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트위터 돌아다니다 제네릭 약가에 대한 포스팅 그리고 댓글을 보았다. 오리지널의 80%나 보장해주는 나라에서 누가 미쳤다고 돈들고 품드는 신약을 개발하겠냐고, 거기에 대한 댓글은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제도라고 등등…
현행 제네릭 약가를 간단히 고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조약 (오리지널) 의 특허만료와 제네릭 인허가가 연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FTA 가 발효되면 이것도 바뀌겠지만), 대조약의 특허 만료 여부와 관계 없이, 제네릭의 허가는 가능하다. 생동 혹은 약동의 동등성 시험결과와 함께 식약청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후 허가가 부여되고, 심평원의 약가 심사로 넘어간다. 과거에는 생동시험 결과만 있으면 대조약의 80%를 부여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현재는 최초로 등록하는 5개 제품에 대해서만 대조약의 68%를 부여한다 (최근 제도 변경에 의하면 제네릭 허가건수가 많으면 이 부분도 하향조정된다).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친 제네릭 약품은 약사 관련 법령에 의하면 바로 발매가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특허법 또한 관여하므로, 대조약의 특허가 무효화 혹은 만료될때 까지 현실적으로 발매는 불가하다. 대조약의 약가는 제네릭의 허가 유무와 상관 없이 원래의 약가를 유지하지만, 최초의 제네릭이 발매되는 순간 오리지널 약가의 80%로 하향 조정된다. 여기서 약가라 함은 판매상한금액을 줄인 말로서 제약사가 꼭 부여 받은 약가로 판매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상한금액이 그렇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조약의 약가가 100원이라 가정했을 때, 최초 제네릭인 68원의 상한가를 부여 받으며, 제약사는 건강보험의 규정대로 reimburse 받기 위해서는 68원 이하로 팔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제약사가 68원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판매한 것이 발견되면, 심평원의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이후에 약가 즉 상한금액이 실판매가로 하향 조정된다. (최근 정부는 실거래가 기준의 하향조정을 장려하기 위하여 약품을 구매하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저가로 구매하는 경우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저가 구매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구조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에게 (우리나라는 가입이 의무화 되어 있다) 약물이 처방되면,약가에 입각 30% 는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70% 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제도적 부분이며, 시장의 다이내믹을 이해하려면 여기에 부가하여 경제학적인 측면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최초 등록되는 5개 제네릭만 68% 의 약가를 부여받고, 이후에 등록되는 제네릭에 대해서는 등록월을 기준으로 하여 계속 직전 등록 동일 제네릭 약품 최저가의 90% 만 부여하고 있다. 높은 상한가를 부여 받고자, 68% 약가를 갖는 소위 퍼스트 제네릭이 심한 경우 수십개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등록이 늦어질 수록 약가가 누적으로 하향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시장에는 약가가 100원은 약물부터, 68원, 61원, 55원식으로 다양한 가격의 동일 제품이 존재하게 된다. 이 약물들은 정부로부터 동일성을 입증받은 동일한 제품 (소위 commodity) 이므로, 브랜드 효과를 제외하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공급 곡선의 법칙에 지배받아야 한다.
법칙에 의하면 동일한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살 바보는 없으므로, 100원짜리부터 55원짜리 다양한 가격의 동일한 제품이 있다면, 소비자 (환자) 는 당연히 55원짜리를 사야 한다. 55원짜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늘게 되면, 높은 약가를 가진 회사의 경우 자사 제품의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보험 약가 (상한가) 에 관계 없이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자연적으로 시장의 평균가격은 낮아져야 한다. 여기까지가 경제학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국내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 나는 그 이유가 크게 다음의 네가지로 수렴된다고 본다. 즉, 가격구조에 대한 환자의 무지, 환자의 부담은 염두에 두지 않는 병의원의 편의주의, 제도에 대한 제약사간 무언의 담합, 마지막으로 정부의 의지박약이라고 본다.
1) 가격구조에 대한 환자의 무지 : 앞서 말한 것 처럼 가격이 다양한 동일제품이 있다면, 싼 것을 사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가 처방해주는 전문약에 대해서 동일한 제품이 이렇게 많은지도 잘 모르고, 각각의 제품의 가격 (즉 자기의 분담금) 이 차이가 나는지도 모른다. 점점 똑똑해 지는 환자라고 하지만, 아직은 약물 가격에 대해 의사에게 당당하게 싼 약으로 처방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이 분야에 똑똑한 환자가 없고, 사실 인터넷등을 뒤져 관련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정보 자체도 별로 없는데다 용어도 어려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보험상한금액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거기에 더하여 의사에 대한 존중 혹은 존경 (특히 전문약의 경우) 이 아직은 살아 있어 처방에 대해 이견을 똑부러지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제약업에 있는 나조차 오리지널을 혈압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좀 싼 제제릭으로 처방해 주세요 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2) 병의원의 편의 주의 : 근본적인 문제는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가 약값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100원짜리 약을 처방하던, 55원짜리 약을 처방하던 자기 돈 쓰는 것이 아니니 경제성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68원짜리 제네릭 회사가 자기 약품 처방에 대한 사례로 선물이나 보상을 한다면, 그쪽을 선호할 공산이 더 크다. 현행 제도에서는 어떤 약을 처방하던 의사는 처방에 대한 동일한 수가만 건강보험으로부터 보상 받는다. 종합병원의 경우도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소속 의사가 처방 가능한 약물이 한개 혹은 두개로 정해져 있는 바, 보다 저가의 약물을 쓸만큼 유연하지 못하고, 더 싼 약을 처방할 인센티브가 없는 것은 동네 의원과 다를 바 없다.
3) 제약사간 무언의 담합: 제약사의 경우 외자사 국내사를 제외하고, 현행 제도를 챌런지할 이유도 많지 않고, 약가에 못 미치는 저가 공세로 시장을 흔들 이유도 없다. 처방권이 의사에게 독점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사에 어떠한 인센티브도 주지 않는 저가공세를 벌인다 해도 시장점유율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약가를 높게 유지 하는 상태에서 의사에게 다른 방법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편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 외자사의 경우도 제네릭 약가가 높은 것이 유리하다. 미국처럼 제네릭 출시가 되자 마자, 시장 평균 가격이 이전대비 20-30% 로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제품 다른가격의 가격차별화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외자사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제네릭보다는 약가가 높은데다, 오리지널로서 브랜드 차별화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 국내사와 똑같이 대의사 리베이트 정책을 쓴다해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4) 정부의 의지 박약 : 건강보험 적자가 늘어나는 것 과는 별도로 정부는 이해집단간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약가개혁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 허가에 하자가 없음을 정부가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면, 오히려 정부가 보증한 저가 동일 제네릭이 시장에 많이 존재하니 의사에게 저가 제네릭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라는 등 대국민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고, 대체조제를 허용함으로써 의사와 약사간 처방과 조제를 놓고 힘의 균형을 유지시킬 수도 있다. 제네릭 처방을 많이 받은 환자에게는 차년도 의료보험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거나, 정책적으로 여러가지 옵션을 가질 수 있음에도 나설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