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브랜드

교대역 근처 근무한 적 있었는데 14번 출구 근처라 편입학원 많은 동네였다. 젊은 친구들 유동인구가 많아 특히 식당 같은 경우 얼마나 주기가 짧은지 좀 괜찮은 식당이 생겼다 싶음 아 여기는 지켜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서너달도 지나지 않아 간판 없어지고 다른 가게가 들어오곤 했다. 가장 아쉬었던 것이 교소돈 (교대 소바와 돈까스).

일본을 좋아하는 점 중의 하나가 이것인데, 이십년전 출장길 맛있었던 골목길 작은 식당 다시 찾아가보도 최소 80% 이상의 확률로 그 자리에서 영업중이다. 많지 않은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라 물론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이런 보수성이 일본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는 것 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편이다. 보다 정확히는 브랜드라기 보다는 어떤 특정 제품. 그리고 이 로열티는 진심으로 생활인의 그것이다. 플렉스, 소셜 그런것과는 일도 관련 없다. 내가 좋고, 편하면 그만이다. 몇가지 열거하자면, 리바이스 청바지, 락포트 구두, 제트스트림 볼펜, 몰스킨 수첩, 새우깡 (블랙, 매운맛 그런거 말고 그냥 새우깡), 조수사 저녁 사시미 (역삼역과 강남역 사이 골목길 오래된 한국식 일식집입니다), 그리고 애플 매킨토시.

오래된 제품의 단종과 관련 가장 가슴아팠던 것은 버버리 애프터 쉐이브였다. 그야말로 이십년을 넘게 출장길 마다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서 2개씩 3개씩 꼭 주문했던 제품. 집사람이 내 향기라고도 얘기했던 그런 제품인데, 일말의 사전경고도 없이 대한민국 유통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너무나 슬펐다.

직장생활 대부분을 신약개발쪽에서 일해 왔지만, 그 중 몇년은 화장품 일도 했다. 화장품 일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시즌이 바뀌었으니 제품 리뉴얼해야 한다는 주장. 시즌이 바뀌었다고 왜 해야 하는데? 숱하게 질문했지만, 답변은 OO님은 화장품 바닥부터 배워 올라온 것이 아니라 이해를 못하시네요 이 업계는 원래 그래야 하는거에요. 머리 굳고 나서 시작한 화장품이라 디테일에 약한 것 동의하지만, 그래도 아직 철 바뀌었다 하는 리뉴얼 이해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중에 새우깡이나 맛동산 아니면 박카스처럼 발매 이후 찬란하게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제품이 뭐가 있을까요?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