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선생은 일찌기 비지니스의 궁극적 목적은 고객의 창출이라 했습니다. 고객이 창출되려면 결핍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풍요의 시대에 결핍된 수요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 재작년 우리 회사의 경영 키워드가 숨은 수요 찾기였는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혁신상품의 경우는 고객 자신이 제품을 보고 나서도 과연 내가 이것을 필요로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 마케팅의 대가 무어 선생이 그래서 90년대말 저주의 골짜기 캐즘마케팅을 설파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속적인 customer education 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또래가 다 그렇겠지만 저는 대학때만 해도 리포트 일일이 손으로 베껴 써서 제출하는 컴맹시대 출신입니다. DOS 라는 운영체제를 처름 제대로 접한 것도 대학원 입학한 90년 일이었습니다. 영문 운영 체제 위에 겨우 겨우 아래아 한글 띠워 보고서 작성하고, 실험결과 로터스나 시그마플롯 (하바드 그래픽스란 프로그람도 있었습니다) 에 정리하는 것 그리고 교수님 퇴근하신 밤에 하는 페르시아의 왕자가 컴퓨터의 전부였죠. 이야기란 프로그램이 나오며 모뎀 접속을 통한 천리안, 하이텔이란 서비스를 접하게 되고, 텔넷으로 이메일을 경험했고, 모자이크, 넷스케이프를 통해 인터넷 세계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북 시대까지 오는 긴 여정 동안에도 맥 그리고 애플은 외계의 이야기였습니다. 충무로 인쇄쟁이들이나 쓰는 기계로 인식하고 있었지요. 아이팟이란 기계를 처음 접한 것은 2006년 동경 출장길 긴자의 애플스토어에서 였습니다. 클릭휠을 써서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 신기하여 나노를 구입하였고 열심히 썼습니다. 그러다 터치를 쓰면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도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고 (심지어는 영화도) 거기다 직접 터이핑이 되어 음악검색도 하기 쉽다는 말에 2008년 구입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머리속에 still 애플은 mp3 업체였습니다.
좀 더 편하게 음악 듣고자 샀던 아이팟 터치. 이 작은 기기를 통해 와이파이로 연결된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접하게 되면서 음악은 뒤로 밀려 버렸습니다. 터치가 강철검이라면 기존의 휴대폰으로 간간히 접속했던 모바일 인터넷은 돌도끼 정도로 보였습니다. 다시 밀려온 결핍은 아 이런 모바일 인터넷, 와이파이 제약 없이 어디서든 하고 싶다. 2009년말 아이폰 3GS 나온다는 소문에 두달전부터 예약해 바로 구매했습니다 아이폰 훌륭한 기계이긴 하지만, 작은 화면과 타이핑등 제약이 있더군요. 그래도 모바일의 한계라고 생각하다 미국 출장길에 아이패드를 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참아왔던 결핍의 갈증이 몰려오며, 저사양은 다 품절이고 900불이 넘는 최고 사양 제품만 남았다는 점원의 말 귓등으로 듣고 구입해 버렸습니다
아이패드는 모바일의 종결자로 보였습니다. 아이패드2 가 나오긴 했지만 글쎄 나한테는 수요의 결핍이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인기 앱중에 음악제작 프로그램인 그라지밴드 그리고 잡스 선생 때문에 유명해진 프레젠테이션 앱 키노트가 있습니다. 아이퍄드에서도 나름 잘 작동하지만, 실제 맥 컴퓨터에서 돌리는 오리지널에 비해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거기다 홈쇼핑 돌릴때마다 이 사양의 컴퓨터를 어찌 이 가격에 하면서 무이자 10개월 할부해도 5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윈도즈 노트북에 비해 뭐 좀 붙이고 나면 금방 200만원이 넘어가는 맥은 여전히 먼 기계였습니다.
새로운 OS 라이온과 함께 출시된 뉴맥북에어는 엔트리 가격이 125만원입니다. 하드가 없는 SSD 기반이라 껐다 켜는 것이 거의 아이패드 수준이고 13인치 무게가 1.3kg 입니다. 앱스토어 for mac 이 생기며 게임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필요한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어제가 내 손에 맥이 처음 들어온지 일주일 기념일입니다. 지난 토요일 프리스비에 실물 구경만 하러 갔다가 그분의 영접이 오셔서 아니 살 수가 없더군요.
필요한 앱들 깔고 가지고 놀 앱들 또 깔고 하니 1주일에 300불 쉽게 나가더군요. 거기다 주중에 제대로 놀지 못해 주말에 좀 갖고 놀려니 아들놈들 차례 기다리다 저는 제대로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데스크탑인 아이맥을 하나 더 살까 생각중입니다. 올초 회사에서 아이패드를 지급하는 바람에 이전에 쓰던 아이패드는 와이프에게 양도했습니다. 지금은 와이프 가는 곳에 항상 아이패드가 함께 있고 아직도 2g 폰을 쓰시는 대표적 laggard 인 뷘께서도 아이폰4는 못 생겨서 싫지만 5가 나오면 꼭 아이폰 쓰겠답니다.
제 애플 라이프. 터치로부터 시작된 일이니 불과 3년도 안 되었습니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저 취미생활 업무등등 거의 달라진 것 없습니다. 그런데 맥이라면 소 닭보던 하던데서 조금씩 조금씩 애플빠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제품군을 보면 어쩌면 이러한 lock in 현상은 충분히 의도된 것 같기도 합니다. 몇일전 기사를 보니 애플이 IT 제품 가격 파괴를 주도한다니 참 상전벽해와 같은 일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volatility 로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애플이 엑손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답니다.
컴퓨터 시장 대표적인 레드마켓이고 코모디티의 종결자입니다. 태블렛 아마 올 말까지 출시 예정된 제품만도 5개는 넘을 것 같습니다. 톡신 마켓이 코모디티화 되어가며 공급가격 내려달라고 영업에서 아우성입니다. 애플이 예전에랬던 것처럼 변화하는 시장에서 혼자만 독야청청. 망가지는 지름길일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플이 현재 가격을 내리는 이유는 앞서 얘기한 것 처럼 지금의 제품군으로 충분히 고객을 lock in 시킬 수 있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순간을 위해 과거 긴 시간 점유율 문제에도 불구 고집스레 고가 정책을 유지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애플이 아니기에 급속히 코모디티화 되어가는 시장에서 어떻게 최선의 전략을 짜야할지 참 복잡한 세상입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