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가장 중요한 모순: r > g

작년인가 한참 논란을 일으켰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읽기 시작한 것은 바로 딱 그 쯤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 장은 오늘 아침에야 넘겼다. 양이 방대하기도 하지만, 워낙 장기간에 걸쳐 읽었던 터라 앞에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벌써 가물가물하다. 반복적으로 보이는 공식은 “r > g” 라는 것이다. 여기서 r 이라 하면 자본수익률, g 는 소득 혹은 생산성장률을 말하는 거시경제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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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 라는 부등식을 처음 접한 것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재무 배울때였는데 (2001년, 2년 그럴때니 벌써 근 15년전이다), 기업의 이론적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가라는 대목이었다.

EV = CF1/(1+r) + CF2/(1+r)^2 + ~~~~ + CFn/(1+r)^n

여기서 영속기업을 가정하고, 현금흐름이 일정한 성장률로 증가한다면, 테일러의 공식에 의하여 이렇게 단항식으로 수렴된단다.

EV = CF / (r – g)

그리고 이때의 전제조건이 r > g 이다. 여기서의 r 과 g 는 실질적 의미가 조금 다른데, r 은 이자율로 표시되는 기회비용이요, g 는 기업현금흐름의 미래성장률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r 과 g 모두 피케티의 그것과 기업재무의 그것은 같은 의미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피케티의 주장은 이렇다.

자본수익률이 거시경제성장률보다 크다면 (특히 많이 크다면), 자본가는 자본수익중 경제성장만큼만의 부분을 재투자함으로써, 자신의 부를 지켜나갈 수 있으며, 그 나머지 부분은 소비할 여력이 있고, 특히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능가하는 부의 증가를 이어나갈 수 있다. 따라서, time 0 에서 상속등을 통해 가용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과, 아무 자본도 없이 노동소득만으로 시작하는 사람간에는 시간을 두고 점점 부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이는 r 과 g 의 spread 로 인해 가속화 되게 된다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지난 세기처럼 5%, 10% 식의 고성장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불가하고, 자본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항상 4-5% 선을 유지해 왔으므로, 정치적 개입이 없이는 r > g 에 의한 부의 불평등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정치적으로 자본에 대한 세금 특히 거대자본에 대한 누진적 자본세 제도를 통한 해결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정치 그리고 사회과학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하고, 이름 자체도 요즘 유행하는 경제과학보다는 고전적인 정치경제학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결론부분에서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 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로부터 몇년전 왜 이 책이 한국에서 그리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지 짐작이 간다. 그때가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가 한참 화두가 되었던 시점이었으니).

그리고 EV = CF / (r -g) 를 주제로 썼던 예전 글이 있어 같이 올려본다. (시장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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