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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비시 연필깎이

십오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은데, 동경으로 출장 갔다가 남는 시간 들렀던 시부야 도큐한즈, 정말 천국이었다. 나름 개취라고 아키하바라 간담까페, 만다라케의 프라모델, 간다의 헌책방등등 좋아하는 장소가 다 다르다지만 (아 누구는 갈때마다 잊지 않고 새벽 츠키지 시장 들른다고도 합디다), 나한테는 여기가 제일 좋았다.

7층인가 8층인가 되는 높이 한층이 세개의 복층으로 이루어져 빙글빙글 어지럽기도 했지만, 엘리베이터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와도, 밑에서 꼭대기까지 계단 걸어 올라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무엇보다 한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아닌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도큐한즈에서만 볼 수 있는 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런 브랜드 제품들. 듣보잡 (이라고 하기엔 뉘앙스가 많이 다릅니다) 이라 할 수 없는게 진열된 제품 가격표를 들여다 보면 눈 튀어 나오는 것들이 제법이다. 일례로 일본 초등학생들 메고 다니는 베낭 가방 (일본어로는 가다가나로 란도세루라 쓰는) 하나가 8만엔 그랬던 기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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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한즈 백화점

요즘은 일본 출장 좀 뜸하지만, 한동안 상반기 하반기 나누어 일년에 두번은 꼭 방문했다. 당시 사장님께서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일본 파트너링 관계는 첫째도 정성, 두째도 정성이라고 하시면, 일본 업체들은 정성에 으리로 보답해 준다나…? 일본 제약사들이야 오사카 아님 동경 니혼바시 근처에 오골오골 모여 있어 출장 가는 도시도 대부분 고정. 오사카 본사 있는 다케다 같은 회사도 BD 쪽 사람들은 동경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의는 동경에서 일 다 보았다.

동경에 갈때마다 시간나면 꼭 들렀던 곳이 시부야의 도큐한즈 백화점이었는데, 백화점이기는 해도 상품 구색이나 진열 그리고 종업원의 접객 자세가 세이부나 미쯔꼬시같은 백화점들과 대비 너무 독특해 특별히 쇼핑하지 않더라도 시간 보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얼마전 리디북스에서 이북 구매하다 실수로 딸려 들어온 것 같은데, 토큐한즈에 대한 스토리북 “세상에 팔 수 없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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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한즈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던 veteran 이 쓴 책 (일본책답게 챕터하나가 세페이지 넘지 않는다). 도큐 그룹 부동산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동경 유휴지가 갑작스런 불경기로 임대 되지 않자 스스로 점포를 만들어 보자 결정하고, 당시 미국에 유행하던 DIY 개념의 HI (Home improvement) 전문 백화점을 추구했단다. 갑자기 판매원을 구할 수 없어, 전문판매원이 아닌 아마추어 하지만 특정 상품에 전문가인 목수, 기계공등 아마추어 판매원 이자 전문소비자를 고용했다나.

아베노믹스, 소비세 인상으로 반짝한다고는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 3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모르는 장기 불황에서, 소매업은 직격탄을 맞았단다. 작년 재작년 동경 백화점들 누적되는 적자로 점포 철수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저자는 이 불경기 흐름에 도큐한즈 백화점도 점점 과거의 독특함을 잃고 고객이 아닌 매상에만 집착하여 결국 그렇고 그런 소매점포로 전락하지 않는지 베테란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단다.

불경기를 벗어나는 최상의 방법은 매상과 효율이 아닌 독특함과 고객에 focus 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클릭 한번으로 모든 상품을 최저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소매 점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객에게 실재 상품의 촉각을 강조하고, 이를 통한 엔터테인멘트를 주는 것이라며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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