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승리 그리고 인류의 존엄

어제 그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두번이나 내려 이기는 것을 보고 말들이 많다. 현재 바둑계 세계 최고라는 중국의 커제는 이렇게 말했단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알파고의 발전) 속도라면 알파고의 승률이 점점 커져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는 인류가 그에게 패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이세돌 9단이 남은 대국에서 승리해 인류의 존엄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사는 여기)

그런데, 이세돌 9단이 5전중 한판도 이기지 못한다고 정말 인류의 존엄은 무너지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둑을 둘 줄은 모르지만, 어제 네이버로 생중계 지켜보면서 후반부 해설자가 계속하는 말 “알파고는 승리에만 최적화 되어 있다. 한집 차이로 이기나 열집 차이로 이기나 이기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승부에 중요한 수가 아니라면 오히려 불확실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자기가 손해 보는 수도 구사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승리”가 아닐까 싶다. 바둑이나 장기, 체스, 그리고 알파고의 다음 대상이라는 스타크래프트마저도 승리는 사전에 명확히 정의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중고에서는 반에서 전교에서 전국에서 시험 성적이 몇등이냐가 승리의 판단기준이었고, 그 다음에는 어느 대학을 들어가느냐,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어느 직장을 들어가느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높이 승진하느냐, 아니면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사는 동네는 어디고, 아파트 평수는 얼마이냐 등등등…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대에 인류가 정말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아둥바둥 인공지능을 이기고자 하는 노력이 아니라, 성공과 승부의 정의를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도 결국은 알고리듬일 뿐이고, 알고리듬은 목적함수를 정해 놓고, 이를 최적화 (최대화 혹은 최소화) 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이다. 목적함수가 흔들리면 알고리듬도 무력화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그 분야만큼은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는 데 지금 마시고 있는 카푸치노 반잔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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