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의 양성화 (의료계 리베이트)

의료계에 요즘처럼 사정 바람이 거센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쌍벌제 시행 이후 최근에는 심하게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에 대한 뉴스가 나곤 하는데, 먼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리베이트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Rebate :a partial refund to someone who has paid too much for tax, rent, or autility. a deduction or discount on a sum of money due.

리베이트는 많은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가격 할인 정책의 하나로 최근 의료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정의상 사실 Kickback 에 더 가깝다.

Kickback : an illicit payment made to someone in return for facilitating a transaction or appointment.

여기서 한가지 더 짚어 볼 단어는 Commisssion 이다.

Commission: a sum, typically a set percentage of the value involved, paid to an agent in a commercial transaction

정의상 kickback 과 commission 은 종이 한장 차이로, 거래의 성립을 도와 준 데 대한 댓가로서 합법이냐 불법이냐 여부에 따라 갈린다.

현재 단속의 대상이 되는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특정 약품을 처방한 댓가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하는 돈이다. 현행법의 정의를 떠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과연 이 리베이트가 불법에 속하는지 한번 따져보고자 한다.

첫번째: 우리나라 의사수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조사해 본 적이 없어도 최소한 수만명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중 국가기관 (군병원, 보건소등) 혹은 비영리 의료법인에 (국가병원, 대학병원등) 소속된 의사는 아무리 많게 보아도 20% 미만일 것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80% 가까운 의사는 모두 개인사업자이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사업자의 최대 관심은 이익의 극대화이다. 어떤 사업자라 해도 A 와 B 라는 상품중 A 를 판매하여 이익이 더 남는다면 당연히 B 보다 A 를 팔려고 더 노력하기 마련이다.

두번째: 상품이 유통되는 데 있어 여러 단계의 중간 업자가 존재하고, 그 중에 상당 부분은 소위 agent 혹은 플랫폼 업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거래가 성립되는데 도움을 주고, 이에 대한 댓가를 받는다. 제약업계를 보면 도매상이 그러하고, 크게 보면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상 약품의 유통에 있어 제약사와 환자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고, 전문약의 경우 이 사이에 중간 업자인 의사가 존재한다. 물론 의사의 임무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지, 약물 유통의 중개자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중간업자로서 일부 마진을 취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전반적 취지로 보아 당연하다. 많은 중간 업자가 판매 증진에 대한 수수료로 판매장려금 혹은 커미션을 수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번째: 대부분의 의약품은 그 효능의 이면에 남용 혹은 과용했을때 부작용이 따르고, 따라서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나라가 의약품의 판매 유통은 엄격하게 관리한다. 따라서 특정 약물은 처방할 수 있는 적응증과 용량을 정부기관이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신약과 복제약 모두 정부기관이 약물의 특성 및 생산자의 자격과 설비등을 모두 평가하여 그 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허가한다. 따라서, 적응증을 벗어난 임의처방 혹은 적정량을 벗어난 과잉처방이 아니라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은 정부기관이 보증한 것이다.

이 세가지를 종합해 보자. 1) 어떤 약물을 처방함에 있어 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용된 적응증과 용량을 벗어나 처방한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 따라서 처벌되어야 한다. 2) 국가기관 혹은 대학병원에 속한 의사의 경우 정부나 기관의 이익에 반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약물을 처방한다면 이 역시 배임에 해당하여 처벌되어야 한다. 그 외에는 특정 약물의 처방증량에 대한 댓가로 의사가 받은 판매장려금 형식의 리베이트 (정확히는 커미션) 수수가 왜 불법으로 규정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현행 의료법에 의사는 몇몇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처방의 댓가로 일체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현재 리베이트 관행을 단속하는거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를 수수함으로써 의사가 처방하지 않아도 될 의약품을 과잉 처방한다거나 혹은 처방하지 말하야 할 적응증에 임의 처방했으냐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음성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란 금전적 댓가에 대하여 공정하게 과세되었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행정적으로 리베이트를 통한 과잉 혹은 임의 처방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기관의 능력 문제이지 이로 인해 무턱대고 리베이트를 불법화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건강 보험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리베이트를 단속한다면 오히려 이를 양성화 시켜 이에 대해 의료인과 제약사로부터 공정한 세금을 걷고, 이 세수를 건강보험 재정에 편입시키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전 동아제약의 강의료 명목의 리베이트에 대해 의사협의가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우리나라 의료인을 대표하는 의사협회라면 쪼잔하게 말도 안되는 사기죄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리베이트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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