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접근

눈송이 날리는 주말이었지만, 여느때와 다름 없이 배깔고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로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우연이 발견한 다큐 프로그램 “현재를 만든 과거의 이야기. 아날로그 그날들 – 회현지하상가”.

 

중학교 3학년때 반에서 반장하던 박상철군과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역으로 나왔던 배우 박상민의 친형이다) 오디오 소년으로 당시 충무로 회현동 싸돌아 다니던 기억이 아른히 살아나며 추억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다. 각종 IT 기기들 얼리어답터랑 말 듣긴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사람이다.  얼리어답터란 말은 아마도 애플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비교적 일찍 맥 컴퓨터를 써왔기에 듣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30년전 입주한 오래된 아파트 11층에 사는 덕에 한겨울이 되어도 방이 절절 끓는다.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난방 조절할 방법도 없고, 아직도 하루의 반은 선풍기 켜고 산다. 싸구려 기기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성능에 일관성이 없다. 내방에 있는 선풍기도 올 여름에 산 것임에도 벌써 켜질때도 있고, 켜고 아무리 기다려도 샛바람에 풍차 돌듯 날개가 변죽만 울리고 돌지 않는 적도 많다.

디지털 기기는 문제가 생기면 작동원리에 맞추어 무언가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 주어야 다시 돌지만, 아날로그 기기는 예전 고장난 TV 한대 때리면 멀쩡히 잘 나오듯이 풀었다 조여 주기만 해도 다시 잘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추억의 프로그램도 보았겠다. 도라이바 가져다 (이런 경우는 도라이바가 음율이 맞다) 선풍기 한번 다 분해 했다 다시 조여 주니 이제 제대로 돌아간다.

회사 내년도 사업계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데, 조직과 사업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 찾아내는 것이 정답이겠으나, 선풍기 그랬듯이 어쩌면 그냥 한번 풀었다 조여주는 아날로그적 접근으로도 많은 부분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하면서 주말 저녁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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