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라이스와 지속가능한 도시

사무실이 판교로 이사오기 전에는 교대에 있었는데, 당시 내 단골식당 중 하나가 교소돈 (교대 소바와 돈가스). 맛집이라 꼽기는 주저스럽지만, 특히 여름에 냉소바와 돈가스 시키면 가성비 최고집이었다. 교대 근처는 소규모 변호사 사무실도 많고 최근은 특히 학원가로 바뀌어 떠들썩한 곳이라 식당 하나 생기면 개업빨로 사람들 쫙 몰렸다, 잠시만 지나도 다른 곳으로 다 흩어지곤 해서 판교로 이사오며 이 집 얼마나 버틸까 싶두만, 결국 얼마 못가 나주곰탕으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또 딴집으로 바뀐듯 하다 (물론 교대 근처라도 잡어와 묵은지나 식당이름은 잘 생각 안 나는데 보신탕집 그리고 포항물회 처럼 십년도 넘게 꿋꿋하게 버티는 집도 있지만).

짦은 시간동안 압축성장한 터라 서울이라는 곳 예전부터 1년만 어디 나갔다 돌아와도 어디가 어딘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변화와 개발이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유명했고, 또 그것이 한때 우리의 자랑이기도 했는데, 이제 나름 밥술 깨나 뜨게 된 이유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며 보수로 바뀌어 가는 것인지 변화가 피곤하다.

일본 먹방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었는데, 시즌 6까지 다 보고 무료하던차에 넷플릭스에 방랑의 미식가가 떠서 어제 제10화까지 해서 시즌1 시마이했다. 마지막 10화는 정년퇴직으로 은퇴한 주인공이 와이프와 집안 대청소하다 불쑥 발견한 앨범에서 40년전 대학생 시절 먹었던 경양식집 하야시 라이스 (우리 어릴땐 하이라이스라 해서 마트 매대 카레라이스 옆에 항상 같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턴지 자취를 감췄다) 추억에 잠겨 기어코 찾아가고 (이 집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고 이사갔더라), 가게를 꿋꿋이 지킨 여주인이 소스와 밥의 균형을 못맞춰 밥을 남기고 만 주인공을 알아보고 뭐 그런 한가한 스토리다 (맛보기로 유튜브에 떠있는 제1화 아래에 링크 건다).

 

개발, 혁신, 발전, 성장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도시 한구석에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는 남아있었으면 한다. 중학교 2학년때 반포 이 동네로 이사와 결혼후 몇년 제외하고는 내내 한 곳에 살고 있는데, 이 동에 한참 동안 변하지 않은 뭐랄까 고향 같은 느낌이었다. 중학교때 문방구 주인 아줌마한테 아들네미가 또 학교 준비물 사고, 방앗간 떡집, 상가 지하의 떡복이 집 아줌마 등등.

오랫동안 잠원동 떠나지는 않았지만, 전세 전전하며 이 아파트 저 아파트 옮겨 다니다 작년에야 내집 마련해서 정착했는데,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전 재건축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요즘 아파트 전체가 난리다. 대단지 아파트는 이 일로 주민간 싸움도 나고 한다지만, 소규모 단지라 여긴 그렇진 않은 듯 하다. 30년도 넘은 낡은 아파트에서 새로 지은 새 아파트 사는 것 뭐 나쁘지 않겠지만 (물론 집값도 많이 뛰겠지만), 그래도 뭐랄까 80년대 신반포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좀 남아있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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