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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주는 문화에 대한 단상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요즘 미 밀레니얼 세대 “팁? 그걸 왜 줘야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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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참 많이도 갔던 것이 해외 출장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다니면서도 어지간해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 팁 주는 문화이다. (추가로 하나 더 들자면 매장에서 세금 제외한 가격 표시해 놓는 것 하고). 차라리 한국 호텔처럼 봉사료를 일률적으로 몇% 정해 놓으면 대략 아 이 정도 지불하면 되겠다 할텐데, 대략의 관습이 있다지만 너무 적게 줘서 욕먹는거 아닌지, 너무 많이 줘서 호구되는거 아닌지 많이 거북하더라. 그래서 팁 주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이런 생각 한 적도 있다.

경제학을 좀 이해해야겠다 싶어 예전에 맨큐의 경제학 사서 독학으로 몇번이나 읽은 적 있는데, 미시경제학의 출발은 시장이요, 시장 행태의 상당 부분은 수요/공급 곡선으로 설명된다 . 수요/공급 곡선은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격은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 그 핵심개념이다. 그 틀에서 소비자잉여와 공급가 잉여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를테면 내가 목이 너무 말라 만원을 주고라도 물 한병을 사고 싶은데,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의 가격이 천원이라면 천원에 살 수 있고, 이때 소비자 잉여는 만원과 천원의 차이 즉 9천원이 된다. 즉, 시장이 없었다면 만원 주고 샀을 것을 시장이 기능함으로써 천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개념이 공급자에게도 적용되는데, 돈이 너무 급해 천원에라도 팔고자 하는 공급자가 시장의 기능으로 인해, 천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 수 있어, 실 판매가격과 자신의 공급용의가격간에 차이가 생기고, 이것은 반대로 공급자 잉여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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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lasts forever..

[Why] 가슴 성형 잘한다는 강남 의사의 솔직한 고백

오늘 조선일보 인터넷판 톱기사 제목이다. 내과나 산부인과등 보드 없는 타과 의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어 일년안에 상당수 성형외과 의사들 문닫을 판이라는 얘기다. 불과 두달전만 해도 이 업종에 있었으니 (의사는 아니고),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자유경쟁시장의 조건은 다음의 세가지이다. 1) 개별주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여 시장참여자 모두는 가격에 영향을 행사할 수 없다; 2) 유통되는 재화와 서비스는 사실상 동일하다; 3) 시장에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 이 세가지가 만족되는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는 사실상 가격에만 의존하게 된다. 즉, 균형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높으면 공급이 증가하나 수요가 감소하여, 생산량은 균형점으로 회귀하고, 반대로 가격이 낮으연 수요가 증가하나 공급이 감소하여 생산량은 다시 균형점으로 돌아온단다.

성형시장을 이 잣대에 맞추어 살펴보자. 진입과 퇴출, 아직은 성형수술은 의료의 영역으로 의사자격증이 있어야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나, 성형외과 보드외 다른 specialty 의사의 참여가 허용되고, 또 이들의 7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 대비 공급자수는 사실상 포화상태라 하겠다. 진입과 퇴출 사실상 자유롭다. 재화와 서비스의 동일성. 시술이 표준화 되고, 성형외과/피부과 보드가 없는 미용GP 선생이 오히려 혁신에 더 적극적인 상황에서 거의 동일하다고 보겠다. 시장가격에 대한 개별주체의 영향. 인터넷 등을 통해 특정시술의 가격이 낱낱이 노출되어 있는 시점에서 섯불리 가격을 올리면 바로 환자가 떨어지는 세상에서 브랜드를 확실히 확보한 몇몇 성형외과 외에는 사실상 모든 의사들이 price-taker 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러한 논리로 성형수술 시장을 완전경쟁 시장이다 (혹은 완전경쟁 시장으로 수렴하고 있다) 로 가정하면 가격은 원가에 기회비용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위의 기사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왜 시간들여 글을 쓰고 앉아 있냐고? 글쎄 말이다.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의사란 직업은 전체 인구의 최소한 5% 상위그룹을 차지하는 소위 잘 나가는 직업군이다. 지난 5월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를 주로 상대하는 모 제약사의 마케팅 본부장으로 1년반 있었는데, 그때 깜짝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이런 5% 상위그룹에 속하는 의사들 중에 신불자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공자는 짱꼴라다”란 말을 쓰면서 주어=보어를 기반으로 하는 3형식 문장에서 형이상학적 중국을 대표하는 공자와 형이하학적 중국인을 대표하는 단어 짱꼴라가 만남으로써 생기는 의미간 충돌을 얘기한 바 있었는데, “의사는 신불자이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완전경쟁시장의 가속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가만히 앉아 있는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 붕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질곡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전략”이라는 개념의 도입이다. 열심히 성실하게가 아니라, 남과 다르게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란 불들 어려서부터 워낙 공부 잘한다 소리 듣고 커 온 분들이라, 사실 이 분들 자신에 대한 자부심 대단하고, 워낙 잘난 분들이라 열심히 성실하게만 한다면 자기는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대부분이다 (단순히 가정이 아니라 마케팅 본부장으로 일년 반 몸으로 때우면서 배운 경험이다). 근데 어쩌나, 경쟁 상대가 모두 의사들이고, 이 분들 모두 열심히, 성실하게, 친절하게 하면 자기는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인데.

수십년전 설탕 만드는 마인드셋으로 삼성이 지금도 휴대폰 만들고 있다면, 노키아니 모토롤라니 얘기 나오기도 전에 버얼써 삼성도 역사의 뒤안길로 숨어 들었을 것이다. 육십년전 동동구리므 만드는 마인드셋으로 아모레퍼시픽 지금도 화장품 만든다면, 80년대 이미 고꾸라 졌을 것이다.

전략적 개념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사업적 마인드가 배양되어야 되고, 사업적 마인드는 하루 벌어 정산하고 돈 좀 들어왔다 낄낄대는 장사치 마인드하고는 다르다. 전략이란 개념은 오년 후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당장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에도 경영 컨셉이 도입되어야 하고, 경영 컨셉이 도입되려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 결국 병원의 영리법인화가 허용되고 경영쟁이들이 들어가 차고 앉아야 해결될 문제란 말이다.

유명한 마케팅 교과서에서 내린 마케팅의 정의는 “serving customers differently at a profit” 이란다. 기업은 고객의 만족을 위해 일해야 하고,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 일해야 한다. 단, at a profit 이 있어야 한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선생님들 협회에서 이 주제로 토론하면, 보나마나 제대로 교육받지도 않은 GP 들이 끼어들어 환자의 안전은 도외시 한채 가격으로 덤핑을 쳐 시장이 개판되었으니, 이들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가 결론으로 나올 것이다. 여기에 쉬운 시술 같은 것은 의사가 하지 말고, 간호사 시키잔 얘기 나오면 만고의 역적으로 노발대발 할 것이다.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돈은 모두 소위 명문대에서 제대로 교육받으신 분들이 다 끌어가겠다. 근데 현실은 왜 그렇지 않은지도 함께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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