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하루키

박사학위

직접 페친은 아닌데, 페친의 페친으로 연결되어 우연히 보게 된 글 공유하면서 내 생각을 역시 짤막하게 썼다. 페북은 글을 남겨도 왠지 흘러가 버릴 것 같은 노파심이 같은 내용 블로그에도 한번 더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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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있는데, 챕터5 ‘자 뭘 써야할까’ 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왜냐하면 ‘써야 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을 바꾸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사무실에 배달온 이코노미스크 잡지를 휙휙 훑어보다 과학란에 “Neurological night watch” 그리고 “Why a familiar bed provides a good night’s sleep” 란 부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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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튀김 이야기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입학하느냐에 남은 인생 전부가 달렸다고 생각한 적 있었다. 1985년 고3때였으니 벌써 29년전이다.

큰 놈이 올해 고3.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어제 저녁 먹으며 자기소개서 써야 하는데 어찌 써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기에 한참 전 읽었던 하루키의 잡문집 첫 꼭지 굴튀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줬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를 주제로 원고지 4매 이내의 글을 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답한다. “그렇다면 굴 튀김에 관해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런 말도 덧붙여 줬다. “무슨 글이던 독자를 생각해야 돼. 자기소개서는 일기가 아니거든.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에게 그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 물론 그렇다고 허황된 거짓말을 쓰라는 것은 절대 아냐. 시험관이 바라는 것이 뭐겠어. 이 지원자가 우리 학교 우리 과에 입학해 우리가 지향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거겠지. 하지만 시험관도 사람이니, 수십 수백명이 거기서 거기인 그런 글 반복해서 읽고 싶지 않을거야. 굴튀김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구체적이지 않은 지루한 주장을 나열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내 경험중 특정 부분에 촛점을 맞추어 가장 실감나게 써보라는 거지. 독자가 이로부터 유추해서 너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축구부 주장이었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합격한 아들네미 일년 선배가 있다는데, 이 친구 쓴 자기소개서만 보고 학교 선생님들이 얘는 합격이다 생각했단다. 축구선수로서 골을 넣을때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공의 궤적을 수학적으로 분석했고, 이를 통해 어떻게 킥을 해야 할지 탐구했단다. 궤적을 분석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했고, 이로써 골 성적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인터넷 뒤져 보기 굴튀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블로그가 있어 도대체 굴튀김 이야기가 뭐길래 하는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본다. (하루키 굴튀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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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에서 함흥냉면까지

일요일 오전 게으름을 최대한 즐기면서 배깔고 누워 읽은 책이 “하루키의 여행법“. 제목에서 보이듯이 하루키가 잡지에 기고한 몇몇 기행문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네번째 꼭지 우동 맛여행이 특히 재미있다. 날씨 좋은 10월 우동의 본고장 사누끼가 있는 시코쿠에 남자 셋이 돌아다니며 순전히 우동에 대해서만 쓴 글이다. 예를들면

혹시 독자들중에는 우동집 같은 건 전국 어디를 가나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 러나 분명히 그런 견해는 잘못된 것이다. 가가와 현에 있는 우동집은 다른 지방 우동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 마디로 상당히 깊은 맛이다. 마치 미국의 남부 골짜기에 가서 작은 도시에서 메기 튀김을 먹고 있는 것 같은 취향까지 있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마치 카메라를 찍는 듯 글로 잡아내는 하루키의 문장력도 문장력이지만, 길지 않은 글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가 더 재미있다.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우동 여행기를 읽다 보니 예전에 보다 만 “우동”이란 일본영화가 생각이 났다.

워낙 내용이 뻔한 영화라 외장하드 어디엔간 숨어 있는 파일을 찾아 듬성듬성 보는데 15분도 안 걸리드라. 유트브 검색해 보니 3분짜리 트레일러가 있어 여기 올린다.

 

애 엄마랑 작은놈은 목동 처제집에 놀러가기로 되어 있고, 큰 놈이 한시부터 구반포 학원수업이 있어 구반포 어딘가에서 점심은 외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동전문점은 아니지만, 방배동 삼호아파트 근처에 “스바루” 라는 소바집 생각이 나 점심식사는 그집으로 낙점. 자체 제면소까지 있는 집이 었지만, 처음에 갔을때도 뭐랄까 한국에서 장사하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는데, 망했는지 동네 근처에서 아무리 돌아봐도 찾기가 힘들더라.

결국 점심은 구반포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힌 함흥냉면집에서 냉면으로.

주제가 빙빙돌아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나 역시 헷갈리는데, 역시 우동은 옛날옛날 이대앞 기차길옆 5층 건물 5층에 있었던 “사라”가 최고 였는데, 검색해 보니 여기 없어진지 한참 되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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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10년을 넘게 아침에 화장실에 앉으면 읽는 책이지만 질리지도 않는다. 전체 이백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에세이집니다. 하루키가 어느 여성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내었다는데, 하루키의 장점은 일상의 캐치와 재치가 넘치는 글들이 많다. 생각해 보면 왜 이런걸 읽고 있나 싶은 트위터, 페북의 말도 안되는 포스팅들. 예를 들면 “맛있는게 먹고 싶다”, “배가 아프다”, “심심하다.” 같은 글을 좋다고 읽고 댓글 달고 like 니 unlike 니 하는 이유도 이런 일상에 대한 공유 혹은 갈구랄까. 어쨋든 책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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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란테의 밤”
조용한 식당이었다. 테이블과 테이블은 서로 적당히 떨어져 있고, 두꺼운 와인리스트가 있으며, 본격적인 소믈리에도 나온다. (중략) 우리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조금 떨어진 자리에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 아직 밤이 되기는 일러, 손님은 우리와 그 사람들뿐이었다. 아마 남자는 이십대 후반, 여자는 이십대 중반. 둘 다 인물고 괜찮고, 도회적이며 깔끔한 옷차림을 한, 아주 스마트한 분위기의 커플이었다. 와인을 고르고, 음식을 주문하고, 그것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깊은 사이가 되기 직전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중략) 아무튼 행복해 보이는 젊은 커플이란 것은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그런 약속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분위기도 프로모피어트가 나왔을 때 글자 그래도 운산무소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츠르릅 츠르르릅’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압도적인 소리였다. 계절이 바뀔 때 한번, 지옥의 대문이 열렸다 닫혀질 때 한번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리. 그 소리에 나도 얼어붙었고, 아내도 얼어 붙었고, 웨이터도, 소믈리에도 얼어붙었다. 맞은편 여자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삼키고, 모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인 남자만은 무심하게 ‘츠르릅, 츠르르릅’ 하고 너무나도 행복한 듯이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그 커플은 그 후 어떤 운명을 거치게 되었을까. 지금도 가끔씩 걱정이 된다.

이탤리언 식당에 가서 츠르릅 츠르르릅 소리 듣는거 별로 희안한 일도 아니지만, 그 츠르릅 츠르르릅이로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식이라면 나도 언젠가 호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는 손도 안 씻고 나가는 정장의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를 호텔 로비 커피샵에서 다시 보았는데, 어떤 여자와 선을 보고 있었다. 글쎄 선을 보고 나서 바로 스킨쉽으로 가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손이라도 잡았다면 그 여자는 똥 누고 손도 안 씻은 남자 손을 좋다고 잡은 것이다. 그 커플이 지금은 부부가 되었는지 남남이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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