까, 괜히 후회하는 것 아닐까 여러 걱정 앞섰지만, 뭐 회사라는 게 사실 50보 100보. 두달 남짓 다녔는데, 한 2년은 다닌 느낌이다.

전 직장에서 싫어했던 많은 것들, 새 직장에서는 말 그대로 하나도 없다.

1. 회의. 일주에 한번 본부내 회의 (30분 안 넘긴다), 또 한번 경영회의 (1시간 정도이다) 가 다다. 물론, 간헐적으로 열리는 비정기 회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전체 업무 시간의 40% 이상을 회의로 보내던 과거와 비교하면 회의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

2. 주말 회사 일정. 평일에 시작하여 주말에 끝나는 단체 행사, 토요일에 참석해야 하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아득한 기억이 되어 버렸다.

3. 회식. 물론 우리 본부가 인원수상 초미니이다 보니 그럴지 모르지만,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접대 역시 어거지로 나가야 하는 경우 없다.

4. 근태. 남의 출퇴근 시간 거의 신경 안 쓴다. 성과가 왜 안 나고 일이 왜 늦어지는 지 지랄맞게 체크하는 것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왜 업무시간에 자리에 없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 거의 못 봤다. (물론, 이메일이나 카톡, 휴대폰 문자가 끊임 없이 오는 것은 전 직장이나 비슷하다).

반면…

1. 당황. 저녁은 상상하기 쉽지 않고, 점심도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같이 먹자는 얘기 꺼내기 쉽지 않다. 서로의 사생활을 배려한다는 점에선 좋지만, 그래도 전날 음주에 얼큰한 해장국 땡길땐 좀 곤란스럽다. (혼자 나가 해장국 먹기도 좀 그렇고)

2. 뻘쭘. 주말을 낀 워크샵등등의 행사가 없는 것은 물론이지만, 회사 차원의 행사 자체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출근 두달이 지났음에도 업무가 연관되어 있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물론 내 성격하고도 관계가 있지만)

3. 심심함.  왜 회사 떠나고 나서도 옛 직장 부하직원들 자꾸 불러내냐는 얘기도 뒤로 옆으로 듣지만, 가끔씩 술은 땡기고 그렇다고 딱히 불러낼 사람도 없고, 제일 만만한게 예전 매일 술로 밤을 지새던 옛직장 후배들이지 모.

4. 외로움. 옆 사무실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고, 대면보다는 이메일이나 카톡을 주고 받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조직에 속해 있다는 느낌…희박하다.

결론은…..좋은게 있으면 나쁜게 있다. 어쩌다 보니 극에서 극의 직장으로 이직한 것 같지만, 중간쯤 되는 분위기 회사로 옮겼더라도 또 다른 안 좋은 점이 있지 않았을까? 이직 결정에 있어, 새로 시작할 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이라 옮기긴 했지만 (주위 사람에게 여러번 얘기햇음에도 엊그제 모 피부과 의사 선생이 술자리에서 만나 정색을 하고는 정말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태평양 왜 그만 둔거에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거죠? 라고 묻더라. 아무래도 짤렸을거라고 믿는 분위기. 짤리기 전에 내가 알아서 자진해고 한 것일 수도 있고…믿거나 말거나), 기업문화가 맘에 안들어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 옮기려 하는 사람에게 충고한다면 회사 생활이라는게 그 밥에 그 나물이라, 어디서 맘에 안 드는 점, 어디 가면 일부 해결이 되겠지만, 결국 그 새 직장이란 곳도 그 만큼 안 좋은 점이 발견되기 마련이라는 것.

…축구공은 둥글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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