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반대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무책임한 사람”.

회의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사람이자 연말 인사철 해고 1순위다 (물론 어떤식으로 반대를 하느냐에 따라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더라).

2012 줄기세포 관련 블로그 10편이란 글을 읽다 보니 이런 글이 2위에 올라 있다.

Patients, Academics, and the Conflict of “Risk of Harm”

얼마전 신문에서 한국 모 줄기세포 업체와 연계된 일본 병원들이 검증 되지 않은 자가줄기세포를 의료관광 온 한국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다는 뉴스가 마치 일본인이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마루타 시험하고 있는 것 마냥 기사가 올라왔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관련하여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후 이 업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 댓글을 올라왔고,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함부로 쓰는 것은 죄악이라는 내용이다. 나 역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증 질환 환자 그리고 그 가족의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치료 받고 낫던지 죽던지 내가 결정하겠다는데 제도를 들먹이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심정. 어찌 보면 회의에 들어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 보고 있는 그 느낌 아닐까?

수요가 있는 곳엔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나서고 있다. 제약업이라는 것도 수겹 포장을 통해 마치 인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양 번지르르 하지만, 결국은 약 팔아 돈 벌겠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목숨이 오고 가는 중증 질환에 있어서야 수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환자를 대상으로. 사람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이 항상 사람의 욕심인지라, 모든 국가의 정부에서는 식약청 같은 기관을 두어 비임상/임상 시험등을 통해 동물과 사람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은 함부로 시판할 수 없게 감독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작동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 도대체 그 검증된 약은 언제 나오냐는 것이다. 이제 6개월이면 죽는다는데, 5년후 10년후에 그나마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검증된 약을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위의 블로그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환자의 바램만을 생각하여 정부가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포기한다면, 돈에 눈이 먼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엉터리 약을 출시할 것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테니,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진행 상황을 지들만 보는 지들만 아는 전문용어로 지들끼리 떠들지 말고,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나 환자 가족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광범위하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소박한 요구인데, 그것을 들어주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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