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오랫만에 종이책으로 그것도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다 읽었다. 네이트 실버가 쓴 “신호와 소음“.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라는 부제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토막글 남겼지만, 방법론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생한 사례를 (많은 사례는 있다) 모아 재미 있게 쓴 글도 아니다.

굳이 요약하자면 정보화 시대, 빅데이타 시대에 접어들어 그 어느때보다 분석할 데이타는 넘쳐 나지만, 데이타의 증가만큼 소음도 커져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는데는 더 어려움 있단다. 또한 문제는 세상이 불확실한 것보다 나 자신의 지식과 안목이 불완전하게 있는 바, 겸손하게 미래를 확률적으로 보아야 하며, 새로운 신호가 잡히는 경우 수십번 수백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예측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

한참 전 통계 시간에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베이즈 정리를 철학으로 승화시켜 베이즈적 관점, 베이즈적 철학 얘기가 한참 나온다. 베이즈 정리는 조건부 확률에서 파생된 것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전, 사후 확률의 조정을 다루는 수학정리다. 자세한 것은 위키에서 공부할 수 있지만, 책에서 든 대표적인 사례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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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서 모르는 여자의 팬티가 발생된 사실로 부터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믿을 확률은 사전 4% 에서 사후 29%로 증가한다.

또한 미래를 확률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은 다음과 같다. 즉 단정적인 판단을 회피하고 최대한 확률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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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보다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 높아졌다 혹은 예측의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다만, 어떤 주제든 단정적으로 말하는 친구가 떠 올랐다. 바이오 전공한 친구고, 일반인들 특히 투자자들에게 바이오는 여전히 어렵고 생소한 주제라 그 친구의 단순한 스토리 듣고는 감동 받는 분들도 많다. 책을 읽고난 소감은 그 친구가 사람들에게 약이 아닌 독을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데이타 홍수속에 신호를 찾기 위해 항상 촉을 켜고 살아야 하는 것. 어떤 정보라도 내 머리속 구축된 베이즈 정리에 사건으로 입력될 것이냐 아닐 것이냐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행동하기 전 반드시 수정된 확률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꼭 예측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측의 파레토 법칙이라 저자가 제시한 다음 그림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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