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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를 다시 생각한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시대’ 선언

위의 기사처럼 셀트리온이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CT-P13의 허가를 앞두고 독일의 류마티즘 학회에서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선언했단다. 저분자 약물에 대해 얘기하는 제네릭 약품과는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임상과정도 복잡하고 생산에 요구되는 기준도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선도자의 독식이 가능할 수도 있는 분야다. 미국 같은 경우도 para IV 에 의해 특허챌린지를 통해 출시된 퍼스트 제네릭에 대해서는 출시 후 6개월간의 exclusivity 를 주는데, 나중에 장벽이 풀려 다른 제네릭이 출시된다고 해도 퍼스트 제네릭의 시장점유율이 상당기간 50% 를 넘어간다는 등 어쨋든 선도자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개발의 어려움과는 별도로 그 경제학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엔브렐이나 레미케이드 모두 관절염쪽에서 disease modifying agent 로 염증을 일으키는 TNF-alpha 의 발현 혹은 작용을 억제시켜 질병의 진행을 늦춰주는 역활을 한다. 기존의 저분자 NSAIDS 가 질병의 진행과는 상관없이 소염이나 진통효과 즉 symptom 을 억제하는 것에 반해 질병의 치료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TNF-alpha blocker 계통의 바이오약물 대부분이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 거대품목인 바,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이 출시된다면 단순계산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생각해 볼 점 중의 하나가 이러한 오리지널 바이오약품의 가격인데, 대부분 연간 코스트가 미국기준 20,000~30,000불을 넘어가고 있다. 원화로 따지면 1년에 2200~3300만원에 해당하는 초고가 약물들이다. 비교를 위해 레미케이드의 경우 2010년 기준 전세계 매출이 $4.61bn 이고 역시 관절염 관련 저분자 약물인 화이자의 셀레브렉스 경우 2010년 기준 매출이 $622m 이다. 미국의 경우 약가라는 것이 HMO 에 의해 들쑥 날쑥이고, 캐나다나 기타국가에서 들어가는 약물들로 인해 집계자 쉽지 않으므로, 비교를 위해 한국약가를 여기다 대입해보자. 레미케이드의 경우 심평원 보험약가가 바이알당 557,732원이고, 셀레브렉스의 경우는 정당 973원이다. 한국약가가 전세계 평균약가라고 가정하면 (무리인것 알지만 비교를 위해서), 레미케이드는 1년에 약 990만 바이알을 판매하고, 셀레브렉스는 약 7억7천만정을 파는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Value 로치면 레미케이드 매출이 7.5배정도 크지만, 유닛으로 (즉 양으로) 치면 셀레브렉스가 대략 77배 많다.

아시는 바와 같이 브랜드 제품이 인식과 가치의 사업이라면 코모디티 (제네릭) 제품은 양과 떼기의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우 저분자신약에 해당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제네릭이 출시되면 시장이 급속히 코모디티화 하여 심한 경우 시장이 독점일때에 비해 20% 이하로 줄어들기도 하다. 제네릭이 나오면서 전체 처방건수 자체는 늘어날 수 있으나, 가격의 하락이 훨씬 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레미케이드 같은 고가의 약물에 있어 지금까지 처방이 가격에 의해 제한되었고, 제네릭이 나오면 이 가격이 훨씬 더 affordable 해지기 때문에 처방량이 대대적으로 늘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의 레미케이드에 대한 우리나라 심평원의 급여기준을 보자. 이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100% 환자 전액 부담이다.

다. 성인의 활동성 및 진행성 류마티스관절염
1) 투여대상(다음 1), 2)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가) 미국류마티스학회(ACR) 표준진단기준(1987년 제정)에 부합하는 성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중증의 활동성 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서 다음 각호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1) ESR>28mm/hr 이거나 CRP>2.0mg/dL
(2) 아침 강직이 45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3) 활성 관절수가 적어도 20 관절 이상이거나 다음 중 4개의 대관절을 포함한 6관절 이상인 경우
– elbow, wrist, knee, ankle : 압통 및 부종으로 평가
– shoulder, hip : 수동적 관절운동(passive movement)의 제한 및 통증으로 평가
나) 두가지 종류 이상(MTX 포함)의 DMARDs(Disease modifying antirheumatic drugs)로 6개월 이상(각 3개월 이상) 치료 하였으나 치료효과가 미흡하거나, 상기 약제들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 다만 MTX 사용이 불가능한, 간질환 혹은 신부전 등의 경우에는 MTX를 제외한 두가지 종류 이상의 DMARDs 사용
2) 투여기간 및 평가방법
– 동 약제를 3개월간 사용 후 평가시 ESR 28mm/hr 이하이거나 CRP 2.0mg/dl 이하인 경우 또는 동 수치(ESR 또는 CRP)가 기본보다 20%이상 감소한 경우로서
– 활성 관절수(압통 및 부종)가 기준보다 50%이상 감소된 경우 추가 6개월간의 사용을 인정함.
–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6개월마다 평가를 하여 첫 3개월째의 평가 결과가 유지되면 지속적인 투여를 인정함[최대 51개월(최대29회)

바이오시밀러가 나온다 해도 레미케이드류의 바이오 의약품은 상대적으로 고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대한민국 심평원뿐 아니라 미국의 사설 HMO 들도 현재와 같은 tight 한 급여기준을 쉽게 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의약품의 경우 시장의 규모가 의료보험의 reimbursement 여부 그리고 그 복잡성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 상태에서, 바이오시밀러 이후에도 처방건수가 크게 영향받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물론,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허가 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임상에 힘써온 셀트리온의 노력은 찬사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바이오시밀러의 출시가 현재와 같이 생산비용이 아니라 공급량에 의해 고가를 유지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레미케이드의 2010년 매출 $4.62bn 은 한화로 환산하면 5조5천억원이 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이다. 제품 하나가 일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이 정도다.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 셀트리온의 CT-P13 이 출시하여 기존 레미케이드 시장의 20%만 먹어도 매출은 쉽게 1조를 넘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은, 제약시장의 복잡한 dynamic 을 무시한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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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 (4)

전편에서 비타민C 안정화를 목적으로 DSC 프로젝트팀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또 어떻게 take off 했는지 주저리 주저리 읊었으니 이 연재 새로 보시는 분은 전편 (http://blog.leenjay.com/2012/05/17/chronicle-3-27-2/) 참조하시기 바란다.

환호와 기대속에 기술전략회의 발표 잘 마치고, 몇일간은 뭐랄까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97년 발매 이래 성장이 정체되어가고 있는 레티놀2500 에 대한 구세주랄까 뭐 그런 느낌에다가, 그 전까지는 이런 과제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관심도 없었던 화장품 연구소에서 러브콜이 쇄도 하는 등등 (그때는 그렇다. 같은 태평양 연구소라도 화장품 연구소에서 제품 담당하는 연구원은 진골, 기타 안전성등 제품과 직접 관계되는 지원부서 연구원은 성골, 그리고 우리 같이 원료 개발하는 연구원은 육두품이라고 했다. 기타 분야 연구원은? 용병이었지 뭐).

그러는 와중에 프로젝트의 사활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

45oC 1개월에서도 끄떡없었던 바로 그 노벨 제형이 이번에는 노르스름한 빛을 보이는 것이다. OMG

앞서 글에서 밝혔듯이  실험이 재현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에, 기술전략회의에 발표하는 것, 개인적으로 꺼렸었는데, 존경하옵는 대학 선배 소장님께서 안되면 같이 죽자는 말씀에 힘을 얻어 그나마 조용히 발표하는 것으로 넘어간 것도 아니고 “순수한 비타민C 는 노랗지 않다고”, 사진까지 넣어가면 온갖 기교를 다 부려 발표해 버렸는데 말이다. 깜놀하여 안전성을 점검해 보니 지난번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decay 반응의 kinetics 는 dC/dt = k*C^n 의 형태이므로 분해속도는 농도에 영향을 받는다. 두번째 확인 실험에서는 비타민C 초기 농도를 1% 대신 3.5% 로 올렸는데, 이는 비교제품인 랑콤의 비타볼릭이 3.5% 였기 때문이다 (지난글에 비타볼릭 비타민C 함량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45oC 1개월 보관 후 잔여농도는 초기농도의 약 98% 정도로 농도의존도를 감안할때 1% 때와 비교 재현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색깔이었다. 문제의 그 색깔.

비타민C 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을 보이다 점점 진한 황갈색으로 가는 것은 1차적으로 가수분해를 통해 ring 구조가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것이 추가적인 가수분해 반응을 통해 깨지면서 급기야는 갈색화 반응 (마이얄 반응) 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최소한 이 색깔에 있어서는 초기농도 대비 보존안정도와 상관 없이, 색깔을 내는 분해중간물의 농도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초기농도가 5% 일때와 1%일때를 비교해보면, 같은 조건에서 1개월 보관시 똑같이 안정도가 99% 라고 가정하면, 초기농도 1% 인 경우 분해산물의 농도가 0.01% 이고, 5%인 경우에는 0.05%가 된다. 분해산물의 농도가 0.01% 의 경우는 육안으로 노란빛이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0.05% 가 되면 비로소 그 노란색이 눈에 띠는 것이다. (상식에 속하는 얘기인데,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미리 생각을 못했다). 그저 안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정도로 발표했으면 그래도 어떻게 해결이 되었을텐데, “순수한 비타민C  는 노랗지 않습니다” (돌려 말하면 “순수한 비타민C 는 순수한 흰색입니다”의 의미) 이렇게 질러 버렸으니, 어떻게 하던 이 색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다른 색으로 마스킹할 수도 없고 당췌 방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화장품연구소에서는 사용감 최적화 해야 하니, 원료의 기본처방 샘플로 빨리 넘겨달라고 독촉하고, 변색을 완전히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상 아티팩트였다고 인정하자니, 선배 소장님 말씀대로 같이 죽어야 할 처지이고. 이런 문제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저런 문제가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이렇게 시간 끄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당시 연구소 조직 중 연구경영실만은 실험을 하지 않았는데, 복도에서 연경실 사람을 보게 되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아 최소한 저 친구들은 나처럼 이런 고민 않고 살겠구나).

DSC 의 또 하나 개선사항은 수용성인 비타민C 의 경피흡수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점인데, 활성물질의 경피흡수 역시 여러가지 factor 에 영향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분자량, 수용성등이 key fator 였다. DSC 가 왜 경피흡수도를 개선시켰는지 이론적으로 확실히 밝히지는 못 했으나, 앞 글에서 첨부한 보고서에 쓴 바와 같이 양극성 담체에 비타민C 가 포집됨으로써, 지용성인 피부각질층과 원료의 분배계수가 변화하지 않았을까 추측은 하고 있다. (나중에 이 경피흡수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 공부중인 신*석님 주도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어쨋든 안정화 (최소한 변색에 있어서는) 측면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에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역전시켜보고자 외부에다는 안정화 얘기는 접고 경피흡수 개선쪽으로만 떠들기 시작했다.

정치인과 연구원의 공통점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옷 벗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변색되지 않는 순수한 흰색의 비타민C 제품을 원하는데 꼼수 부려 경피흡수쪽으로 관심을 유도하려 해봤자, 사람들이 모두 내 뜻대로 아 그렇구나, 경피흡수 증진만 해도 큰일이지 절대 그렇게 움직이지 않더라. 원료 이관이 늦어지면서, 저거 뻥 아냐란 수근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화장품 연구소 모 팀장님께서 직접 부르셔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직접 묻기까지 하시더라. 차라리 그때 솔직하게 안정화에 개선은 있었지만, 변색을 100% 막는것은 사실상 제 아티팩트였던 것 같습니다 라고 솔직히 고백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놈의 가오가 뭔지….”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제형상 약간 기술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해결 가능합니다” 가 완전히 뻥쟁이 연구원 이장영 포지셔닝을 굳혀 버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99년 봄 당시 떠오르는 코리아나에서 오렌지색 엔시아란 제품명으로 비타민C 제품을 출시했는데, 화장품 역사상 발매 초기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나 언론에서도 떠들썩 했다. 본사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거냐, 그때 발표한 비타민C 안정화는 어떻게 되어가냐. (결국 이번달 15일, 15년이나 지나서 회사를 떠나기로 했지만, 당시 정말 심각하게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기대를 모았던 DCS 프로젝트는 아티팩트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하여 기대치와 성과치와의 차이, 진실성에 대한 주위의 의심, 경쟁사의 선출시란 트리플 블로우로 결국 시름시름 시들어 갔다. 그 결과 남은 것은 뻥쟁이 이장영, 발표만 화려한 이장영이란 포지셔닝. 내 자존심 상 더 이상 연구원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웠다. 결국 이러한 상황과  회사의 변화가 합쳐져 연구원 생활을 접고 2000년 본사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오늘도 얘기가 주저리 주저리 길어진다. 오늘 연재는 이 정도로 끝나고, 다음은 본사로 옮기게 되는 회사의 상황 변화에 대해 읆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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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 (3)

(요 몇일 이어진 환송회 음주로 연재가 일시 중단 되었습니다. 다시 새마음 새자세로 시작합니다…)

비타민C 안정화를 목표로 새롭게 구성된 프로젝트팀 DSC 얘기까지는 전편 참조하시고 (http://blog.leenjay.com/2012/05/15/chronicle-2/), 예전 보고서 들여다 보니 당시 구성원이 나 포함 총 5명이었는데, 권순상, 김진한, 박정원 그리고 객원멤버로 당시 화장품/생활용품 연구소의 최문재 이렇게더라. 앞서 얘기한 것 처럼 A*L 의 컨설팅 결과 시작된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나이 많은 팀장과 새파란 PL 의 위상이 같아, PL 에게도 예산권, 인사권이 다 보장되었다. 문제는 PL 은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2년 정도만 지속되는 임시 조직이고, 팀은 상시 조직인데다, 프로젝트 소속 팀원의 100%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FTE 기준으로 많게는 90% 작게는 30% 만 프로젝트 업무를 하고, 나머지는 팀업무를 하게 되어 있어, 팀장과 PL 의 손발이 잘 맞지 않으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복잡하게 운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내 경우 당시 팀장이셨던 장*섭님과 내가 궁합이 잘 맞아 큰 문제 없었지만, 다른 조직 같은 경우 소통이나 업무플로우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이런저런 문제로 야심차게 도입되었던 매트릭스 조직 운용은 일년만에 전면 폐지 되었다).

화장품에 있어 비타민C 의 효능은 사실 만병통치약 같아, 굳이 여기에 다시 읆을 필요는 없겠다. 문제는 안정성 (stability) 였는데, 수분함량이나 pH, 온도등 여러가지 환경변수에 영향 받는 상당히 까다로운 원료이다. 특히나 비타민C 는 대표적인 수용성 원료라 피부흡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비타민C 의 안정화는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회사뿐 아니라 전 장업계의 최대 화두였다. 97년 발매한 아이오페 레티놀2500이 대박을 치고 나서, 시장은 온통 레티놀 화장품 천지였다. 레티놀은 비타민 A 유도체로 비타민C 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활성비타민인데, 역시나 안정성이 상당히 문제가 되었고, 레티놀2500 은 그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 첫 제품이었다. 시장에서 얼마나 난리를 쳤으면, 식약청에서 제품에 정말 2500IU 이상 원료가 함유되어 있는지 시장에서 제품수거하여 조사할 정도였다. 따라서, 많은 화장품 업체가 제2의 레티놀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비타민C 야말로 그에 딱 걸맞는 제2의 대박후보 원료였다.

당시 시장에는 랑콤의 비타볼릭이라는 비타민C 제품이 있었는데, 레티놀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반응이 좋았다. 튜브 타입의 제품인데, 당시 대부분의 튜브제품은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었는데, 레티놀2500 처럼 알루미늄 튜브를 사용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내용물은 연한 노란색이었는데,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있지만, 일단 용기를 개봉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타민C 분해가 진행되어 상온에서 보름정도면 튜브 입구 부터 변색이 관찰되고, 45oC 에서는 2-3일내에 변색이 관찰되기 시작이다. 아래 사진은 45oC 에 일주일 보관했을 때 비타볼릭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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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노란색을 떠올리지만, 순수한 비타민C 를 본 사람은 아는 것처럼 노란색과 비타민C 는 전혀 관계가 없다. 노란색은 비타민C 의 탄소링에 2,3번 구조가 깨지면서 생기는 분해산물이 내는 색인데, 비타민C 의 대명사 레몬이 노란색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비타민C 는 노랗다고 생각한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렛 선물하는 이상한 풍습을 초콜렛 제조업체의 마케팅이 만들어 냈듯이, 이 역시 안정화에 실패한 제조업체의 트릭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타민C 안정화에 있어 쥐약은 주위의 수분함량이라, 일단 비타민C 를 다공성인 양극성 미세담체인 polypore 에 포집시키고, 담체의 표면을 siloxane 으로 코팅한후, 솔루겔이란 고점도 젤에 혼입시켰다. (이론적인 배경은 아래 첨부한 보고서 참조하시라). 그리고 전체 농도를 1% (비타볼릭의 비타민C 농도가 1% 였다) 45oC 에서 1개월 보관하면서 초반부는 하루단위로 후반부는 주단위로 경시변화와 함량변화를 동시에 측정했다. 그런데 오옷 이럴수가, 한달후 우리 샘플과 비타볼릭의 경시변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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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솔루젤의 영향으로 1달 보관결과 제형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물과 기름층 분리), 경시적으로 전혀 변색이 일어나지 않은데다가, 잔여함량도 99% 에 달했다. 대학원때 PCR 하면서 마이다스의 손이란 말 종종 듣기는 했지만, 내가 정말 실험의 신이었단 말인가. 사실 한번 실험으로 잘 믿기지 않아 반복시험에 들어갔는데, 아직 시험이 완성되기 전에 당시 연구소 최대의 행사였던 기술전략회의가 돌아왔다.

기술전략회의는 연구소에서 사장님은 물론 마케팅 주요 임원 및 팀장들 모시고, 차세대 전략과제 후보를 발표하는 행사로, 여기서 채택되면 연구소 다른 과제에 우선하여 여러가지 지원을 받게 된다. 당시 연구소 내에서 내 프로젝트를 마케팅했던 캐치프레이즈가 “순수한 비타민C 는 노랗지 않습니다”. 비타민C 제품을 미백에 촛점을 맞춘다면 흰색의 로션 혹은 크림형 제형과 미백이란 이미지 자체가 맞을 뿐 아니라, 캐치 프레이즈 자체가 뭔가 도발적이라 연구소에서는 잘 먹혔다. (나중에 빙그레에서 이 컨셉을 훔쳤는지 바나나는 노란색이 아니다 어쩠다 광고하는 것 보았다.)

아직 재현여부가 100%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전략회의까지 올리기에는 PL 로서 상당히 부담이 되었지만, 당시 응용피부과학연구소가 설립 2년째를 맞으면서, 변변한 연구실적이 없었고, 후보대상인 다른 프로젝트는 사실 DSC 프로젝트처럼 눈으로 보이게 (노란색 vs 순수흰색) 아웃풋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았다. 예의 그 선배 소장님께서 나를 불러 “너 이거 정말 자신 있는 것 맞아?”, “예 100% 입니다” (그 소장님 ROTC 출신이라 그 앞에서 이렇게 대답안하면 그 대답 들을때 까지 반복해서 질문하신다), “그럼 가자. 나중에 안 되면 우리 같이 죽자”.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글의 흐름상 하나 놓치고 얘기 않은 게 있는데, 98년 IMF 직후 얼마나 기업에서 R&D 투자를 줄였는지, 그해 9월인가 10월인가 과기부에서 연말 몇달을 앞두고, 민간연구 특별지원 과제라나 해서 임시 연구 기금을 만들었다. 과제당 최대 지원 액수는 1억이었다. 당시만 해도 태평양 연구소 정부과제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고, 정부 과제 한다고 해야 대학에서 교수들이 올리는 과제에 참여기업으로 들러리 서서 지원하느 것이 대부분이었지, 실제 돈 타먹은 경우는 없었다고 봐야한다. 대학원때 과제에 울고, 과제에 웃은 빼꼼이 기질이 있는지라, 선배 소장님께 말씀드려 과제 신청했고, 심사 당일 발표하러 갔더니 과학원에서 친하게 지냈던 양** 교수님이 가운데 턱 앉아 계시더라. 화공과 소속이신데, 이분 특이하셔서 경기고, 서울대 출신에다가 집이 엄청 부자란다. 그만큼 남의 눈치 같은거 보시는 분이 아니라, 다른 심사위원 많은데 발표전 내 안부를 묻지 않나, 발표 말미에 “내 저 친구 잘 아는데, 허튼 소리 할 친구 아닙니다. 박사학위과정중 해외 저널에 논문도 열편 가깝게 내고”. 과제 발표에 심사위원은 사실상 무찔러야 할 적이라고 봐야 하는데, 적진 한가운데 장수가 우리편인 셈이었다. 결과는? 바로 됐지 모. (그래서 사람은 죄짓고 못살고, 몸짱, 얼짱보다 운짱이 최고라는 거다).

어쨋든 발표의 그날은 다가왔고, 예의 “순수한 비타민C 는 노랗지 않습니다” 를 키워드로 하여 갖은 발표의 기교를 다 부려가며 마쳤다. 예상했던 대로 사장님 이하 마케팅 관심 뜨거웠다. 당연 전략과제로 선정되었고, 나중에 듣기로는 1등 아니면 2등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

오늘 역시 얘기가 길어지는 관계로 이쯤에서 끝을 맺고, 다음편에서 이 DSC 과제 어떻게 말아 먹었는지 잔잔하게 읊도록 하겠다. 혹시 DSC 과제 관련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링크 꾹 누르기 바란다. 정부과제 보고서라 제출한 것이라 이미 일반에 공개되었기 때문에 여기 올려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DSC 과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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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 (2)

앞글 (http://blog.leenjay.com/2012/05/15/chronicle-1/) 에서 얘기했듯이 첫번째 프로젝트는 입사후 6개월만에 그렇게 날아가 버리고, 병특이 아직 남아 있어 좀 막막하더라. 물론, 당시 과학원 졸업자는 병특 티오를 자기가 들고 다녔기 때문에 병특으로 지정되어 있는 업체이기만 하면 티오에 관계 없이 옮길 수는 있었지만, 6개월만에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좀 그랬고, 당시 IMF 금융위기로 대부분 회사 사람 자르느라 정신 없는데, 사실 옮길만한 회사도 별로 없었다.

2. 응용피부과학연구소 기획

기술기획팀장으로 본사 근무하시다, 97년 당시 연구경영실장으로 다시 연구소로 복귀하신 대학선배 한분이 계셨는데,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분석기기 로그북 활용에 대한 내 제안을 보시고 나름 나를 귀엽게(?) 생각하셨다. IMF 를 맞아 바이오팀만 날린 것이 아니라, 연구소 전반적인 조직개편이 있었는데,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소단위 조직을 통일하여, 크게 응용피부과학연구소, 화장품/생활용품연구소, 의약건강연구소 세개로 개편하였다. 그리고, 그 선배님이 응용피부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취임하셨다. 그 분 말씀이 “새로이 조직된 연구소인만큼 미션과 비젼이 명확해야 하고, 이를 위해 기획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니가 와서 이 일을 맡아보지 않겠느냐? “. 당시 연구소내 딱히 갈 곳도 없었고, 바이오팀 깨지면서 실험이라면 지긋지긋했던 기억도 있어, 그 분 말씀대로  신생연구소 기획일을 맡아서 했고, 3개월 가량 정말 피똥싸게 고생해서 98년 4월 “응용피부과학연구소 연구전략”이라는 약 20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외비 정보가 일부 포함되어 있는 관계로 공개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한가지 자평 (혹은 자뻑) 하자면, 30이 갓 넘은 평범한 박사 연구원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비범한 분석과 대담한 제안, 칼날같은 인싸이트 등등 지금 와 가끔 펼쳐보아도 손색이 없는 기획보고서란 점이다. 당시 이 자료를 들고 소장님께서 그룹 사장님 앞에 보고 드렸는데, 어지간히 칭찬을 들으셨는지, 그 달 말인가 그 분기 말에 10만원인가 시상금을 지급하시기도 했다. 그 당시 그룹 사장님께 작성자가 나라고 얘기를 하셨는지 어쨋는지는 몰라도 그 보고서가 이후 본사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일부 역활을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벗어나 Asian Beauty Creator 를 꿈꾸는 대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의 기본적인 연구 방향이 그 보고서 제안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본인 스스로 감탄하고 있다.

3. 수용성 원료 (비타민C) 안정화 프로젝트

대학 같은 과 후배 중에 울 와이프와 이름이 같은 여자 후배가 태평양연구소에 같이 근무하고 있었다. 상당히 개성 있는 친구라 가끔씩 동문회 2차로 신갈 바닥 단란주점에 가도 자기도 여자 불러달라고 하고 술도 세고 하여 종종 같이 술자리도 하고 했었다. (이 친구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이후 와튼스쿨로 유학 갔는데, 유학 마치고 돌아와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실 전해 들었다).  어느날 이 친구와 술자리를 같이 했는데, 술이 좀 취한 탓도 있지만, 이 친구 왈 “오빠는 과학원에서 박사까지 하고 왜 지금 그딴 일을 하고 계세요? 좀 창피하지 않아요?”. 그 딴 일, 창 피 하 지 않 아 요. 머리를 한대 텅 두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그래 석사 2년, 박사 3년반 죽어라고 공부하고 전공과 하등 상관도 없는 그 딴 일. 뭔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 가득이었다.

당시 연구소는 조직개편만 한 것이 아니라, 연구생산성 향상을 위해 A*L 이란 글로벌 컨설팅 사를 고용해 전체적인 프로세스 재정립중이었는데, 결과로 나온 것이 매트릭스 조직이다. 매트릭스 조직은 wiki 찾으면 나오니 검색해 보시고, 중요한 것은 기존의 팀제 조직을 씨줄로 세우고, 거기에 날줄로 프로젝트 조직을 겹쳐 만드는 것이다. 팀 조직은 항시적인 조직이요, 프로젝트 조직은 임시적인 조직이나, 원칙적으로 팀장과 PL 의 권한은 같았다. 요지는 젊은 친구들을 PL 로서 전면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당시 보고서 보관하고 있는데, 나중에 경영대학원 다니며 공부해 보니 그야말로 경영학중 인사/조직 관련 교과서 그대로 베껴쓴 거더라. 당시 수억을 들인 컨설팅이었는데, A*L 좀 너무 하긴 했더라). 기회는 찬스요 아까 그 선배 소장님 찾아가, 더이상 기획일은 못하겠다, 다시 실험실로 보내주지 않으면 회사 그만 두겠다 생떼를 썼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아까 예의 그 보고서에 나온 대로, 당시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화장품의 all time favoite 비타민 C 를 안정화 하겠다는 프로젝트. 그래서 결성된 팀이 DSC 였다. (Delivery and Stabilization of vitamin C 의 acronym 이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오늘 연재는 여기서 끝내고, DSC 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다음 연재에 이어서 다시 얘기하겠다. 아까 그 보고서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해 결국 2000년부터 연구소를 떠나 본사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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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 (1)

만 15년. 30대 전부와 40대 반을 보낸 회사와 오늘자로 이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회,노,애,락 , 그리고 이 네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감정이 녹아 있다. ‘그까이것’ 하고 쿨하게 떠나는 것도 간지나겠지만, 천성이 바지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쪽이라 그 15년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연대기 형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의미가 없다면 재미라도). 길어질 것 같으니 생각 나는대로 토막내어 하나씩, 혹은 두개씩 연재해 보자.

1. 아스타잔틴 프로젝트 :

97년 미국에서 포닥 마치고 한국에 들어올때만 해도 회사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갓 서른 이미 열편이상의 논문을 낸 상황이었기에 학교에 자리 잡는 것 껌 정도로 생각했다. 현실은 냉정했고, 열달 가까운 반백수 생활끝에 이름도 생소했던 주식회사 태평양이란 화장품 회사에 안착했다. 첫번째 맡은 프로젝트가 ‘Phaffia rhodozyma 란 효모를 통해 astaxanthin 이란 천연색소 생산효율 개선’. 아스타산틴인 베타카로틴계 천연색소로서 연어나 송어살이 붉은색을 나타내는 바로 그 색소이다. 자연산은 해양에서 아스타산틴 생산하는 플랑크톤을 잡아 먹어 붉은색이 나지만, 양식의 경우는 별도로 사료에 이 색소를 첨가하지 않으면 연어고 송어고 살이 광어처럼 허옇다. 화장품 회사가 갑자기 웬 연어사료냐 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연어양식 대국은 유럽의 노르웨이인데, 아스타산틴 시장을 로슈라는 스위스 회사가 독점하고 있어, 노르웨이 연어산업 수익성이 로슈의 가격정책에 따라 흔들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노르웨이의 경우 대체수입처를 간절히 찾고 있었고, 이를 노리고 시작한 과제다.

입사 무렵, 연구팀에서는 러시아의 모 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러시아에서 스크리닝한 wild type 효모에 random mutation 을 통해 cell mass 대비 색소함량을 2400 ppm 까지 증가시킨 상태인데, 경제성 평가를 해 보니 최소한 4500 ppm 은 넘어야 한단다. 이 말만 믿고 배양해 보았더니, 2400ppm 은 커녕 1000ppm 도 안 나오더라. 배양조건을 최적화 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어쨋든 이 조건 잡느라 개고생 했다. 안정적으로 2000ppm 언저리까지는 나오도록 조건은 잡았는데, 문제는 4000ppm 대로 올리는 2단계 퀀텀점프.

아스타잔틴의 생합성 경로를 분석해 보니 lipid 합성경로에서 branch 가 있더라, 브랜치 기점에 있던 중간체가 뭔지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그 기점으로부터 생체요구도에 따라 ergosterol 이란 스테롤 계통 합성경로로 갈 수도 있고, astaxanthin 으로 갈 수도 있다. 오호라 내 전공이 대사공학인데, 이거 재미있구만. Ergosterol 쪽으로 가는 경로에 자리잡고 있는 중간체중에 시약으로 구입이 가능한게 뭐 있나 보았더니, 스쿠알렌 (squalene) 이 눈에 띠었다. 스쿠알렌, 시약으로는 비싸지만, 건식 원료로 많이 쓰이는 것이라 벌크로 구입도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이었다.

(가정) 효모 배양시 스쿠알렌을 첨가해 주면, 과연 이 스쿠알렌이 feedback inhibition 을 유도해, 경로 branch 에서 carbon flow 를 ergosterol 쪽이 아닌 astaxanthin 으로 몰 것이다.

(결과) 삼각플라스크 배양결과 니미뽕이더라. 오히려 색소함량이 낮아지더라.

에라이하고 던지려는데, 당시 내 유일한 입사동기였던 이모 연구원 말씀, “이선임님 (그랬다 당시 나는 이선임이었다), 거 참 이상합니데이. 내 누시깔로는 이선임님 배양한 게 훨씬 버얼게 보이는데, 와 함량이 낮을까예?” 으흠, 그러고보니 내 눈에도 스쿠알렌 첨가한 것이 훨씬 벌게 보이더라.

몇번을 더 실험해 봐도 색소함량 증가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 97.2% 는 거의 포기 상태로 갔는데, 이상한 것이 배양이 끝나고 cell mass 만 얻으려 센도리 (centifuge 의 전문용어) 를 돌리고 나면, 스쿠알렌을 첨가않은 배양액에서는 깔끔하고 빨간 pellet 과 supernatant (전문용어로는 국물이라고 한다) 가 분리 되는데, 스쿠알렌을 첨가하면 이거이 이상하게 흐리멍텅하게 분리가 잘 안 되는 것이다.

Ergosterol 은 효모에 있어 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이다. 생리적인 기능보다는 구조적인 기능이 주라 ergosterol 이 없으면 세포벽의 integrity 가 약해진다는 옛날 과학원 입시 준비때 읽었던 microbial world 의 한구절이 생각났다. 오호라 만일 스쿠알렌 첨가로 인해 ergosterol 합성이 줄고, 이로 인해 세포벽이 약해져 색소가 배양액으로 일부 샌 것이라면, 실제 세포내에서 색소 생산은 스쿠알렌 첨가로 인해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옮기기는 내용이 길어 생략하지만, 몇가지 trick 을 써서 cell mass 대비 색소함량을 측정했더니 무려 12,000 ppm. 빙고, 유레카! 당시 팀장님께서 아까 얘기한 러시아 연구소에 출장중이셨고, 이 기쁜 소식 알리기는 해야겠는데, 혹시 러시아 연구소에 이 발견이 노출될까봐 한글로 문서 작성하여 팩스로 보냈다 (당시는 그랬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이성구, 박경목, 박병화, 김무성님 등등해서 신갈 바닥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한잔하고 외박했다가 집에서 이혼당할 뻔 했던 기억도 난다.

스쿠알렌 첨가를 통한 잇점은 단순히 색소함량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스타잔틴은 생산 후 세포질속에 단단히 박혀 있을 뿐 아니라,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기 때문에 사료에 섞어 연어나 송어가 섭취한다고 해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permeation 이란 단계를 거치는데, 미세 bead 와 cell mass 를 섞어 강하게 교반하면 세포가 너덜너덜해진다. 문제는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대규모 공정에서는 기계적으로 permeation 하기가 쉽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든다). 스쿠알렌을 첨가하면 세포벽 자체가 이런 permeation 과정 없어도 너덜대기 때문에 permeation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세포벽의 integrity 와 색소생산간의 상관관계를 최적화 하여 마지막으로 얻은 수율은 약 8500 ppm. 최초의 12,000 ppm 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지만, 이만 해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대규모 생산시 경제성도 충분했다. (다만 이놈의 Phaffia rhodozyma 란 놈이 최적성장온도가 22oC 인 관계로 배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carbon utility efficiency 가 좋지 않아 최고 cell 농도가 E. coli 등에 비해 많이 낮다. 이것도 개선하고자 했지만, 못했는데 이유는 아래 참조하시라).

팀장님께서 노르웨이의 재벌기업은 Hydra 란 회사와 접촉을 시작하셨고, 얘기가 잘 흘러가 현지 due diligence 이후 turn key 로 기술수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팀장님께서 나하고 이성구는 기술이전 할 경우 노르웨이에 파견되어 공정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몇년은 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노르웨이가 어떤 나란지 no idea 였지만, 입사하자마자 해외근무 얘기가 나오니 괜히 으쓱하더라.

97년은 IMF 의 해다.  깡드쉬 총재가 한국에 오고, 결국 나라가 깡통을 차게 되었단다. 회사는 이미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마친 상태라, IMF 영향이 거의 없다기에 12월 어느날 멀쩡하게 출근했는데, 바이오팀이 없어졌단다. 그리고 바이오관련 사업 접는단다. 선택과 집중이라나. 처음엔 에이 설마 했지만, 팀장님이 부르시고 열중쉬어 자세에서 얘기 쭉 듣고 나니 실감이 나더라. 과제는 여기서 접고, Hydra 에서 계속 관심이 있으면 이 상태에서 기술이전 하고, 아니면 끝이란다. “에이 씨발” 이란 말은 여기서 쓰는 말 같더라. 스케일업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술이전이 될 리가 없고, 예상한대로 현실에서도 Hydra 는 No 란다. 키우고 있는 발효조에 유한락스 들이 붓고 병특 끝나고 이 회사 계속 남아 있으면 성을 간다고 했던 것 기억난다.

내 첫 프로젝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몇년이 지난 후 국내 모기업에 균주와 프로세스 이전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당시 팀 깨지고 사업 접는다는 얘기에 다들 실망이 컸던지, 균주 보관에 소홀 동결건조 보관해 놓았던 놈이 나중에 다시 리바이벌 하니 2400 ppm 은 커녕 800 ppm 도 제대로 안 나오더라. (mutant 같은 경우 보관이 소홀하면 이렇게 revertant 가 dominant 해지는 경우 왕왕 있다).

이것으로 첫번째 연재 끝. 앞으로 한달은 시간도 많으니 하루에 한개 혹은 두개 토막으로 계속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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