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HBR 이란 잡지에 RVG 란 개념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RVG 라 함은 Relative Value of Growth 인데, 기업이 성장을 추구해야 하느냐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냐에 대한 barometer 라는 것이다. 기업가치는 영속기업을 가정했을때:
EV = 현금흐름 / (가중평균자본비용 – 기대성장률) (EV: Enterprise Value)
로 구할 수 있다. 물론 가중평균자본비용이 기대성장률보다 커야 한다. (안 그러면 기업가치가 네가티브로 나오겠지) 가중평균자본비용 (wacc) 은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기대성장률을 고정시키고, cash flow 를 10% 증가시켰을때 구해지는 기업가치와, cash flow 를 고정시키고, 기대성장률을 10% 증가시켰을때의 값을 비교하면, 성장의 비교가치 즉 RVG 가 구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RVG 는 대개 1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사양산업에서는 1보다 작기도 하다. 성숙산업에 속한 기업일수록 RVG 가 낮고, 신흥산업일수록 RVG 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나, 성숙산업에 속한 기업이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음으로써 높은 RVG 를 추구할 수 있다.
RVG 개념 자체에 대한 유용성은 아직 검증하지 못했으나, 기업의 시장가치 (주가 X 발생주식수) 와 현금흐름 그리고 가중평균자본비용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기업에 대해 시장이 얼마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느냐 즉 기대성장률은 위의 공식으로부터 구해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현재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시장에 잘 반영되고 있느냐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이 제약업이라, 23개 상장제약사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한번 분석해 볼 기회가 있었다. 기대성장률에 있어서 역시 상위그룹은 신약개발의 테마를 가지고 있는 제약사들이 차지하고 있고, 하위그룹은 일반약이나 수액같이 성장이 크게 기대되지 않은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의 성장을 zero 로 놓았을때 현재의 경영실적만 가지고 계산한 기업가치와 실제 시장가치사이의 괴리는 엄청나서 최근 국내 제약사의 시총이 많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6 년초부터 제약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trace 해 왔는데, 결론은 부광과 중외가 내가 보는 top pick 이라는 것이다. 이 두 회사에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가, 적절한 시점에 바이오로 갈아타지 못해 상당한 기대손실도 보았지만, 부광은 경영실적과 시장기대모두 흠잡을 수 없는 기업이고, 중외는 여러가지 잠재적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액제조사라는 포지셔닝이 크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 부광의 경우 특히나 매출이 아직 1000억대 회사로 성장률에 대한 부담이 매출 상위권 기업에 비해 매우 작다는 장점이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중외 같은 회사의 경우는 IR 을 전략적으로만 잘 해 나간다면, 시총으로 top 5 까지도 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보이는데 좀 아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내가 속한 회사는 경영실적과 기업가치간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직장을 옮기기 전에도 그랬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 나는 내 돈을 투자한다. 그래야만 업무에 집중도가 생기고, 비록 정말 미미한 지분이지만, 내 회사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돈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