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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past, present and future)

사내 어느 분 요청으로 아침에 후다닥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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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한즈 백화점

요즘은 일본 출장 좀 뜸하지만, 한동안 상반기 하반기 나누어 일년에 두번은 꼭 방문했다. 당시 사장님께서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일본 파트너링 관계는 첫째도 정성, 두째도 정성이라고 하시면, 일본 업체들은 정성에 으리로 보답해 준다나…? 일본 제약사들이야 오사카 아님 동경 니혼바시 근처에 오골오골 모여 있어 출장 가는 도시도 대부분 고정. 오사카 본사 있는 다케다 같은 회사도 BD 쪽 사람들은 동경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의는 동경에서 일 다 보았다.

동경에 갈때마다 시간나면 꼭 들렀던 곳이 시부야의 도큐한즈 백화점이었는데, 백화점이기는 해도 상품 구색이나 진열 그리고 종업원의 접객 자세가 세이부나 미쯔꼬시같은 백화점들과 대비 너무 독특해 특별히 쇼핑하지 않더라도 시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얼마전 리디북스에서 이북 구매하다 실수로 딸려 들어온 것 같은데, 토큐한즈에 대한 스토리북 “세상에 팔 수 없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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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한즈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던 veteran 이 쓴 책 (일본책답게 챕터하나가 세페이지 넘지 않는다). 도큐 그룹 부동산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동경 유휴지가 갑작스런 불경기로 임대 되지 않자 스스로 점포를 만들어 보자 결정하고, 당시 미국에 유행하던 DIY 개념의 HI (Home improvement) 전문 백화점을 추구했단다. 갑자기 판매원을 구할 수 없어, 전문판매원이 아닌 아마추어 하지만 특정 상품에 전문가인 목수, 기계공등 아마추어 판매원 이자 전문소비자를 고용했다나.

아베노믹스, 소비세 인상으로 반짝한다고는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 3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모르는 장기 불황에서, 소매업은 직격탄을 맞았단다. 작년 재작년 동경 백화점들 누적되는 적자로 점포 철수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저자는 이 불경기 흐름에 도큐한즈 백화점도 점점 과거의 독특함을 잃고 고객이 아닌 매상에만 집착하여 결국 그렇고 그런 소매점포로 전락하지 않는지 베테란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단다.

불경기를 벗어나는 최상의 방법은 매상과 효율이 아닌 독특함과 고객에 focus 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클릭 한번으로 모든 상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소매 점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에게 실재 상품의 촉각을 강조하고, 이를 통한 엔터테인멘트를 주는 것이라며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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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튀김 이야기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입학하느냐에 남은 인생 전부가 달렸다고 생각한 적 있었다. 1985년 고3때였으니 벌써 29년전이다.

큰 놈이 올해 고3.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어제 저녁 먹으며 자기소개서 써야 하는데 어찌 써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기에 한참 전 읽었던 하루키의 잡문집 첫 꼭지 굴튀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줬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를 주제로 원고지 4매 이내의 글을 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답한다. “그렇다면 굴 튀김에 관해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런 말도 덧붙여 줬다. “무슨 글이던 독자를 생각해야 돼. 자기소개서는 일기가 아니거든.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에게 그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 물론 그렇다고 허황된 거짓말을 쓰라는 것은 절대 아냐. 시험관이 바라는 것이 뭐겠어. 이 지원자가 우리 학교 우리 과에 입학해 우리가 지향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거겠지. 하지만 시험관도 사람이니, 수십 수백명이 거기서 거기인 그런 글 반복해서 읽고 싶지 않을거야. 굴튀김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구체적이지 않은 지루한 주장을 나열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내 경험중 특정 부분에 촛점을 맞추어 가장 실감나게 써보라는 거지. 독자가 이로부터 유추해서 너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도록. 그리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축구부 주장이었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합격한 아들네미 일년 선배가 있다는데, 이 친구 쓴 자기소개서만 보고 학교 선생님들이 얘는 합격이다 생각했단다. 축구선수로서 골을 넣을때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공의 궤적을 수학적으로 분석했고, 이를 통해 어떻게 킥을 해야 할지 탐구했단다. 궤적을 분석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했고, 이로써 골 성적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인터넷 뒤져 보기 굴튀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블로그가 있어 도대체 굴튀김 이야기가 뭐길래 하는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본다. (하루키 굴튀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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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바이러스

책장 어디엔가 방치해 놓았다가,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연휴기간 드디어 다 읽었다. 한없이 느리고 목가적인 중세의 유럽이 속도 (가속도) 라는 사회적 테제를 통해 어떻게 현대의 사회로 발전해 왔는지 그 경로와 의미를 깨알같이 적어 놓았다. 독일인 특유의 길고 장황함이 독서의 장애 요소지만, 도입부에서만 조금 고생하면 중간 이후부터는 익숙해 져 쉽게 넘어간다 (번역이 잘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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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 meger in pharma market

회사차 몰고 나갔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누구 잘못이라 판단하기 애매한 위치여서 경찰에 신고하고 바로 보험사 불렀다. 내 생각과는 달리 보험사 의견은 9:1로 내 과실이 크단다. 내 차는 티도 안나 수리 않았고 상대차도 옆에 살짝 페인트 묻은 정도인데 60만원 정도 보험 처리했다고 통보가 왔다. 만일 내 차 몰다가 이렇게 되었다면 보험료 오를 걱정등등해서 현장에서 한 십만원 주고 합의볼 걸 후회 막급이었겠지만 회사차고 또보험도 회사로 되어 있으니 알겠다 하고 쿨하게 전화 끊었다.

이것이 현재 미국 의료비 현실이 아닐까 싶다. Healthcare package 빵빵한 회사 다니는 사람 병원비가 얼마들건 보험에서 내주니 신경 안 쓰고, HMO 역시 일단 지급하고 나중에 회사에 premium 올리면 되니 병원에서 청구한 대로 주면 그만, 병원은 병원대로 깎자 난리 치는 사람 없으니 있는 검사 없는 검사 다해서 청구하고. 고용주는 어차피 세금 낼 것 경비처리하니 손해볼 것 없고.

Innovator’s prescription 이란 책에서 존경하옵는 크리스텐센 선생께서는 로켓처럼 치솟는 미국 의료비 문제는 의료질을 유지하며 어떻게하면 의료비 총액을 줄이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의료비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만 고민하는데서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GSK 와 노바티스가 수십조 규모의 사업 바터 딜을 발표하고, 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카를 수백조 규모로 인수하겠다 제안하는 기저에는 의료비 증가속도가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달았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백 수천억이 들더라도 똘똘한 신약 하나 개발하면 실패비용 다 회수하고도 짭짤한 수익 올릴 수 있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닌가 싶다.

예전 어느 컨퍼런스에서 제약산업에서 3E 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Expertise, Experience 그리고 Efficiency 가 제약사가 시장에서 excel 할 수 있는 원동력이란 말인데, 개별기업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성장은 시장 잠재력을 초과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 제약산업 특히 혁신신약 부분은 과학과 기술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이었다. 임상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주가가 널을 뛰고. 이제는 혁신신약 역시 마케팅이 주도권을 잡는 시대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래야 한다고 본다.

생명에 대한 집착은 모든 욕망을 초월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항암제 임상에서 기존 약물 대비 몇일 몇주 혹은 몇달 더 살 수 있다는게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 효용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의문스럽다. 혁신이 반복되다보면 몇주나 몇달 몇달이 몇년이 되어 장기적으로 캔서도 만성질환으로 관리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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