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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의 양성화 (의료계 리베이트)

의료계에 요즘처럼 사정 바람이 거센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쌍벌제 시행 이후 최근에는 심하게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에 대한 뉴스가 나곤 하는데, 먼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리베이트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Rebate :a partial refund to someone who has paid too much for tax, rent, or autility. a deduction or discount on a sum of money due.

리베이트는 많은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가격 할인 정책의 하나로 최근 의료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정의상 사실 Kickback 에 더 가깝다.

Kickback : an illicit payment made to someone in return for facilitating a transaction or appointment.

여기서 한가지 더 짚어 볼 단어는 Commisssion 이다.

Commission: a sum, typically a set percentage of the value involved, paid to an agent in a commercial transaction

정의상 kickback 과 commission 은 종이 한장 차이로, 거래의 성립을 도와 준 데 대한 댓가로서 합법이냐 불법이냐 여부에 따라 갈린다.

현재 단속의 대상이 되는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특정 약품을 처방한 댓가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하는 돈이다. 현행법의 정의를 떠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과연 이 리베이트가 불법에 속하는지 한번 따져보고자 한다.

첫번째: 우리나라 의사수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조사해 본 적이 없어도 최소한 수만명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중 국가기관 (군병원, 보건소등) 혹은 비영리 의료법인에 (국가병원, 대학병원등) 소속된 의사는 아무리 많게 보아도 20% 미만일 것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80% 가까운 의사는 모두 개인사업자이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사업자의 최대 관심은 이익의 극대화이다. 어떤 사업자라 해도 A 와 B 라는 상품중 A 를 판매하여 이익이 더 남는다면 당연히 B 보다 A 를 팔려고 더 노력하기 마련이다.

두번째: 상품이 유통되는 데 있어 여러 단계의 중간 업자가 존재하고, 그 중에 상당 부분은 소위 agent 혹은 플랫폼 업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거래가 성립되는데 도움을 주고, 이에 대한 댓가를 받는다. 제약업계를 보면 도매상이 그러하고, 크게 보면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상 약품의 유통에 있어 제약사와 환자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고, 전문약의 경우 이 사이에 중간 업자인 의사가 존재한다. 물론 의사의 임무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지, 약물 유통의 중개자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중간업자로서 일부 마진을 취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전반적 취지로 보아 당연하다. 많은 중간 업자가 판매 증진에 대한 수수료로 판매장려금 혹은 커미션을 수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번째: 대부분의 의약품은 그 효능의 이면에 남용 혹은 과용했을때 부작용이 따르고, 따라서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나라가 의약품의 판매 유통은 엄격하게 관리한다. 따라서 특정 약물은 처방할 수 있는 적응증과 용량을 정부기관이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신약과 복제약 모두 정부기관이 약물의 특성 및 생산자의 자격과 설비등을 모두 평가하여 그 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허가한다. 따라서, 적응증을 벗어난 임의처방 혹은 적정량을 벗어난 과잉처방이 아니라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은 정부기관이 보증한 것이다.

이 세가지를 종합해 보자. 1) 어떤 약물을 처방함에 있어 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용된 적응증과 용량을 벗어나 처방한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 따라서 처벌되어야 한다. 2) 국가기관 혹은 대학병원에 속한 의사의 경우 정부나 기관의 이익에 반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약물을 처방한다면 이 역시 배임에 해당하여 처벌되어야 한다. 그 외에는 특정 약물의 처방증량에 대한 댓가로 의사가 받은 판매장려금 형식의 리베이트 (정확히는 커미션) 수수가 왜 불법으로 규정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현행 의료법에 의사는 몇몇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처방의 댓가로 일체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현재 리베이트 관행을 단속하는거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를 수수함으로써 의사가 처방하지 않아도 될 의약품을 과잉 처방한다거나 혹은 처방하지 말하야 할 적응증에 임의 처방했으냐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음성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란 금전적 댓가에 대하여 공정하게 과세되었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행정적으로 리베이트를 통한 과잉 혹은 임의 처방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기관의 능력 문제이지 이로 인해 무턱대고 리베이트를 불법화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건강 보험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리베이트를 단속한다면 오히려 이를 양성화 시켜 이에 대해 의료인과 제약사로부터 공정한 세금을 걷고, 이 세수를 건강보험 재정에 편입시키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전 동아제약의 강의료 명목의 리베이트에 대해 의사협의가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우리나라 의료인을 대표하는 의사협회라면 쪼잔하게 말도 안되는 사기죄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리베이트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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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화냥년이라 욕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아 대한민국 남자가 가장 비겁했던 때는 병자호란 직후가 아니었을까 싶다. 남자들만이 사람 대접 받던 시절에 오죽들 못났으면 제 나라 하나 못 지키고, 오랑캐라 업신여겼던 여진족들이 세운 청나라에 나라 다 짓밡혀 놓고는, 전쟁통에 끌려가 욕 당하고 온 제 며느리 제 딸들을 화냥년이라 손가락질 하면서 다시 내쫓는 멘탈리티는 아무리 역사는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해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흔히들 경쟁력 없는 국내 제약 산업을 얘기하며 가장 큰 원인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어려운 R&D 는 뒷전으로 놓고 손쉬운 리베이트 영업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컬 제약사에 수년 몸담았던 경험으로, 어느 제약사도 리베이트 영업 하고서 싶어서 하는 곳 없다. 남들이 다 하니 독야청청 나만 뒤쳐질 수 없는 노릇이고, 더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 영업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한다.

전직장에서 일년에 한번 혁신올림픽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틀에 걸쳐 하루는 영업직, 하루는 비영업직의 혁신사례를 발표하는 것인데, 한번은 영업직 경선에 그룹 계열 제약사 직원이 나가 발표한 적 있었다. 대상은 못 탔지만, 어쨋든 수상은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발표를 들으셨던 그룹 CEO 께서 아무리 성과도 좋지만, 직장 생활이라는 게 일단은 즐거워야 할텐데, 그렇게까지 하며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냐고 말씀하셨던 정도였다. 이 자리에 다 옮기기는 뭐하지만, 쉽게 예를들자면 명절에 자기 조상들 산소 성묘가 벌초는 못해도, 거래처 선생님들 선산은 찾아가 할아버지는 물론 증조 고조 할아버지 산소까지 깨끗하게 벌초하고 온다 정도면 감이 올까?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에도 신물이 나고 제약사 본연의 R&D 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내겠다고 국내 모 제약사 사장님께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가정해 보자. 없는 돈에 투자하여 연구소 만들고, 연구원 뽑아 어렵다는 바이오의약품은 안 되더라도 합성신약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는 만들었다고 치자.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Nature Review 에 발표되었던 평균 신약개발 성공확률과 소요비용 그리고 소요시간에 대한 자료를 다시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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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와 있는 자료에 기반할때 Hit 물질 하나가 비임상, 임상단계를 거쳐 신약으로 출시할 수 있는 확률은 4% 이다. 그래서 하나의 신약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Hit 단계의 연구과제 25개가 필요하다. 4%밖에 안되는 낮은 확률이지만, 25개 과제 운영할 능력은 안 되니 죽이되던 밥이되던 똘똘한 과제 하나 골라 올인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일단 윗그림에 나타난대로 평균치만 따라간다 해도 13.5년이 걸린다. 비용은? 역시 평균치만 따라가더라도 $264m 대략 우리돈으로 2900억이 소요된다. (주의할 점은 위의 통계치는 그래도 신약개발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평균이다. 초보 회사는 당연히 삽질을 할테니, 성공확률이나 소요기간은 더 걸리게 된다. 또 소요비용 2900억원도 미국기준이다. 국내에서 개발한다면 이것이 약 20-25% 정도, 그러니까 약 600억에서 730억원 정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4% 확률에 이 소요비용, 이 소요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등떠미는 놈도 나쁜놈이지만, 등떠민다고 하는 놈은 더 미친놈이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사장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올인하고, 차입에 증자에 활용할 수 있는 financing 수단은 다 동원하여 신약을 반드시 개발하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하신다. 이순신 장군만큼 훌륭하시다. 을지문덕 장군처럼 충성스럽다. 강감찬 장군처럼 용감하시다.

하지만, 이 통계 자료에 반영되지 않은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규제의 일관성이다. 제약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항공업이나 건설업도 심하다지만 그보다 더) 정부의 규제에 묶여 있는 산업이다. 허가도 정부가 정하고 가격도 정부가 정한다. 허가와 약가까지 잘 넘어갔다 해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규제가 또 장난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니 다 이해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사전에 제대로 된 예고도 없이 들쑥날쑥한다는 점이다. 어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한마디 하면 바뀌고,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또 바뀌고, 언론에서 한번 쑤시면 또 바뀐다. 세계화 시대에 수출위주의 우리 경제에 성장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한 한미, 한-EU FTA. 자동차, 반도체 살리느라 제약, 농업은 걸레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건강보험이 의무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 의료비의 상당부분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cover 해 주니 지속가능의 측면에서 그것까지도 이해한다고 쳐주자. 하지만 국내 제약사가 정말 외로운 것은, 감독기관이라는 식약청, 심평원 그리고 보험공단까지 아무도 제약사 편이 없다는 것이다. 담당 연구관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해야 하고, 사전상담이니 pre-IND 니 수십번의 상담과 회의를 하고 나서 개발을 시작해도, 나중에 안색하나 안 변하며 손바닥 뒤집는 것 보면 제약사 개발 담당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고 눈이 돌아가기 일쑤다. (나 역시 수태 겪은 일이지만, 그래도 같은 학교 약대 출신이면 사전에 언질도 주고, 뒷자리에서 네고도 쳐 준다는 믿고 싶지 않은 소문도 있다.)

얼마전 미국이나 유럽같은 의료선진국은 아니지만, OECD 국가이고 나름 의약품 인허가에서는 선진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모 국가의 식약청과 인허가 관련 사전상담을 한적이 있다. 서면으로 사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식약청과 마찬가지였고, 미팅전 아 정말 꼼꼼하게 읽어보았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납득할만한 question list 가 송부되어 왔다. 더욱 감동스러웠던 것은 상담 이후 2주내에 업체가 회의록을 서면으로 작성해서 제출하게 되어 있는데, 검토 이후 참석한 공무원 모두의 서명이 담겨 공식문서화 되어 돌아왔다.

기업이 투자집행하는데 있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control 할 수 없는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이유에 의한 불확실성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최대한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용하는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걷어주고 나서 R&D 는 뒷전이네, 손쉬운 리베이트 영업만 하네 욕해야 하지 않을까? 콜롬버스네 파이오니어네 (최근에는 국가신약관리단인가 뭐 그런것도 생겼더라) 하며 집어주는 몇푼 연구비 안 주는 것 보다 고맙긴 하지만, 주는 분이나 받는 놈이나 정말 그걸로 뭐가 될거라고 기대하고 받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과거 관리관청에서 가이드 해 주고, 자문해 주는대로 따라서 중간에 개발방향도 바꾸고 프로토콜도 바꾸면서 열심히 개량신약 개발한 경험이 있다. 최종 허가단계에서 몇번을 보완 요청하더니, 결국은 서방성제제에 대한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우리 제품은 XX 시험이 추가되지 않으면 허가해 줄 수 없다고 전화로 연락이 왔다. 눈이 팽 돌아, 그럼 지금까지 하셨던 말씀은 다 뭐였냐고 했더니, 글쎄 우리 직원들이 아직 공식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상담에 실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그런점이 있다면 죄송하단다. 혹시나 사전 상담 내용중 문서로 남아 있는게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더니, 모두 내부문서 우리까리 작성한 것이지, 그 기관에서 그러그러하게 자문했다고 입증할만한 어떤 문서도 없더라. 언제 업계를 떠나면 공개하리라 마음 먹고 그 전화내용 녹음해 두었지만, 아직 업계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나 공개가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17세기 우리 할머니들도 먹었던 욕이었으니, 지금와 그 후손들이 또 같은 욕 먹는다 팔자라고 생각해야 할까? 화냥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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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리베이트에 대한 단상

오후에 전문지부터 시작하여, 인터넷 언론 그리고 이제는 주말 TV 뉴스까지, 제약회사와 병원간의 검은 유착 관계, 9개 제약회사 400억대 리베이트 제공 발견등 듣기에 따라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속한 회사도 이번 9개사중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서로 확정된 증거만을 통해 마치 우리 회사가 리베이트 제공의 괴수인것 마냥 표현되었습니다만, 사실은 이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건은 사실 새로이 발견된 것은 아니고, 작년 1월 도매상 자료로 시작된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회사에 대한 건으로 1년을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최근에야 공정위의 부당고객유인여부에 대한 심의 그리고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어 공정위가 발표한 것일 뿐, 사실상 그 행위는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행위에 대한 심판입니다.

우리 회사가 리베이트를 정말 제공했는지, 그 규모와 방법이 어떠했는지는 이번 사건의 발생 시기가 제가 입사하기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이고, 입사 이후라 하더라도 작년말까지 주로 R&D 쪽 일만 해 왔던 더라, 제가 알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과거 10년간 리베이트는 사실 업계의 관행처럼 성행해 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제약업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약업에서 왜 유독 리베이트가 성행하게 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제약산업 (특히 전문약의 경우) 의 독특함이라면 크게 다음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사용자와 구매결정자의 분리; (2) 수익자와 가격지불자의 분리; (3) 거래플랫폼의 독점화 가 그것입니다.

(1) 사용자와 구매결정자의 분리

구매전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약의 경우 최종 사용자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의사입니다. 현행 의료수가 제도에서는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던 의사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처뱡약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동일한 처방료가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의사는 여러가지 약 중 특정약을 처방할 동기가 없어집니다. 특히 동일 성분, 동일 용법 용량을 갖는 제네릭의 경우는 생동시험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 시험) 을 통해 상호간 동등성을 국가에서 인증받은 제품이므로, 원칙적으로 모든 약이 동일한 품질 (유효성과 안전성) 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우리나를 포함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문약의 대중 광고는 금지되어 있는 바, 최종 소비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알릴 기회도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2) 수익자와 가격지불자의 분리

약품을 복용함으로써 직접적인 혜택을 얻는 사람은 환자이지만, 현행 의료보험 제도하에서 환자는 약제비의 30% 만 부담하게 되어 있고, 나머지 70% 는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에서 70% 라는 큰 비중을 부담하므로, 정부는 약가제도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약품의 최대 상한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신약의 경우는 약물경제성을 평가하여 제약사와 보험공단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구조이고, 제네릭의 경우는 발매 순서에 따라 오리지널약의 68% 부터 시작하여, 발매시점 동일성분 약품 최저가의 90% 로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되며,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약가를 통제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실거래가 반영제도입니다. 예를들어 정부에 의해 약가가 100원으로 책정된 약을 의료기관에 80원으로 공급했다면, 정기적인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이듬해 부터는 대상 약물의 약가 (보험 상한가) 가 80원으로 재조정됩니다. 예를 들자면, 판촉을 통해 화장품을 할인하여 공급했다고 하여, 내년부터 할인폭만큼 해당 화장품의 가격이 정부에 의하여 강제로 인하되는 구조입니다.

(3) 거래플랫폼의 독점화

최근에 상비약 정도는 약국외 슈퍼에서도 팔게 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지만, 아직도 전문약, 일반약 모두 거래는 약국과 병의원으로 한정되어 제도적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 플랫폼의 독점화 역시 거래상 의사와 약사의 bargain power 를 엄청나게 상승시키는 구조가 되겠습니다.

이 세가지 특성을 조합해서 생각해 보면, 제약업계에서 왜 의사에 대한 리베이트가 성행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의사는 특정약을 처방할 경제적 동기가 없고, 특정성분에 대해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정부가 인정한 원칙적으로 동일한 품질을 가지고 있는 바, 의사는 품질을 통해서도 특정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매 결정 (처방) 에 있어 특정 제약회사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차지하게 되고, 여기에 특정 제약사의 약을 처방함으로써 얻어지는 과외의 경제적 혜택 즉, 리베이트가 꺼어 들게 됩니다. 특히나 2010년 11월까지는 이러한 리베이트를 수수한다고 해도, 의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바, 의사에게는 제도적 리스크도 없게 됩니다. 처음 시작이야 제약사가 먼저 했겠지만, 나중에는 많은 의사가 먼저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구조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위에서 보듯이 의사 그리고 약사는 약품의 거래환경에 있어 독점적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의사의 리베이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제약사가 몇이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는 의사라고 해도, 사실상 환자의 부담금은 전체 약제비의 30% 에 지나지 않으므로, 좀 더 싼 제네릭을 처방한다고 해도 환자의 부담이 훨씬 경감되는 것도 아닙니다. 리베이트 대신 제약사에 할인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특정한 방지 제도가 없으면 대부분 남용하기 마련입니다. 보험재정이라는 것이 사실상 누구의 돈도 아닌 공공재의 성격이다보니, 얼마나 많은 의사나 제약사가 보험재정 건전화 시키겠다고, 리베이트 대신 정식 할인을 요구하겠습니까? 거기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할인이 적발되면 내년도 약가가 그만큼 깎이게 되는데.

결국 이러한 환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리베이트라는 음성적 거래관행을 만들어 낸 것이고, 공정위에서 이를 단속하는 근거는 리베이트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로써 소비자의 경제적 권익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을 통해 국내 제네릭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고, 리베이트는 사실상 국내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번 적발 사례에서 보듯이 고가 오리지널 약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사 역시 예외는아니었습니다. 약가의 상한가를 정부가 일정수준으로 정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서 과연 제네릭 업체의 리베이트 제공이 최종 소비자의 경제적 권익을 해쳤는지 여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의사의 처방이 오리지널에서 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으로 많은 부분 스위치 된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스위치를 통하여 동일성분 약물의 평균 소비자 부담 역시 낮아 졌을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었을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정부는 제약사가 리베이트에 힘쓸 여력이 있으면 그돈으로 신약개발등 R&D 에 투자하라고 합니다만, 신약개발의 경우 심한 경우 성공 확률이 5% 도 되지 않을 정도로 high risk, high return 게임입니다. 거기다 신약을 어렵게 만들어 낸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정부가 신약의 약가를 얼마나 책정해 줄 지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몰아 부치기 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산업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몇년전 제가 생각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정책 후보를 포스팅 한 글이 아직 안 지워지고 살아 있었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고 feedback 부탁드려요 (http://jjay.egloos.com/4225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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