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s Blog station - Part 37

결정

원래 생각이 많은 놈이기도 하지만, 지난 한달여간 한가지 의사결정을 두고 참 물리도록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다. 결국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지만, 힘든 시간이었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앞두고는 처자식이고 뭐고 모든 noise 다 지워내고 오로지 나 하나만 가운데 두고 생각해 본다 (처자식도 노이즈라니 참 이기적인 놈이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선택지 중에 나 자신에게 제일 이로운 것이 무엇이냐를 고르는 게임이다. 여기서 선택한 옵션에 그때부터 나에게 가까운 factor 하나씩 차례로 집어 놓고 다시 생각해 본다. 가족, 친척, 친구, 동료, 회사, 사회 혹은 돈, 명예, 즐거움, 희망등등. 이러지 않으면 갖가지 compounding factor 들이 다 뒤섞여 한달이고, 일년이고 끌어도 당췌 결정을 할 수가 없다.

2000년대 초반 집에 플레이어 들여 놓고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 산 DVD 같은데 존 트라볼타 나오는 “sword fish” 란 영화가 있다. 연방은행을 털 계획을 하고 있는 존 트라볼타가 전설의 해커 Stanley 를 불러다 클럽에서 해킹 실력을 평가하는 장면. 옆에서는 레즈비언 둘이 농염하게 쳐다보고 있고, 밑에서는 금발의 여인이 바지 벗기고 그짓을 한다, 머리에는 총이 겨눠져 있고, 눈앞에는 존 트라볼타가 타임워치로 시간 세면서 60초내에 암호로 보호된 미 정부기관 사이트를 해킹하라고 한다.

(동영상은 여기에)

전설의 해커니 (물론 영화속 이야기니) 60초안에 뚫어 내지만, 글쎄 일반적인 경우 이런 상황에서 뭔가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금의 제약사업 환경을 보면 딱 이렇지 않나 싶다. 머리에는 약가인하, 리베이트 단속이란 총을 겨누고, 밑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여인네가 철퍼덕 대며 그 짓을 하고 있고, 눈앞엔 정부당국에서 구조조정 하라고 시간 재고 있고. (On top of this) 그렇게 turnaround 해 보이고 싶었던 메디컬뷰티는 한손으로는 해킹하고, 다른 한손으로는 앵그리버드 최고득점 올리라는 격이니 정말 정말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이번에 회사를 떠난다는 것 결국 60초 주어진 메디컬뷰티 게임 중 30초만 참여하고 중간에 떠나는 셈인데, 누가 남기고 싶은 말 있냐고 묻는다면, 혜민스님의 최근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마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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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ing

뭐랄까 점심시간 이후 약간의 리프레싱이 필요해서..

첫번째는 Tony Monaco 의 “Oh Marie” 도입부 마치 마피아들 파티 연상시키는 이탤리언 액센트 팍팍 풍기는 영어로 딱 마피아에 어울리는 이름 Tony (제대로 발음하려면 토니가 아니라 또니라고 해야 한다). Hammond B3 연주를 들으면 펜의 느낌이 나는 피아노와는 달리 붓에 물감 잔뜩 묻혀 디립다 칠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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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픔 글고픔

싱가폴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는 후배가 간만에 한국 왔다 돌아가는 길에 서점에서 책 몇권 구입하고 싶다해서 추천하면서 든 옛 생각.

95년 학위 마치고 미국으로 포닥하러 갈 때 일이다. 홀몸으로 가는 거라 그닥 짐이 많진 않았지만, 대부분이 전공서적이어서 무게는 꽤 많이 나갔다. 중량 초과 되지 않으려 엄선한 책이었음에도 결국 중량 초과로 extra charge 물었으니 한글 소설이나 만화책 같은 것은 꿈도 못 꾸었다. 한국 흔적이라곤 김건모 CD 몇개 챙긴 것이 전부? 미국에 막 도착해서야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거기다 주변에 한국 사람은 없고 미국 친구는 잘 안 생기고)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더라.

특히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욕구가 절실하던데, 지금처럼 카톡이 있던 시절도 아니요, 스카이프 같은건 상상도 안 되고, 기껏해야 넷스케입으로 웹 접속하는게 고작인데, 당시만 해도 한글로 제대로 된 인터넷 사이트 드물었다. 언론사 인터넷 신문도 막 도입 단계였고, 실시간 방송 시청? 꿈도 꾸기 힘든 시절이었다.

어쩌다 한인 교회와 연락이 되었고,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동네에 그래도 세탁소, 편의점, 식당 등등 하시며 사시는 한국분들 대략 30명쯤 되더라. 주일 예배나 수요일 구역예배가 끝나면 대개는 한식으로 식사를 같이 하기에, 나같은 사람한테는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 (내 마흔 다섯 인생 중 주님과 가장 가까왔던 시절이었던 듯)

어쨋든 첫 구역 예배에서 모 장로님이 한글 성경을 선물하셨는데, 그것이 한참동안 우리집에 있던 유일한 한글책이었다. 내 평생 다시 또 그럴일이 있을까도 싶지만, 비교적 익숙한 신약은 물론 구약의 출애굽, 레위기등등에 시편, 잠언등 외경까지. 불타는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한번이 아닌 두세번이나. 내겐 매우 유익한 기회였다. (미국 한인교회에서 세례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다시 속세에 젖어 교회 마지막으로 나간지가 언젠지 감감하다. 주님이야 매일밤 함께 하지만..)

결핍은 수요를 낳고 강력한 수요는 불타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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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e and Effect

2001년 3월에 입학해서 2003년 8월에 졸업했으니 2년반 경영학 공부를 한 셈이다. Ph.D 마친 상태로 회사 입사한 놈이 뭔 학위가 부족해서 경영대학원까지 했느냐. 2년반 동안 관찰해 보니 당시 (지금은 대부분 경영대학원 학사관리가 매우 빡세졌다니 아닐 수 있겠지만)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겠더라.

1) 석사학위가 필요하다

2) 경영학에 대한 체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3) OO대학이라는 간판이 필요하다.

내 경우 2)번에 속했다고 해야겠다. (그렇다고 그 2년반 디리 공부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생각해보니 주경야독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공부하다 보니 출석률만 따지면 결석이 출석보다 더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런 것은 아니고, 아마도 2학기때가 아닌가 싶은데, 모 기금교수로 젊은 교수님이 인사/조직쪽으로 새로 학교에 부임하셨다. 내 기억으로는 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에서 학위하시고 유럽의 모 대학에서 조교수로 일하시다 연대로 오신 것으로 안다. Part time 경영대학원에 대해 생소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소위 학삐리 분위기가 풍풍 풍기는 매우 겸손한 교수님으로 기억한다.

첫시간부터 여기 이렇게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제가 가르칠 것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제가 현장경험이 없어 주로 이론쪽으로만 강의하니 양해 바랍니다 식으로 얘기하니, 1)번 3)번 유형이 대부분인 중장년 형님들께서 이 교수님은 아예 깔애뭉게는 분위기였다. (나이도 어린 교수님이라 이런 분위기에 변변히 항의도 잘 못하셨다). 이 형님들 나한테도 ” 이박사 인사라는게 말이지 현장에서 구르면서 배우는거지, 이 따위 것 별로 필요 없어”.

지금도 현업에 있는 놈이 교과서 가지고 신선놀음 한다는 소리 종종 듣지만, 그 당시는 그런 경향이 더 심했는데, 사실 투자론이나 경제학, 마케팅은 최소한 이론적 베이스가 탄탄하거나 경험적 케이스라도 많았지, 인사/조직이라는 것 어찌보면 상식에 속하는 얘기들을 계속 해대니, 이런 과목은 시험공부 안해도 대략 썰만 풀어도 최소 B+은 거뜬하겠다 생각이 들었고, 2년반 재학기간동안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근데 정말 썰만 풀어도 학점 잘 나오더라. 착하신 교수님들 덕이었을까?)

10년이 더 지난 지금, 밑에 근 25명을 데리고 일하는 사업부 임원까지 승진 했지만, 요즘처럼 인사가 만사다 뼈저리게 느끼는 적이 없다. 결국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처럼, 기회가 있었음에도 깡그리 무시하고 다니다 보니 이제 그 벌을 받는 것 아닌가 싶다.

임원은 직원과는 다른 별종인 것 같지만, 흔히들 임직원이라고 싸잡아 부른다. 회사라는 것이 옛날로 치면 모 상단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상단내에서야 행수어른이 하늘인 것 같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행수어른, 그리 멋있더나? 결국 머슴살이 하는 것은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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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yourself

임원이 된지 이제 만 3년반 접어들지만, 아직도 상당 부분 자잘한 (?) 업무 내가 직접 하는 것 꽤 있다. 예를 들어 발표자료 만든다거나, 해외로 나가는 비지니스 레터 내가 직접 쓴다거나등이다. 극단적이긴 해도 내가 부르짖어 시작한 브랜드 홈페이지 제작도 내가 했고, 컨텐츠도 아직까지는 대부분 내가 만들어 채운다.

Delegation 을 못하는 소심한 상사라기보다, 일부는 내가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때문이기도 하고 또 일부는 부하직원들에게 미루기 미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때로 어떤분은 (일부 부하직원들 포함하여) 임원쯤 되어서 똥오줌 못 가린다, 좀 더 중요한 데 시간을 더 배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충고도 하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불과 십 몇년전만 해도 타이핑은 타이피스트 혹은 아랫사람이 하는 거였고, 이메일은 당연히 아랫 사람이 보고 정리하여 프린터로 뽑아 상사께 대령하는 거였다. 당시에 그런 일 직접 하는 임원 아마 비슷하게 점잖게 나잇값 좀 하란 소리 들었을 것이다.

요즘 회사에 스마트워킹 얘기 많이 도는데, 알고보면 현장출퇴근, 자율출퇴근 시간, 샌드위치 휴일 맨 그런 일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중요하니 뭐라 그럴 일은 아니지만, 임원이 직접 데이타 보고, 중요한 코레스 챙기고, 보고서 오기전에 현장 챙기면, 이로 인한 생산성 증가로 하지 말래도 자연히 이런 것들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일은 하나도 줄이지 않으면서 강제로 야근 없애고 휴일 늘리면 뭔 용빼는 재주 있어서 그 일들 다 해낼까 싶다. 생산성은 담당들만의 몫인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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