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단순함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것, 핵심만을 담고 있는 것, 뭐 그렇게 설명하두만, 여기서 그런 단순함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회 초년병 시절 시작은 모 화장품 회사 연구원이었다. 박사 마치고 포닥까지 하고 난 후 연구원이라 뭐랄까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랄까 그런 일 생각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공장에서 요청하는 생산지원. 담당 업무가 화장품 완제품이 아니라 소재 담당이었기에 (쉽게 말해 위치상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후자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에서 말한 단순함 처럼 더이상 사람을 빼면 무너질 정도로 최소한의 인원만이 있는 사업부. 생산지원 요청에 “연구원인데 제가 왜?” 이런말 통하지 않았다. 때로는 안산 공장으로 때로는 김천공장으로 어영부영 여차저차…

여기서 반전은 그런데 흰가루 뒤집어 쓰며 생산하고, 마댓자루에 포장하고, 점심 먹고는 공장 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벌렁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햇볓 쬐고 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분기에 한두번 오는 생산지원 요청이 언젠가부터는 기다려질 정도로…

명함관리에 있어서는 리멤버 앱이 최고란 소리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나 나름대로 관리하는 방법이 있었기에 폰에 앱 다운만 받아놓고는 한참 동안 쓰지 않았다. 명함은 자꾸 쌓이고 (명함집에 넣어놓기도 힘들어 대략 지퍼백에 넣어 놓고 있었습니다) 관리는 어렵고해서 시험 삼아 몇장 리멤버로 정리했는데, 아니 이렇게 편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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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 저장해 놓은 수천장 명함 이미지를 리멤버로 옮길 방법을 도저히 못 찾겠다는 것. 이미 편한 맛은 봤겠다, 지금까지 관리방법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언감 생심. 그제 약 백장, 어제 한 이백장 명함 한장한장 일일이 사진찍어 등록하고 나니,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며, 단순히 아주 단순히 반복되는 작업들. 약 이십년전 김천공장 콩크리트 바닥에 점심 먹고 벌렁 누워 하늘 쳐다 보던 기억이 데자부 되는 시간.

(PS) 오늘 아침 집사람에게 듣기로 100장당 2만원만 내면 리멤버에서 명함 스캔 서비스 대행해 준답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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