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전공이 식품공학인데, 4년동안 워낙 잡다한 과목 축약해서 배우다 보니 아는 것은 많은데 깊이가 없다 (물론 대학원에 들어가서 특정 분야를 파고 들면 달라진다).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에 따라 변하는 것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모교에 이제 더이상 식품공학과는 없고 생명공학과로 이름 바뀐지 오래다. (이름 바뀐 후에 합격 커드라인이 거의 치대 의대 맞먹게 올라가 요즘 후배들이 과거 선배들 공부 못 했다고 창피해 한다는 미확인 소문도 들리고는 한다).
나 역시 학부 졸업하고는 생물쪽으로 전공을 바꾸어 식품은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4년간 버릇은 어쩌지 못하는지, 20년전 연구원으로 시작한 커리어가 투자, 파트너링, 신사업 기획, 마케팅으로 옮겨 다니며 소위 머리속에 잡다한 3분 지식으로 꽉 차 버렸다. 3분 지식이라 함은 전문가 앞에서 3분동안은 어찌어찌 버티지만, 더 이상은 밑천이 들어나는 정도의 지식을 말한다.
서론이 또 길어졌는데, 그래서 페북이나 트위터 같은데서 밑천 들어날 만한 답변 잘 않는데, 오늘 오전 왠일인지 오지랍 버릇이 도져 간만에 또 한번 댓글 날리고 말았다.
NPV, IRR 같은 투자지표, 실제 보드룸에서 이런 지표에 기반하여 투자하는 경우 거의 보지 못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런 지표들 투자의사결정보다는 사후 투자결과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더 유용하다. 지표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숫자로 환원되게 마련이라, 그것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와는 별개로, 제3자에게 뭐랄까 객관적인 느낌을 주는 것 사실이다.
투자를 함에 있어 그냥 감으로 대충 한 것이 아니다. 여러 씨나리오를 도출하고, 각각의 NPV, IRR 을 다 비교 했으며, 투자대안과의 수익률 비교 역시 충분히 했다. 따라서, 투자결과는 개판이 되었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기준에서 최선을 다 했으며, 의사결정에 있어 아무 문제는 없다. 여기에 투자분석을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이름 대면 알만한 회계 법인까지 곁들여 지면 최상이고, 최소한 전문가로 구성된 무슨 위원회가 충분히 검토했다 정도는 있어야 한다.
어떤 지표던지 완벽한 것은 없다. 다 그 유용성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하나의 지표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가지 지표를 동시에 쓴다. 그것이 과거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닌, 미래의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라면, 정말 중요한 것은 지표를 적용하는 대상, 즉 분석의 적정성이다.
GIGO 란 말이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 의 줄임말인데, 투자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철칙이다. 최첨단의 평가기법을 쓴다 해도, 1차 분석 자료에 사심이 들어가 있거나, 혹은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적용된다면, 결국 나오는 것으 Garbage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