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평가

한참 전 어디선가에서 읽었던 이야기. 해방 전후 정부수립 과정에서 모 인사가 서울시장과 초대국회의원 출마 모두를 제안 받았단다. 국회의원 출마로 마음을 굳힌 이 분이 집안 어르신께 이야기 드렸더니 그 어르신 팔팔 뛰었더란단다. 서울시장이면 족보에 한성판윤이라 벼슬을 쓸 수 있는데 국회의원이면 족보에 뭐라 쓰냐고.

전 직장에서는 호칭에 직위를 못 붙이게 하는게 규칙이었다. 당시 직급이 본부장 상무였지만 회사내 공식 명칭은 이장영님. 처음 제도가 도입되었을땐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일부 사업부나 계열사는 끝까지 수용 거부하기도 했지만,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를 보았을 때 이러한 호칭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대부분은 직급을 같이 붙인다. 명함이 중요한 것도 굳이 연락처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직급을 알기 위함이다. 직급을 모르면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애매하니까. 그래서 난 사람들이 전무님라고 불러 주는 것보다 박사님이라 불러주는 것이 더 좋다. 전무야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임시직급이지만, 박사야 한번 학위 취득했으면 평생 따라가는 것이니. 회사 그만두고 더이상 전무도 아니면서 전무님 소리 들으면 무척 어색할 듯 싶다.

호칭

글제목을 평가라고 달아 놓고 호칭 얘기를 한참 늘어놓은 이유는 많은 경우 우리의 평가 잣대라는게 호칭과 무척 연관이 깊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인 학벌만 해도 결국은 수능과 내신에 의해 결정된다. 수능과 내신은 또 뭔가? 몇몇 출제위원이 선택한 문제와 답이다. 물론 수능을 관리하는 국가가 엄선한 출제위원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그들이 뭐간디 내가 그들이 선택하고 고른 답을 얼마나 맞히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까? 수능은 워낙 많은 사람이 보는 시험이니 관리상 그렇다고 치자. 조직내 승진도 그렇다. 몇몇 인사위원들 혹은 힘센 윗분 한사람의 결정이다. 그들이 뭐간디 내 인격과 실력이 그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나? 신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실리는 대학평가, 살기 좋은 나라 평가, 혁신형 제약기업 평가. 이런 평가들 세자면 한도 끝도 없다.

모든 일은 plan do see 의 세단계를 거쳐야 하고 각각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단다. 여기서 see 가 평가에 해당하는데 측정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평가 역시 일의 한부분으로 성과를 개선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평가는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일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평가가 절대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를 옥조이는 족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인간으로서 나를 전체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특정한 시간 특정한 측면에 대해 특정한 기준으로 나에 대한 점수를 특정 기한에 한정하여 메길 수 있을 뿐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수백개 수천개 기준에 대한 평가가 누적되었을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평가

요즘 전교 일등하는 형 기세에 눌려 작은놈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 것 같다. 학교 성적이라는 것 사람을 평가하는 수백 수천가지 기준중 하나일 뿐인데, 온 나라 학부형 그리고 학생들이 그 기준에 매달려 웃고 울고. 30년 나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삼백년전에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앞으로 삼백년 후에도 이러지 않을까 셒다. 좀 건방져 보일지 몰라도 세상에 감히 어떤놈이 날 평가해? 하는 생각으로 산다면 언젠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아침에 둘째한테 이 얘기 해주다 마눌께서 똑같은 인간들이 자알들 놀고 있다며 쫑코 주시더라..)

행복은

Read more

글쓰기 후진국 대한민국

트위터에서 발견한 주간조선 기사 링크 “글쓰기 후진국 대한민국”. 관련하여 개인적인 얘기를 좀 풀어보려 한다.

학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원래 1지망은 전산학과였다.

학력고사 세대인지라 먼저 시험점수와 내신을 가지고 마치 포커치듯이 베팅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내신을 감안하더라도 나중에 언론에 발표된 연대 전산과의 커트라인이 내 학력고사 점수보다 낮더라.

불합격의 유일한 원인을 논술에서 (아마 우리가 논술 첫 세대 아니었다 싶다) 찾을 수 밖에 없었던지라, 대학 입학하면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스무살때부터 습작도 하고 아버지한테 개무시 받으면서 가내 글짓기도 하고등등의 덕분에 이제 남들에게 곧잘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듣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머리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더라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인터넷으로 별의별것 다 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결국 생각은 말과 글로 나타낼 수 밖에 없다.

큰놈이 올해 고2인데, 나 고2때 생각해보면 어찌 젊은 놈이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부 많이 한다. 방과후에 학원을 세개 다니고 학원 수업 없는 날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이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라 토요일 일요일 모두 오전시간은 학원이다. 덕분에 물론 성적은 곧잘 나오는 편이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 역사 지식에 대한 설문 기사를 보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도대체 머리속엔 뭐가 남아 있는 거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식은 어떻게들 표현하는건지…

역사교육 강조하며 도외시하는 기성세대는 위선자인가

Read more

친절한 승무원

이번 모대기업 임원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을 보고 문득 생각난 예전 일화.

재작년 모나코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 음악 들으며 정신 없이 자다 보니 아이팟이 좌석 어딘가에 박혀 행방 불명. 일어나 두리번대며 찾고 있으니 승무원이 찾아와 무슨 일이냐 묻더라. 사정을 얘기하니 승무원 두셋이 몰려 와 옆자리 승객에게 양해 구한 후 삳삳히 수색, 결국은 못 찾으니 전화번호를 달란다.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 주겠다고.

도착 후 짐 찾으려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다. 찾았다고. 짐 찾는데 있다니 그 승무원이 직접 찾아와 전해 주더라.

집에 오는 길 고맙다는 문자 보내니,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처자 있는 몸이라 이후의 인연은 만들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대한항공 승무원 친절은 이 정도인데.

20130424-085239.jpg

오늘 뉴스보니 폭행한 그 임원 결국 회사에 사표 냈단다. 순간의 감정 하나 조절 못하는 인간이 무슨 기업 경영을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버젓이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곤 했다는 스티브 잡스나, 기행이란 기행은 다 일삼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생각을 해보면, 이게 사표까지 가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도..

Read more

팬터지 (Fantasy)

대부분 내 블로그 포스팅은 사전에 기획된 주제가 아니라 그때 그때 보는 것, 읽은 것, 주워들은 것에 대한 reponse 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은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다.

이미지

절대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라고 본다. 지난주 얼마나 황홀했는지 공연 후 정전사태까지 초래했다는 비욘세의 수퍼볼 하프타임쇼. 제 정신으로 바라보면 허벅지 탱탱한 흑인 여가수가 반쯤 벗은 상태로 원색점 리듬에 맞추어 엉덩이 흔들며, 춤추는 광경이다. 그런데 이 15분짜리 쇼 하나에 수천, 수억불의 돈이 오가고 사람들이 열광하는거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허벅지 탱탱한 흑인 여가수의 춤과 노래가 아니라, 공연 그 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자기 머리속의 팬터지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이제는 좀 빛이 바랬지만) 가격이 70%도 안되는 대체품을 두고, 왜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사과그림이 선명한 맥을 쓰냐고? 그게 간지나고, 그게 멋있거든. 그리고 그 간지와 멋은 물리적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 머리속 혹은 마음속에 팬터지란 형태로 존재한다.

Read more

승우의 졸업식을 축하하며

승우의 졸업식을 축하하며

둘째 아들 승우의 초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며 쓴 편지

Read more
...891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