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하직원들에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 자주 말합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란 말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욕심을 가져라 대략 그런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욕심 때문에 발 사이즈는 생각도 않고 덥썩 누워 버려 옴짝 달싹도 못하고 트랩에 빠지거나, 수영장에 떨어진 금붕어 마냥 넓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은 피하자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발 사이즈가 얼마나 될지도 측정해야 하고, 누울자리가 얼마나 넓은지도 측정해야 합니다.
양손경영이란 책이 한 때 유행한 적 있었고, 전 직장에서 회장님의 주문아래 이 책이 회사 전체 화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상충하는 두가지 상황을 trade off 로만 생각하지 말고, 두개를 모두 품을 생각을 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몇번이나 시도하려 해 보았지만, 조직 차원이면 모를까 개인차원에서는 참으로 힘들더군요. 이래서 조직의 성패에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나봅니다.
사업개발 (BD) 업무에 근 15년 가까이 매여 있었더니, 생각과 시각이 많이 굳어지는 느낌 최근 많이 받습니다. 직원들에게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 요청하는 것은 시장포텐셜만 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될지 먼저 생각하라는 뜻인데, 돌아서 생각해 보면 그게 과연 정답일지 아리송하곤 합니다. 발 사이즈도 중요하지만, 누울자리 크기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지요.
마케터와 BD 모두 어쩌면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비지니스 속성이 seed based 냐 need based 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seed based 산업을 생각할 때 이 두 부류 모두 상품이 개발되고 나서 value proposition 을 얼마나 확장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내 개인적 경험이니 일반화 시키기에 무리가 있겠지만, 기업에 있어 이 두가지 시각 모두가 중요하고, 어느 한쪽만 우세해 버리면 훌륭한 상품을 가지고도 기업이 점점 쪼그라 들거나 아니면 워크로드를 감당 못해 번아웃 되거나 할 것입니다.
정말 훌륭한 탈렌트를 발굴하여 이 두가지 시각을 모두 아우르는 슈퍼맨을 채용하면 최선이겠으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고, 회사내의 이 두가지 시각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믹스하느냐가 결국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 결정권자인 CEO 의 open mind 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