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여차저차

얼마전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다섯권짜리 전집을 사 놓고는 딱딱한 바게트 빵 뜯어 먹듯이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조금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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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은 가운데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입니다)

 

“오디오 스파게티” 란 글을 보고 있는데 설명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하루키 선생이 표현한 대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어떤 발명이나 발견을 대개 다음의 순서로 일어나게 됩니다.

  1. 어떤 필요가 생겨서.
  2.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이론적 고찰과 시행착오를 거친 후
  3. 발견이나 발명에 도달한다.

 

이 발명이나 발견이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매체에 보도되게 되면 일반 대중들의 이해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어납니다 (비디오리코더의 예를 들어봅시다).

  1. 영상을 테이프에 간단히 녹화할 수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2. 어영부영. 여차저차.
  3. 비디오리코더가 생겨났다.

 

설명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글은 바로 위의 2번 “어영부영, 여차저차” 입니다. 학술 논문을 내거나 학회에 발표 신청을 하는 경우 발표자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심사자 (보통은 심술궂은 전문가들 여러명으로 구성된 어떤 위원회) 가 가장 혹독하게 평가하는 것이 이론적 고찰과 시행착오의 적정성인데, 그 발견과 발명을 실제 소비하는 소비자는 그저 “어영부영, 여차저차” 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화장품 사업을 맡고 일년 남짓 마케터나 영업 친구들이 본부장님 말은 뭐가 되든 너무 어려워가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어영부영, 여차저차” 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어기야영엉 부르르영, 여치아차차 저차차” 라고 얘기했던 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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