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eading

신호와 소음

오랫만에 종이책으로 그것도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다 읽었다. 네이트 실버가 쓴 “신호와 소음“.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라는 부제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토막글 남겼지만, 방법론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생한 사례를 (많은 사례는 있다) 모아 재미 있게 쓴 글도 아니다.

굳이 요약하자면 정보화 시대, 빅데이타 시대에 접어들어 그 어느때보다 분석할 데이타는 넘쳐 나지만, 데이타의 증가만큼 소음도 커져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는데는 더 어려움 있단다. 또한 문제는 세상이 불확실한 것보다 나 자신의 지식과 안목이 불완전하게 있는 바, 겸손하게 미래를 확률적으로 보아야 하며, 새로운 신호가 잡히는 경우 수십번 수백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예측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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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by 알랭 드 보통

지난 연말 산 책 세권중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다 읽었다.

책 겉면을 두른 띠에는 이렇게 써 있다. "스마트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불안을 떨치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들" –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위트 넘치는 심리 철학서.

책은 크게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 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은 5개 씩의 소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눈으로 직접 보시라

지위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원인편에서 불안의 원인은 바로 이 지위를 잃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선언한다. 지위를 잃지 않을까라는 불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질투, 시기의 감정도 언급된다.

이렇게 개요만 훑으면 그저그런 책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는데, 여기서 우리의 알랭 드 보통 이름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작가가 아님을 박식과 위트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간단한 문장으로 엮어 간다. 책 전체의 흐름 중 누구나 같으면서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그림이 나오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그림1을 보자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다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림2로 옮기면 왼쪽 한놈의 키가 삐쭉 커져 있고, 책에서 말하듯이 자기 키가 단 1 밀리리터라도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나머지 네명의 표정이 다 변해 있다. 바로 불안의 시작인것이다. 결국 저 놈과 나는 같다, 즉 같은 준거집단에 속해 있다고 믿고 있는데, 어느 한 놈이 신분상승을 해 버리면 그 놈으로 인해 자기의 절대적 지위는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음에도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불안이 시작되는 것이다.

제2장 해결편으로 가면 저자는 5가지 거시적인 해법을 내놓는데, 철학과 예술, 정치와 종교 그리고 보헤미안이란 생활방식인데, 이 장에서부터 저자의 박식함과 위트가 현학으로 비약하면서, 앞장의 간지러울 정도의 긴장감이 점점 풀어지고, 책을 읽는 속도 역시 엄청 빨라진다 (대충대충 읽게 된다.)

지금까지 극도로 개인적인 이야기에 매몰되어 왔던 알랭 드 보통 (상고하저의 용두사무식 저술이지만, 역시 보통 아저씨는 아니다) 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적 저술이란다.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메모하면서 정독하지 않을 바에야, 내 서평 정도만 읽어도 대략의 핵심 메시지는 다 짚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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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진화

개리 해멀의 ” 경영의 미래” 부터 시작해서 회사에서 추천하는 책들 대부분이 미래의 기업경영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것이고, HBR 같은 경영잡지를 들춰 보아도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거울이라고, 경영이란 것이 학문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과거에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한번 복습해 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듯 싶어, 주말에 꺼내 든 책이다.

20세기초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기법으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분업과 측정을 통하여 생산성의 혁명을 일으킨 최초의 시도로서 학문으로서 경영학이 태동하는 시점이다. 테일러하면 케케묵은 100년전 이론일 것 같지만, 이 유산은 지금도 기업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이어서 그 유명한 포드 자동차의 T model 얘기가 나온다. 작업 생산성의 개선이 실제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진 최초의 사례이다. 이후 슬로언의 GM 사례가 따르고, 이를 통해 현대 기업의 관료적 조직 설계 그리고 소비자의 욕망 발전등을 커버한다. 예전 경영대학원 시절 언듯 들었던 기억이 나는 호손 실험, 인간의 감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이 즈음에서 나온다. 1940년대는 전쟁의 시대로 국가가 주도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전면에 등장하고, 여기서 글로벌 브랜드의 태동 사례로 코카콜라, 스팸, 위글리 및 질레트 면도기 얘기가 나온다. 전후 풍요의 시대인 1950년을 기해서 본격적인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하는데, 마케팅 mix 4P 개념이 처음 확립된 것도 이때라고 한다. 1960년대는 전략이란 개념이 기업경영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대이며, 전략이란 개념은 말 그대로 군대의 개념으로부터 차용된 것이라 한다. 아마도 베트남전등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1970년대는 유가폭등으로 시작된 전세계적 불황의 시대로서, 30년대 GM 으로부터 도도히 이어져 내려온 거대 기업 조직 개념이 도전받는 시대, 80년대는 주식회사 일본의 부상으로 품질의 재정립의 시대. 90년대는 바야흐로 무형의 가치가 전면에 부상하는 지식경영자의 시대. 마지막으로 2000년대는 혼돈의 시대로서 학습조직과 지식경영. 이렇게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경영개념의 흐름 그리고 시대와 시대를 반복적으로 연결하여 경영이라는 개념의 흐름을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중간중간, TQM, Six Sigma, Business reengineering, 5 force frame 등 친숙한 경영용어도 적절한 곳에서 소개된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는 과연 경영의 본질적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휴가 때 시골길을 운전하다 보면, 아 어떻게 이런 촌 구석까지 포장도로가 깔렸을까, 높은 산에 올라가 보면 어떻게 이런 고지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했을까 하는 생각 아마 다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규모 댐이나 수십층짜리 빌딩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대규모 작업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고, 여기서 경영의 니즈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경영이라 함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일의 조직화라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일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므로, 사람의 조직화가 결국은 경영인 것 아닐까? 그럼 경영의 성과 혹은 경영의 질은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원하는 결과의 달성 여부 혹은 그 결과를 얼마나 저렴한 비용으로 달성했느냐 ?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경영학은 20세기 들어와 비로소 각광 받기 시작한 비교적 역사가 짧은 학문이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피라미드, 진시황의 만리장성, 그 밖에 셀 수 없이 많은 대역사들 역시 효과적 경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경영이 다른점은 무엇일까? 여기서 가치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은 지금까지 200년을 넘게 공사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완공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경영의 실패니 비효율이니 말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은 원하는 결과물이 어떤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공이냐 실패가 결정된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이 가치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데 현대경영의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배고픈 시절 그저 밀가루, 설탕만 쥐어 주면 만족하던 시대의 경영과, 무엇을 보아도 감흥이 없는 현재에 있어 경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는 데에 경영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경영학 교수가 제시하는 학습조직이라는 개념 어찌보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더이상 경영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없으니, 기업이 스스로 학습해서 알아내라는 말 아닌가? 뭐랄까, 어떤 확실한 맥을 짚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오히려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 진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특정 경영인이나 특정 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21세기는 surfing 경영의 시대가 아닐까 싶다.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파도를 예측하고, 순발력 있게 균형을 잡고, 이제 이 산이 아닌가벼가 일상화 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발견할 사실인데, 그 시작부터 경영학의 주도권은 미국이 잡고 있었으면, 소위 대가라는 사람의 이름은 대개 복잡하고 어려운 유럽식 이름이다. 뭐 물론 톰 피터스, 마이클 해머 그리고 영원한 그루 피터 드러거등 100% 앵글로 색슨 이름도 많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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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

10년전인가 1권, 2권을 읽고는 3,4권이 나왔는지도 몰랐는데, 토요일 서점에 들렀다 5권 그리고 6권까지 최근 발매된 것을 알았다. 5권은 북한 소재의 명승지, 6권은 서울 한복판 경복궁, 광화문으로 시작하여 순천의 절집 그리고 부여의 백제 유산에 대한 기행문이다. 책을 일관하는 흐름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인생도처유상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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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때도 느낀 감흥이지만, 유홍준 선생 참 글을 쫀득쫀득하게 쓰신다. 덕분에 얼마전부터 글을 읽을때마다 단어가 서로 툭툭 떨어져 있는 것 처럼 느껴지던 이상한 현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 이 글을 읽다보면 웬지 훌쩍 떠나 조상들의 체취를 하나하나 답사하고픈 마음이 든다. 1권이었던가 석굴암 경주편 얘기를 듣고 실행해 보았으나, 역시 나는 하는것보다는 보거나 감상하는 체질이다.

문화재청장으로 계시면서 본인이 노력한 흔적을 책 속 여기저기 소회의 형식으로 써 놓았으나, 나는 할만큼 했으니 이제 후배가 알아서 해라 식의 서생 특유의 냉소적 자세는 벗어나지 못하는 듯 싶다.

부여근처 시골마을에 폐가를 헐고 소위 도오농이 생활을 하시는 듯 한데, 충정도 기질을 유머러스하게 적어놓은 부분이 재미있고, 책 내용과 관계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생떽쭈베리가 했다는 다음 말에도 슬쩍 감동 받았다.

“배를 건조하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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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IT 의 역사

처음 컴퓨터를 가지게 된 것이 고2때 1984년이었다. 아버지 사업 용도로 Apple II 를 사셨는데, 워낙 컴퓨터 초기였던 탓에 제대로 된 사전 조사 없이 사셨다가, 용량부족으로 나한테 넘기셨다. 전원을 키면 검은 스크린에 그린 커서가 깜빡이고, 바로 basic 명령어를 받게 되어 있었다. Basic 이란 언어를 처음 접한 것도 그때였고, 필요 없다는 동생 연습 문제를 만들어 주겠다고, 프로그래밍이란 것을 처음 해 본 것도 그때였다. 터미날 지하상가에 카세트 테이프에 게임 프로그램을 저장하여 파는 가게가 생겨났고, 집에 있는 카세트 데크를 컴퓨터에 연결해 LOAD “프로그램실행파일” 명령어를 쳐주고, 카세트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한참동안 커서가 껌뻑되다, 30초정도 지나면 게임이 실행되고는 했다.

정지훈이라는 의사겸 IT 전문가가 펴낸 일종의 IT 산업 연대기인데, 책속에 간혹 보이는 저자의 IT 경험을 보면 나이가 나보다는 5년정도 차이가 나지 않나 싶다. 고루한 IT 책 보면 1900년대 초반 베바지인가 뭔 수학자 얘기 들먹이며, 컴퓨터의 아버지이니 1940년 애니악이 최초의 컴퓨터이니 하는 것과는 달리, 소비재로서의 컴퓨터 1974년 Apple I 을 시점으로 하여,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그리고 구글부터 최근의 Facebook 까지 철저히 소비재로서의 컴퓨터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은 말 그래도 거의 모든 IT 의 역사이다. IT 쪽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고, 내용 자체도 술술 넘어간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니 애플이니하면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만 떠올렸던 것과는 달리, 이들의 리더쉽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혁신과 발견을 이루어 냈을리 없다. 조직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 임직원들, 회사의 초창기 발전에 지대한 역활을 했던 선구적 투자자들의 이름이 많이 보인다. 어찌 보면 고등학교때 락의 역사를 알겠다고, 1960년대 야드버즈니, 3대 기타리스트니 하고 달달 외울때 느낌도 좀 난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삽화나 그림은 하나도 없다. 대신 중간 중간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는데, 스마트폰 QR 앱을 가져다 되면 유튜브 동영상등 관련 site 로 이동한다.

IT 의 초창기 비지니스의 승기는 어찌 보면 혁신과 새로움보다도 타이밍과 기회활용 그리고 운에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계약과 라이센스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협상의 기술과 베짱이 중요한 것 처럼 보이기도 하나, 궁극적인 승리는 누가 얼마나 멀리 바라보느냐에 달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계의 초기에 항상 나오는 공통적 스토리 아닐까 싶다. 산업구도는 3강체제를 선호한다는 말이있다. 초창기 수백, 수천개에 달하던 업체가 경쟁력의 차이로 점점 솎아 지고, 결국은 강자 몇이 남게 된다. 산업이 진화하고 발전하여 이러한 과점 체제가 허물어 지고, 다시 반복되고…

결국 최후의 승자는 얼마나 멀리 보며, 얼마나 끈질기게 살아남느냐이다. 지금 회사가 몰입하고 있는 메디칼 뷰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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