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에 입학해서 2003년 8월에 졸업했으니 2년반 경영학 공부를 한 셈이다. Ph.D 마친 상태로 회사 입사한 놈이 뭔 학위가 부족해서 경영대학원까지 했느냐. 2년반 동안 관찰해 보니 당시 (지금은 대부분 경영대학원 학사관리가 매우 빡세졌다니 아닐 수 있겠지만)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겠더라.
1) 석사학위가 필요하다
2) 경영학에 대한 체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3) OO대학이라는 간판이 필요하다.
내 경우 2)번에 속했다고 해야겠다. (그렇다고 그 2년반 디리 공부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생각해보니 주경야독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공부하다 보니 출석률만 따지면 결석이 출석보다 더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런 것은 아니고, 아마도 2학기때가 아닌가 싶은데, 모 기금교수로 젊은 교수님이 인사/조직쪽으로 새로 학교에 부임하셨다. 내 기억으로는 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에서 학위하시고 유럽의 모 대학에서 조교수로 일하시다 연대로 오신 것으로 안다. Part time 경영대학원에 대해 생소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소위 학삐리 분위기가 풍풍 풍기는 매우 겸손한 교수님으로 기억한다.
첫시간부터 여기 이렇게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제가 가르칠 것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제가 현장경험이 없어 주로 이론쪽으로만 강의하니 양해 바랍니다 식으로 얘기하니, 1)번 3)번 유형이 대부분인 중장년 형님들께서 이 교수님은 아예 깔애뭉게는 분위기였다. (나이도 어린 교수님이라 이런 분위기에 변변히 항의도 잘 못하셨다). 이 형님들 나한테도 ” 이박사 인사라는게 말이지 현장에서 구르면서 배우는거지, 이 따위 것 별로 필요 없어”.
지금도 현업에 있는 놈이 교과서 가지고 신선놀음 한다는 소리 종종 듣지만, 그 당시는 그런 경향이 더 심했는데, 사실 투자론이나 경제학, 마케팅은 최소한 이론적 베이스가 탄탄하거나 경험적 케이스라도 많았지, 인사/조직이라는 것 어찌보면 상식에 속하는 얘기들을 계속 해대니, 이런 과목은 시험공부 안해도 대략 썰만 풀어도 최소 B+은 거뜬하겠다 생각이 들었고, 2년반 재학기간동안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근데 정말 썰만 풀어도 학점 잘 나오더라. 착하신 교수님들 덕이었을까?)
10년이 더 지난 지금, 밑에 근 25명을 데리고 일하는 사업부 임원까지 승진 했지만, 요즘처럼 인사가 만사다 뼈저리게 느끼는 적이 없다. 결국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처럼, 기회가 있었음에도 깡그리 무시하고 다니다 보니 이제 그 벌을 받는 것 아닌가 싶다.
임원은 직원과는 다른 별종인 것 같지만, 흔히들 임직원이라고 싸잡아 부른다. 회사라는 것이 옛날로 치면 모 상단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상단내에서야 행수어른이 하늘인 것 같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행수어른, 그리 멋있더나? 결국 머슴살이 하는 것은 똑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