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임원으로서 전 그룹의 팀장들이 1박2일간 2012년 눈앞에 닥친 불황 극복을 위한 제안 발표를 들으러 인재개발원에 갔었다.
총 21개로 조를 나누어 밤을 꼬박 새면서 토의하고 고민했다지만, 위대한 아이디어가 하룻밤 사이에 뚝딱거린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부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있기는 했지만, (시니컬한 내 성향을 십분 반영하더라도) 뭐 내 귀에는 그렇고 그런 제안들이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발견하지 못했다.
발표가 끝나고 그룹 CEO 께서 하신 말씀중에 평범하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의사 결정 간단해요. 내 돈이라 생각하면 실수 없어요. 여기 계시는 분들 중 나중에 독립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언제나 내 돈이라면 어떻게 결정할까 생각하면 실패할 수 가 없어요.
과거 몇년간 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를 맡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일부는 수십배의 수익을 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처절하게 말아 먹은 경험이 있기에 더 이 얘기가 귀에 들어왔겠다. 이후 회사에서 운영하던 식스시그마 기법에 의거 투자의사결정에 대해 공부한 적도 있지만, “내 돈이라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 성공 투자를 위한 만고의 진리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 내 돈 원칙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내 돈이라 생각하면 돈을 잃을까 걱정되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잃을 우려가 없다 이런 식으로 번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시장보고, 공과금 내고, 축의금 내고 이런 것들 일상의 지출 (뭐 생존을 위한 지출이라고도 하겠다) 이다. 줄일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 그리고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런 항목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 넓혀 자동차를 산다, 집을 산다 생각해보자. 관점이 자동차나 집을 자본재로 생각하느냐 소비재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큰 결정은 아니다. 소득 수준, 혹은 향후 안정성등을 고려하여 투자를 미룰 수도 있고, 포기살 수도 있다. 조금만 더 발전시켜 보자.
자녀의 유학, 나의 재교육. 유학 간다고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유학 다녀와서 빌빌 싸는 사람들도 많은데. 재교육. 스펙 쌓는다고 다 출세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밤마다 술 마시고 주말마다 골프 다니면서 인맥 쌓은 것이 더 중요할텐데. 2년짜리 MBA 를 놓고 재무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지만, 교육에 대한 의사결정은 훨씬 더 넓은 내 돈 원칙에 입각해서 생각해야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내돈의 원칙을 협의로만 생각하다 보면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소홀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돈이다란 생각이 우리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회사 돈이니 대충 쓰자가 아니라,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 충격이 내 개인까지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장치 말이다.
소프트뱅크 벤처에 Joey Kim 이란 젊은 친구가 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블로그나 트위터등등에서 좋은 글을 자주 접하고, 벤처생태계에 대한 이 친구 글은 대부분 저장해서 나중에 다시 본다. 우연히 이 친구의 지금까지 인생 역정에 대한 포스팅을 발견해 여기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