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산 책 세권중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다 읽었다.
책 겉면을 두른 띠에는 이렇게 써 있다. “스마트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불안을 떨치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들” –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독창적이며 위트 넘치는 심리 철학서.
책은 크게 불안의 원인과 해결책 두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은 5개 씩의 소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눈으로 직접 보시라
지위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해서 원인편에서 불안의 원인은 바로 이 지위를 잃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고 선언한다. 지위를 잃지 않을까라는 불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질투, 시기의 감정도 언급된다.
이렇게 개요만 훑으면 그저그런 책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는데, 여기서 우리의 알랭 드 보통 이름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작가가 아님을 박식과 위트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간단한 문장으로 엮어 간다. 책 전체의 흐름 중 누구나 같으면서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그림이 나오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그림1을 보자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다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림2로 옮기면 왼쪽 한놈의 키가 삐쭉 커져 있고, 책에서 말하듯이 자기 키가 단 1 밀리리터라도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나머지 네명의 표정이 다 변해 있다. 바로 불안의 시작인것이다. 결국 저 놈과 나는 같다, 즉 같은 준거집단에 속해 있다고 믿고 있는데, 어느 한 놈이 신분상승을 해 버리면 그 놈으로 인해 자기의 절대적 지위는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음에도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불안이 시작되는 것이다.
제2장 해결편으로 가면 저자는 5가지 거시적인 해법을 내놓는데, 철학과 예술, 정치와 종교 그리고 보헤미안이란 생활방식인데, 이 장에서부터 저자의 박식함과 위트가 현학으로 비약하면서, 앞장의 간지러울 정도의 긴장감이 점점 풀어지고, 책을 읽는 속도 역시 엄청 빨라진다 (대충대충 읽게 된다.)
지금까지 극도로 개인적인 이야기에 매몰되어 왔던 알랭 드 보통 (상고하저의 용두사무식 저술이지만, 역시 보통 아저씨는 아니다) 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적 저술이란다.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메모하면서 정독하지 않을 바에야, 내 서평 정도만 읽어도 대략의 핵심 메시지는 다 짚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