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usiness

TM – Trade Marketing

TM 하면 주로 trade mark 를 떠올리겠지만, trade marketing 이란 뜻도 있다. 울 회사 (정확히는 형님 회사) 마케팅은 크게 BM 과 TM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다. BM 이란 브랜드 마케팅을 말하고, TM 이 바로  마케팅, 즉 거래 시점에서 마지막 pitch 을 올리는 마케팅을 말한다.

브랜드에 있어 주의해야 할 3C 의 첫번째는 Cash 라는데 (3C 는 cash, consistency 그리고 clutter), 여기서 cash 라 함은 브랜드 마케팅에 투자한다 해도 당장 cash 가 떨어지는 것 아니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기와 단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기업경영 현실에서 단기적 성과 없이 장기적 비젼만을 떠들 수는 없으니, 이 cash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TM 이란 이 cash 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이다.

이번 출장 돌아오는 길 마지막 쇼핑 찬스는 파리의 CDG 공항 면세점이었다. 면세점이라는 것이 주로 럭셔리브랜드로 구성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라 (피곤하기도 했고), 바로 항공사 라운지에 들어갔다가, 출국직전 잘 다녀오라며 끝에 맛있는 초콜렛과 함께 귀국하기 바란다는 한 직원의 문자 메세지가 생각나 어슬렁 거리며 last minute 쇼핑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프랑스로 출장왔으니, 초콜렛보다는 마카롱이 나을 것 같아, 한 박스 사고 다시 라운지로 돌아가는 길에 Virgin shop 이 눈에 들어왔는데, 거기 큼직하게 불어로 써 있는 사인 “뉴 아이패드 입하” (대략 그런 뜻이었을 것으로 상상). 가게에 들어가보니 스크린에 지문이 잔뜩 묻어 있지만, 검둥이, 흰둥이 모두 진열되어 있고, 밑에 용량과 사양별로 가격이 적혀 있더라. 두뇌 회전이 갑작기 10배 이상 빨라지고, 한국에 언제 출시될까, 다음 출장 기회는 언제일까, 가격은 여기서 사는게 적당한가 등등의 질문이 bumper to bumper coming up.

머릿속에 떠오른 사진은 이것인데, 이 가게 가격표는 그림과 같되 숫자는 같되 단위는 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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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약 1100원 유로가 약 1500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산다고 가정했을 때 대비 30% 이상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당장 정해진 미국 출장 기회도 없는데다, 국내에서 구매대행한다면 들어가는 수수료나 운송료 (plus 배송 기다리는 동안의 애닲음) 등을 감안시 여기서 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피곤한 몸은 반은 빨리 라운지로 돌아가 쉬자와 여기서 질러야 돼, 아니면 언제 니 손에 들어올지 몰라 하는 두가지 생각에 엉커주춤. 눈은 아이패드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때가 바로 trade marketing 즉 TM 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거짓말 조금도 안 보태고 누가 옆에서 손가락으로 조금만 튕겨 주었어도 질렀을 것이다. 몇년전 뉴욕 출장길 5번가 애플스토어에서 iPAD 1 살때도 똑같이 이런 고민 했었는데, 당시는 같이 출장 같던 박원석의 펌프질이 지름의 불길을 확 댕겨 버렸다. 가게에는 흑인이라 할수도 없고 백인이라 할 수도 없는 덩치 엄청 큰 남자가 원래는 하앴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로는 누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서는 세상이 어쩜 이렇게 지루할 수가 하는 표정으로 카운터 뒤에 앉아 있고, 전형적 유럽의 할배 냄새가 나는 다른 한 점원은 손님들 혹시 뭐 훔쳐 가지는 않나 하는 표정으로 가게를 돌아다닌다. 나는 계속 ‘이 봐 이리 와 한번만 튕겨줘. 자극이 필요하단 말이야’ 무언의 메세지를 보내지만 메아리 없이 튕겨 온다.

결국은 에라 XX. 안 지르고 라운지로 돌아와 비행기 타고 귀국했다. 브랜드 마케팅에 세뇌되어 갤탭이나 뭐니 다른 어떤 태블릿 PC 를 봐도 흥 하는 손님, 사고 싶어 반은 안달이 나 있으나, 현실적인 고민으로 갈등하는 손님. 브랜드에서 이렇게까지 살쿼 놓았는데, 어이 없이 놓치다니.  이래서 유럽은 안 돼, 이래서 프랑스가 이 모양이야 계속 이런 생각하면서 왔다.

한편으로는 우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학회장에서 생긴 스트레스에 더하여 걱정이 한웅큼 더 생기기도 했다. 휴양의 도시 모나코 4박5일 출장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게 지나고, 이제 다시 책상에서 현실 걱정 시작이다. 도대체 눈앞에 안개가 뿌연것이 어찌 헤쳐 나가야 할 지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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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

미국 대통령이 해외 방문시 호텔 하나를 전부 세내듯이, 글로벌 1위 업체가 무언가 할때는 목표물을 아예 그 주위까지 초토화 시킨다.

지난 목요일부터 모나코에서 열린 Anti-ageing medicine world congress 2012 (AMWC2012) 에 참가하고 있는데, 학회라고 하기에는 너무 상업적이다. 물론 크게는 전세계 미용관련 의사나 연구자들의 연구결과 발표하는 세션과 업체들의 전시와 sponsored workshop 세션 두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연구세션이 업체들의 상업적 목적과 독립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전세계 최초로 보톡스를 상업화하여, 소위 aesthetic medicine 의 새장을 열어제친 Allergan 의 경우 sponsored workshop 진행함에 있어 전문성과 storytelling 그리고 운영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엄청난 돈지랄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발표장 제일 노른자 자리에 떡하니 자리잡은 부스는 차치하고라도, 워크샵 동시간대 timeblock 을 아예 전세를 내 버렸다. 다른 업체에게는 눈도 돌리지 말라는 것이겠지. 100% 완전 블록은 아니고, 그래도 슬롯 하나는 다른 업체에 열려 있는데, 이것 역시 아마 주최측이 욕먹을 것을 고려한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 싶다.

예를들어 Allergan 이 참여하지 않는 시간대의 워크샵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한편 Allergan 이 참여하는 시간대는 이렇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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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역활

얼마전 모든 임원들은 올 불황극복을 위한 제안을 A4 한페이지 이내로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위로부터 엄명이 떨어졌다. 물론 제출시한도 함께. 시제 역시 함께 주어졌다. 1) 고객의 근본을 돌아보자; 2)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이자; 3) 권한위임을 통해 실행력을 제고하자.

조선시대 과거의 마지막 관문이 책문이였다 한다. 이를테면 군주가 시대를 구할 비책을 논하라 하면 이에 맞추어 응시자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소위  논술 시험 비슷한 것인 듯 하다 (책문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몇년전 우연히 이와 관련된 을 읽어기에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잘 알지 목하는 책문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제안을 적어내노라니 느낌이 꼭 과거 시험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가지 시제 중 처음 두가지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이나 혹은 개별 회사의 특수성등에 의해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자세히 적기는 뭐하지만, 마지막 권한위임을 통해 실행력을 제고하자 항목은 상당부분 universality 가 있기 때문에 한 마디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주제로 넘어가지 전에 link 되어 있는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 바란다.

Dizzy Gillespie 란 유명한 재즈 트럼펫 주자의 Chega Du Sauda 란 보사노바 곡이고 영어로는 No more blues 라고도 한단다. 밴드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보가 없어 편의상 Dizzy Gillespie 의 곡이라고는 했지만, 10분이 넘는 전곡에 Dizzy 가 연주하는 트럼펫에 대해, 색스폰이 더해지고, 피아노는 리듬과  리드를 왔다 갔다 한다. 드럼은 보사노바에 맞게 퍼쿠션화 되어 짧은 비트를 계속 반복해대고 하는 좀 복잡한 곡이다. 코드 진행이 단순하게 가서 그렇지, 코드마저 이중 삼중으로 겹쳐져 있었다면, 마치 아방가르드나 프리재즈 같은 느낌을 주었을 정도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악기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하지 않고, 10분이란 연주시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쉽게 받아들여진다.

이게 누구의 공일까? 나는 이 공은 전부 베이시스트가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음이 받쳐주지 않는 랩탑컴퓨터 스피커로 들으면 베이스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베이스가 전체적으로 흐름을 꽉 바인딩하고 있기에 얽히고 섥힌 솔로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진행된다. 흐름이 점점 ecstasy 로 가며 베이스도 덩달아 약간 흥분하는 경향이 있지만, 곧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 아닌가 싶다. 무기력한 못난이만 있는 조직에서는 리더가 앞장도 서야 하고 활기도 불어넣어야 하겠지만, 요즘 조직의 문제는 어쩌면 잘난 놈들이 너무 많아 이들간의 순서나 비중을 조정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가고, 개개 솔로가 흥분해서 경계를 넘어갈라 치면 어깨를 툭 치며 다시 제자리로 불러들이고, 악기들이 아무리 흥분해도 흐름을 꽉 잡고 있는 그런 듬직한, 그러면서도 나중에 일이 잘 되어 성공 사례 발표라도 할라치면, 자기는 마치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흥 그따위쯤은 기본이지 할 수 있는…

베이스는 그렇다 치고, 권한위임을 통한 실행력 제고 답안은 뭐라고 썼냐고? 딱 이렇게 썼다 왜. 한 페이지 넘어가면 때려 죽인다는 말에 할 말을 다 못쓴 것 같아 여기에 여한이나 풀러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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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

잘난 척하고자 쓰는 글은 아니지만, 대학원으로서 KAIST hayday 는 1990년에 끝났다. 그때까지가 KAIST 입학과 함께 병역의무가 해결되는 마지막이었다. 이후라고 KAIST 입학생이 모두 군대 간 것은 아니지만, 90년까지만 KAIST 자체 티오로 특례보충역이 가능한 때였다. 그리고 내가 KAIST 입학한 것이 바로 1990년이다.

당시 KAIST 생물과는 전공이 크게 생화학, 미생물학, 생물공학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입학생은 이 세 전공중 두개를 선택해서 시험보게 되어 있었다. 결국엔 생물공학을 전공할 생각이었기에 생물공학은 필수적으로 선탤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학부때 미생물학을 그리 좋아한 편은 아니어서 선택하기가 좀 꺼름찍 했어도 당시 입시를 도와주던 같은 과 선배 형님들이 (난 연대 식공과 출신이다) 생화학보다는 미생물이 합격확률이 높다고 하는 통에 미생물을 선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미생물이냐 생화학이냐 선택의 차이는 스트라이어의 biochemistry 를 외울 것이냐, microbial world 를 외울 것이냐의 차이에 불과했지만, 어쨋든 미생물을 선택했고, microbial world 를 달달 외웠다.

1980년대 중후반 대학도서관의 사정은 일류대고 삼류대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그날의 신문들이 유리로 막혀진 전시대에 누워 있었고, 그 뒤에는 도서색인카드가 있었다. 컴퓨터로 정리된 데이터베이스 도서목록은 언감생심의 시대였다. 어떤 대학 도서관을 책을 권수가 아닌 근수로 달아 샀다는 말까지 있었으니, 정보의 수집으로서의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었다. 도서관의 존립이유는 학생들의 공부방이었던 시절이었다. 시험기간이면 아무리 늦어도 새벽 6시전에는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그런 시절, 나는 4년 학부시절동안 도서관에 간 기억이 거의 없다. 따뜻한 집 놔두고 왜 도서관에 가느냐가 그 시절 내 이유였지만, 좀 더 깊숙히 들여다 보면 노력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머리가 워낙 좋아 노력 안해도 성적이 나온다.” 뭐 이런 취향은 지금도 그닥 변하지 않았다. 4년동안 중도 (중앙도서관) 건 공도 (공대도서실) 건 콧빼기 한 번 안 비친 선배가 턱하고 KAIST 합격했다는 소식에 내 바로 밑 87학번 후배들 무려 7명이나 다음해 KAIST 에 도전했고, 지금 기억으로는 그중에 단지 한명만이 합격했다는 기억이다. (그만큼 당시 KAIST 입학은 만만치 않았다).

얼마전 사업부장으로 진급한 후배사원이 나한테 한 충고가 그렇다. “형님 말씀 대부분 옳은 말이고 합리적인데요. 형님은 말씀을 너무 가볍게 던지세요.” “옆에서 보면 아무 고민도 없이 그냥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을 던지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윗분들이 형님 생각을 선듯 취하기가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싶어요.” “조금만 신중하게 말씀하시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우등상은 못 받으면서 개근상 받는 친구 참 우스웠다.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일년내내 한번도 결석 안 하면서 우등상도 못 받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어렸을적 이 bias 는 나이가 들어서도 잘 안 지워진다. 고민합답시고, 수십장이 넘어가는 조사 자료 들고 와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늘어 놓는 친구들 보면 우습다 못해 때때로 연민의 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사회는 학교와는 많이 다르더라. 돈줄이 곧 명줄이고, 남의 돈 따먹는게 머리만으로 되는게 아니라서 그런지. 일말의 고민의 흔적도 없이 던지는 제안이 어지간해서는 먹히지 않더란 말이다. 사람의 머리가 사실 거기에서 거기이고, 사회생활이라는게 공부처럼 흑백이 명확한 것이 아니어서 더 그렇겠지만, 제안이 수용되고 실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고민과 검토의 과정과 흔적이 명백하게 첨부되어야 하더라.

내가 던지는 말 내가 던지는 제안. 머리가 좋아 고민 한번 없이 나온 것이라면 그건 “couldn’t be further from the truth” 이다. 머리가 나쁜 편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 머리가 절대 좋은 것 아니다. 나 역시 새벽부터 읽어나 책 읽고 생각하고 이쪽으로도 생각해 보고 저쪽으로도 생각해보고. 다만 그 고민의 티를 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 뿐이다.

입사부터가 경력으로 중간에 박혔고, IMF 혼란속 입사 6개월만에 소속팀이 깨지고 하면서, 제대로 된 신입사원 교육 받을 기회도 없었던데다, 입상 3년이 지나가면서는 보직 또한 이상하게 설정되어 연구소 소속도 아니고, 본사 소속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서 조직적으로 관리 받지 못하고 야생적으로 커버렸다. 2007년 제약으로 옮기면서 당시 제약 사장님께서 “넌 다듬어 지지 않은 원석밖에 안돼. 내가 널 다듬을거야” 하시더라. 입사 10년차 중견직원이 들을 소리는 아니다.

수십년을 가져온 bias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을거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민의 흔적도 풀풀 풍기고, 한마디 한마디 던지는 말도 조금은 더 신중하게 하자. 아무리 혼자 고민하고, 최적의 제안이면 뭐 하냐. 채택이 안 되고, 실행이 안되면 내 머리 속 쓰레기 뿐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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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 stay with the organization

오랫만에 만나는 선배들 명함 돌리면 “야 어떻게 이장영이 너같은 놈이 월급쟁이를 10년 넘게 하냐 뜻밖이다” 이런 말씀 많이 하신다. 이런 경향은 대학선배보다 과학원 선배들이 더 강한데, 아마도 2000년대 초반 벤쳐바람 불었을때 BT쪽 창업에 뛰어든 선배가 KAIST 에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회사 중간에 뛰쳐 나가는 것 보면 연대 선배들 뒤쳐지지 않지만. BT쪽은 꼭 그런것 같지도 않다) 뭐 솔직히 나라고 그런 생각 안 했을라구. 2006년인가에는 사실 95%는 회사 그만둔 상황이었는데, 여러가지 내외부 요인이 겹치며 주저 앉은 적 있다.

그럼 주저 않은 지금 해피하냐고? 자아실현중이냐고? 글쎄 불행하다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행복도 아닌 것 같다. 그럼 회사에 왜 있냐고? 목구멍이 포도청? 뭐 100%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맞벌이에다 뷘마마 직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니 그만 둔다고 당장 굶지는 않을 것 같다. (뭐 이래저래 모아 놓은 돈도 조금 있으니 최악의 경우 둘이 다 백수되어도 한참동안은 배불리는 못 먹어도 굶지야 않겠지..). 아이디어 살려 창업하고 성공해서 수십 수백억 움켜쥐는 것도 해볼만 하지만, 밝은 날이 있으면 어두운 날이 있다고, 쫄딱 망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자신은 빚쟁이 피해 도망다니고 (사업가 아버지 덕분에 난 이게 뭔지 안다), 계산을 잘 해야 한다. 월급쟁이로 남아있는 즐거움이랄까 생각난 김에 한번 읊어 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1) 최악의 경우가 해고다

어떤일이던 마음 먹기 달린 것 같다. TV 드라마에 비치는 월급쟁이들 모습, 상사에 아부하고, 무리한 질책에 스트레스 받고, 자기 의견 한번 제대로 얘기 못 하고. 실제 직장 생활 하면 반은 사실이고 반은 과장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업무상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 직장인이 감당해야 할 최악의 리스크가 해고다. 회사에서 짤린다는 뜻인데, 자기 사업하다가 빚더미에 앉는 것에 비해 얼마나 안전하냐. 거기다 매월 적립해 놓은 퇴직금도 있으니, 짤린다고 해도 바로 굶지는 않는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혁신을 못한다고 하는데, 실패에 대한 최대 책임이 짤리는 것인데 두려울게 뭐가 그렇게 많냐? 무한책임 져야 하는 자기 사업에 비해 회사돈으로 다양한 자기 아이디어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물론 밝은면에 있으면 어두운면이 있다고, 자기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하여 회사에 막대한 이익이 생겼을 때, 직장인은 인센티브란 이름으로 그 이익의 진짜 코딱지만큼만 받는다는 단점도 있기는 하지만…

2) 아무리 살벌한 직장도 시장보다는 인간적이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직속상사는 하루종일 짜증내고, 회의에 들어가 인간적인 수모를 당할 수는 있지만, 욕 먹는게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어리버리한 아이디어 가지고 시장에 나가 당하는 수모보다는 회사가 인간적이다. 하다 못해 회사는 낮에 엄청 쪼이면 밤에는 소주 한잔 같이 할 여유라도 있으니. 2000년부터 시작하여 약 7년간 벤처투자 업무를 했는데, 돈줄을 쥐고 있으니 내가 갑이기는 했지만,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말 어리버리한 사업 아이템 가져 와 투자 해 달라는 분들, 내가 지킬 수 있는 최대한 예의는 무관심과 무반응이었다.

3) 운이 좋으면 정말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

몇년을 넘게 지속되는 취업난으로 요즘 젋은 친구들 취업보다 창업을 택하는 우수인력들 많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뛰어난 친구들 대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아 정말 저런 친구가 왜 회사에 남아 있을까 할 정도로 우수한 동료 혹은 선후배 가끔은 만나게 되고, 운이 좋으면 같은 프로젝트 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행운을 몇번 누려보았다. 모든 벤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벤처 사장님들 다들 뛰어나신 분인데, 가장 힘든게 자기를 받쳐 주고 같이 협력한 우수인력 끌어들이는 것이란다. 모든 회사가 구글처럼 가만히 있어도, 최상급 우수인재가 야심을 가지고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4) 정말 운이 좋으면 내 일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

대기업의 큰 문제점중에 하나가 거대한 관료조직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마비라고 하는데,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관료조직이란 것도 19세기말, 20세기초, 막스 베버 선생 시절에 고안된 것으로 대규모 생산, 대규모 판매를 위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조직구조였다.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만큼 복잡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일단 의사결정이 된 안건에 대해서는 매우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일이 분업화 되어 있어, 각자는 자기가 맡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회계, 재무, 영업, 마케팅 신경 쓰지 않고, 개발 업무만 수행해도, 관료 조직에서는 이 나머지 부분을 담당해 줄 파트너가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일단 네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다. 쓸데 없어 보이는 회사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나하고는 상관도 없어 보이는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거나, 2박3일 출장 다녀오면, 4박5일 보고서 쓰고 경비 정산해야 한다거나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사장이 임원들 슬리퍼로 뺨때리며 회의 한다는 모 회사 같은 특수한 경우만 아니면, 아직은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 어정쩡한 아이디어 가지고 사업하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회사는 이러한 환경이 유지되고 더 발전되도록 신경쓰고 노력해야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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