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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

세상에서 제일 쉬운 말 중 하나가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아닐까 싶다.

Retrospect 는 prospect 의 반대말로서 "지나고 나서"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예전 학교 다닐때 보면 1학년때 그렇게 어려웠던 수학 문제가 3학년쯤 되고 나면 왜 그때 이런 문제를 못 풀어 끙끙 앓았들까 할 정도로 쉬워지는 경험 한두번씩은 있을 것이다. 단지 수학 문제뿐 아니라 인생의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실연의 아픔에 몇일 몇달씩 앓다가 지나고나면 왜 그런 하찮은 일로 같이. 오죽하면 it shall pass too 란 말까지 있을까.

이게 retrospect 의 힘이다. 상황의 한 가운데 있을때는 보이지 않던 해결책이 벗어나고 나니 바로 내 옆에 있었던 걸.

그래서 내가 그때 그렇게 얘기 했음에도 왜 내 말을 안 들었냐는 말을 당당하게 하려면 먼저 그 말을 수십번 수백번 논리적으로 반복했어야 하고, 상반되는 다른 말은 하지 않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떤 보고서를 읽는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수십가지 데이타와 사례를 종횡무진 실어 놓고는 결론은 이러러한 변수가 있고 이러이러할 개연성이 있으니 이러러한 전략을 염우에 두어야 한단다.

상황이 성공으로 끝나면 내가 그때 그런 제안을 해서 그랬다 할 것이고, 상황이 실패로 끝나도 내가 그때 그런 제안을 했는데 듣지 않아 그랬다 하겠지. 영어로 이런 솔루션을 weather proof 라고 한단다.

그냥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한 문장만 쓰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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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ist vs Specialist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Generalist 와 Specialist 가 겸비된 T 자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데, T자형 인간도 아래 그림과 같이 두개의 유형이 있다. Typography 측면에서 왼쪽이 공식 T 자이다. 즉, 폭이 넓은 것보다 깊이가 깊어야 한다.

줄기세포 관련 유용한 블로그를 어느 분께 추천받아 RSS 로 구독 정기적으로 보고 있다. 얼마전 블로그에서 중간엽 줄기세포 (전문용어로는 mesenchymal stem cell 혹은 줄여서 MSC 라 한다) 관련 최근 리뷰 논문 중 가장 comprehensive 한 논문이 Nature Medicine 에 실렸다 하여, 어렵사리 full article 까지 찾아 읽었다.

The meaning, the sense and the significance: translating the science of mesenchymal stem cells into medicine

두번 세번을 읽어도 도저히 감을 잘 잡지 못해, 결국 발생학 전공한 부하직원에게 핵심 포인트 정리하라고 지시해서 받았다. 아무래도 나는 공식 T자형 인간은 아닌것 같다. 그러면서 바이오 분야 가장 technology intenstive 한 분야에서 밥 안 굶고 먹고 사는것 보면 꼭 공식 T자형 인간이 될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도…

(PS) 그 부하직원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란 소위 네이티브 스피커인데, 나중 평이 세상이 이렇게 영어를 배배 꽈서 써 놓은 논문은 처음이라고, 자기도 머리에 쥐 날 뻔 했다는 것 보니, 반드시 깊이의 문제는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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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불짜리 약 – 약가의 내면

얼마전 LPLD 치료제로 허가 예정인 Glybera 의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가 100만불로 최고가라는 글 올린 적이 있다. 마침 희귀의약품의 가격 관련하여 Forbes 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Inside the pricing of a $300,000 a year drug

이번 약은 NPS Pharmaceutical 이란 회사가 개발한 Gattex 인데 이는 short bowel syndrome 이란 소화기 관련 질환 치료제로 역시 희귀의약품이다. 환자당 연간 치료비가 $295,000 으로 3억원에 육박한다. Glybera 의 백만불에 비해 껌값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Wall Street 이 당초에 예상했던 약가의 3배가 넘을 정도로 고가의약품중 하나다. 기사에도 나오는 바 처럼 2012년 허가된 약 중 네번째로 연간 치료비가 $200,000 이 넘는 약이고, 2012년 미국에서 신규로 허가받은 약이 37개라니, 전체의 10% 를 넘는다.

이 회사의 CEO 인 Fancois Nader 의 말에 따르면 약가는 다음의 5가지 기준을 통해 정해졌다고 하는데, 4번 희귀의약품으로서의 premium 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pharmacoeconomic analysis 기준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은 기존 치료방법과의 benefit/cost 에 기반한 ICER 의 비교이다.

1. Medical Value
2. Direct Cost
3. Indirect Cost
4. Orpharn Drug Permium
5. Willingness to pay by payor

결국 치료비용이 $295,000 이긴 하지만, 기존 치료법 대비 benefit/cost ratio 를 고려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논리이다. 전에 해외에서 도입하는 IBD 치료제 개량신약 약가 신청때문에 국내 모대학 전문가 교수팀과 약물경제학 분석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어렵고 복잡할 것이란 선입견과는 달리, 로직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 다만, 효용/비용 분석의 결과에 우월하다는 rationale 을 검증된 자료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지.

약가 산정의 기준보다 더 재미있게 본 것은 이러한 고가약물에 대한 payment system 이었는데, 51% 환자는 민간보험에 의한 reimbursement, 34% 환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Medicare 대상 환자, 그리고 나머지 15% 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실상 의료보험의 혜택 바깥에 존재한다는데, 15% 환자는 제약사의 비용으로 무료로 약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Medicare 에 해당하는 환자 지원을 위해서 NPS 는 patent advocacy 그룹에 상당한 비용을 기부했다고 하고, 민간보험의 경우 전체 치료비의 약 30% 에 해당하는 copayment (환자 본인 부담 금액) co-pay assistance program 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한다. 결국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는 제 값을 받고 이윤을 뽑겠지만, 가난한 환자에게도 여러가지 지원을 통해 access 를 보장하겠다는 말이다.

존경하는 크리스텐센 선생께서 “Innovator’s prescription” 이란 책에서 미국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세가지 방향 1) fee for services, 2) value provider, 3) patient advocacy group 에서 각각 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 있으면 별도로 글을 올리려 한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그 막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30%가 넘는 국민들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혁신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찬사도 있다. 희귀질환치료제는 거의 100% 가 혁신에 속하는 제품이고, 미국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의료보험에 일조하는 것 하나가 바로 위의 희귀의약품의 payment system 에서와 같은 유연성 아닌가 싶다. 유연성은 대부분 전체를 복잡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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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하나 100만불 시대

Analysis: Entering the age of the $1 million medicine

만오천원이면 소설책 한권 살 수 있는데 대학교재는 비싸게는 10만원 넘는 것도 있는 이유는 대학교재 만드는 데 원가가 더 들어가서가 아니다. 대학교재는 독자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단가가 높지 않은 이상 손익분기점을 넘는 수준의 매출액을 올릴 수 없기에 단가가 비싼 것이다.

먼저 위의 로이터 기사 링크 살짝 읽어주시기 바란다. 우리말로는 희귀의약품 영어로는 orphan drug 이라 하는데, 환자수가 전체 인구의 0.1% 정도에 불과한 매우 희귀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위의 대학교재와 베스트셀러 소설책 비유처럼 희귀의약품은 환자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단가가 높지 않을 경우 사업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제약사들에게 희귀의약품 개발의 motivation 을 주기 위해, 약가를 우대하거나 혹은 인허가에 있어 fast track 등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motivation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인 나라중 하나가 미국인데, 보통 1,2,3상 3단계에 거쳐 진행하는 일반약의 임상시험과는 달리, 희귀의약품의 경우 2상만 종료하면, 3상 수행을 조건부로 하여 허가를 내주는 것, 그 외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약가의 경우 향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중인 의료개혁이 완성되면 어떨지 모르나, 워낙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미국인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당 treatment cost 가 백만불을 넘은 약은 이번에 발매 예정인 Glybera 라는 약이 유일하다는데, 이는 LPLD (LipoProtein Lipas Deficiency) 라는 소아 희귀질환의 치료제이며, 유전자 요법 치료라 한다. 물론 LPLD 의 경우 현존하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 그룹에서는 Glybera 의 출현을 반기고 있다지만, 민간보험사의 경우 그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란다.

백만불이면 환율 천원 가정시 우리돈으로 10억이다. 다른 재화들은 몰라도 건강과 관련해서는 공평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우리나라라 돈이 없어 치료 못 받아 죽는다는 기사는 흔히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제약사 또한 회사인만큼 이윤을 바라보고 위험천만한 신약비지니스에 뛰어드는 것인데, 환자수 자체가 얼마안되는 희귀질환에 대해 제약사에게만 무조건 약가를 낮추라고 압력 넣는 것도 안 될 일이고 (손해 보는 장사에 뛰어들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이 경우 희귀질환 환자는 더욱더 고통받게 된다), 그렇다고 한 번에 십억이 소요되는 약을 의료보험으로 다 보장해 줄 수도 없을 터이고. 우리 처럼 전국민 의무 건강보험 가입국인 경우 보건당국자 입장이 참 난처할 노릇이겠다.

환자수가 얼마되지 않으니 약가가 10억이 넘는다 해도, 전체 보험재정 소요비중은 얼마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점점 많은 수의 제약사가 희귀의약품에 부여되는 이러한 혜택에 매력을 느끼고 이쪽으로 뛰어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전 Sanofi 에 합병된 Genzyme. 최근 몇년간 orphan drug 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회사 중 하나다.

우리 회사 역시 Pneumostem 이라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중인데, 개인적인 생각은 사업적으로 이 약의 승부는 결국 미국에서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만큼 orphan status 에 강력한 혜택을 주는 나라가 아직은 없으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정부 역시 orphan drug 의 trend 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Pneumostem 이 발매되면 약가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1억이 되던 10억이 되던 천만원이 되던, 약 하나에 0 이 10개 가까이 붙는 상황을 보건당국이나 일반대중이 어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단 이메일로 받아보믄 Fierce Biotech 뉴스에서 Pfizer 가 Waltham 이란 보스톤에 위치한 바이오벤처로부터 spinal muscle atrophy 관련 orphan drug 을 $70m 에 라이센싱 했다는 기사가 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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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반대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무책임한 사람”.

회의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사람이자 연말 인사철 해고 1순위다 (물론 어떤식으로 반대를 하느냐에 따라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더라).

2012 줄기세포 관련 블로그 10편이란 글을 읽다 보니 이런 글이 2위에 올라 있다.

Patients, Academics, and the Conflict of “Risk of Harm”

얼마전 신문에서 한국 모 줄기세포 업체와 연계된 일본 병원들이 검증 되지 않은 자가줄기세포를 의료관광 온 한국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다는 뉴스가 마치 일본인이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마루타 시험하고 있는 것 마냥 기사가 올라왔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관련하여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후 이 업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 댓글을 올라왔고,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함부로 쓰는 것은 죄악이라는 내용이다. 나 역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증 질환 환자 그리고 그 가족의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치료 받고 낫던지 죽던지 내가 결정하겠다는데 제도를 들먹이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심정. 어찌 보면 회의에 들어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 보고 있는 그 느낌 아닐까?

수요가 있는 곳엔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나서고 있다. 제약업이라는 것도 수겹 포장을 통해 마치 인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양 번지르르 하지만, 결국은 약 팔아 돈 벌겠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목숨이 오고 가는 중증 질환에 있어서야 수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환자를 대상으로. 사람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이 항상 사람의 욕심인지라, 모든 국가의 정부에서는 식약청 같은 기관을 두어 비임상/임상 시험등을 통해 동물과 사람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은 함부로 시판할 수 없게 감독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작동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 도대체 그 검증된 약은 언제 나오냐는 것이다. 이제 6개월이면 죽는다는데, 5년후 10년후에 그나마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검증된 약을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위의 블로그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환자의 바램만을 생각하여 정부가 유효성, 안전성 검증을 포기한다면, 돈에 눈이 먼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엉터리 약을 출시할 것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테니,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진행 상황을 지들만 보는 지들만 아는 전문용어로 지들끼리 떠들지 말고,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나 환자 가족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광범위하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소박한 요구인데, 그것을 들어주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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