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지난주 일요일 종각역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집에서 가족들과 점심식사후 광화문 방면으로 평소 좋아하던 스타벅스 들렀다. 식당에서 몇걸음만 걸으면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있지만, 나는 왠지 조금 허름한 이 매장이 좋더라.

음료 받아들고 테이블 있는 2층으로 올라왔는데, 창가쪽 카운터 좌석에 젊게 보면 30대 아무리 늙게 봐도 40대 중반은 넘어 보이지 않는 어떤 여자분이 종이신물을 펴서 읽고 있더라. 커피숍에서 종이 신문 읽는 분 본 건 너무나도 오랫만이라 확 신선한 느낌 들면서, 문득 얼마전 트위터에서 본 이 글이 생각났다 (링크).

I saw a guy at Starbucks today. No iPhone. No tablet. No laptop. He just sat there. Drinking coffee. Like a Psychopath.

대학 다니던 80년내 후반 그리고 90년대 초반만 해도 킬링타임의 대명사는 신문이었다. 기차던 고속버스던 탑승전 터미널 가판대에서 신문 2-3개 사는 것은 기본이었다.

더운 여름날 유성 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건지, 아니면 뭐 열받는 일이 있는건지 얼마나 에어콘을 세게 틀었던지 한여름 동사 지경이었다. 승객들 대부분 에어콘 송풍구멍을 막았는데, 어지간히 재수없는 내 자리만 구멍막이 가리개가 고장났다. 고속버스 에어콘이라는게 바람의 총량은 일정하여, 다른 사람이 다 막아 놓으면 열려 있는 내 구멍으로 그 바람이 다 몰려나온다. 마치 피부 바깥으로 튀어 나올 정도로 닭살이 되어 얼마나 춥던지, 여름날 뭐 덮을 것도 없고, 가지고 있던 신문을 몇겹 겹쳐 덮고 있던 생각 난다. 중국집 배달 짬뽕 받침도 신문지였고, 가구 균형이 잘 안 맞아도 신문지 겹쳐 받치고, 종이 신문의 용도는 차고 넘쳤다.

영국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피쉬앤칩스. 조리법이 너무나 평범하여 어디서 먹어도 내 입엔 그게 그거두만, 영국 출신으로 독일에서 일하고 있던 어떤 여자 박사님이 말도 안된다며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다 맛이 다르다고, 그리고 그 중의 제일은 Times 신문지에 둘둘말아 주는 런던 길거리표가 가장 맛있다는 얘기도 기억난다.

종이신문 구독하는 집이 손으로 셀 정도로 줄었다는 얘기 듣는데, 이런 추억 때문에 난 아직

60B2B231-B426-49AD-A28F-1A16A4C65F0C_1_201_a쉽게 끊지 못한다. 예전처럼 1면부터 끝면까지 매일 꼼꼼히 확인할 시간은 없기에 대개 모아 놓고 오늘 같은 토요일 아침, 방금 배달된 주말판 신문과 함께 그 주 배달 온 지난 신문 읽는게 주말 낙의 하나다. 물론 새소식 의미의 뉴스로서의 기능은 다 없어진 식은밥 같은 처지지만, 난 원래 밥도 식은밥 더 좋아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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