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또와 현실

전 직장에서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하는 줄기세포 치료제 마케팅 맡았을 때 일이다.

무릎연골 손상 관련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전세계 최초, 유일한 제품인데다가, 익숙한 다른 종류의 약물과는 달리 살아있는 세포가 소위 활성물질인 바, PK/PD 나 MOA 가 확실치 않아, 소위 전문가 그룹 (KOL, key opinion leader) 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 거두지 않아 종합병원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고, 임상시험으로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었다 해도, 소위 의료 현장에서 입증된 것은 아니라 (real world evidence 라 한다), 관절시술 전문병원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소위 개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POC, proof of concept 이라 한다) 상황이었다.

물론 어느 분야건 early adopter 는 있기 마련이라, 몇몇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과감히 시술하시고, 여기저기 학회에서 발표도 해 주시고 했지만, 앞에서 말한 KOL 레벨의 분들이 아닌지라, 이 분들 케이스 스터디를 들고 영업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루는 회사 옥상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데, 다른 사업부 맡고 계신 본부장께서 “XXX 실적은 어때요, 잘 돼요?” 하고 묻기에 “죽겠습니다” 하면서 잡담형식으로

국내 정형외과수: 전체 1121 (종병 303, 의원/전문병원 578, 요양 221, 군병원 19)

종병은 어렵다니, 의원/전문병원의 10% 를 target 고객 목표로 선정

일주일 4일 수술하고, 하루에 5건 정도 수술한다 치고, 그중 1번을 XXX 로 목표

4 X 4 X 52 X (578 X 0.1) X (    )만원 = 0000 억원

“하하 매출 천억 넘기는 것 껌이네”

현실은? 저 얘기 한 것이 2013년 언제인 듯 한데, 얼마전 전직장 뉴스 검색해보니 2020년 저 제품 시술건수가 4000건 조금 상회하는 듯 하다. 2013년 내 기억으로는 700건 조금 안 되었으니, 큰 성장이지만,  4000건 해 봐야 매출 200억 미만일테니, 담배 피우면서 나눈 저 예측에 대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만큼 현실과 예측은 차이난다.

전문용어로 겐또라 하는데,  어제 어느 분과 점심 먹으며 겐또의 중요성을 역설하시길래, 밥 먹는 내내 생생한 예전 경험이 생각 났지만, 차마 말은 못했다. 그냥 밥먹다 체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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