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업 특히 신약에 있어 그 가치는 특허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여기서 특허제도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장려하여 사회적으로 혁신을 보다 촉진하기 위함을 그 기본적인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 공개를 장려하기 위하여 특허를 최초로 출원한 자 (선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발명을 최초로 고안한 자) 에게 일정기간 특허에 배태된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의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알겠지만, 독점은 자유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사회 전체적 후생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불공정한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기관 혹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기능을 맡고 있다). 특허에 의한 독점은 예외적인 경우로 오로지 혁신적 아이디어 공개를 통하여 사회가 얻는 후생이 독점에 의해 왜곡되는 후생보다 크다는 가정이 성립하는 경우에만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인터넷을 돌다 다음과 같은 재미 있는 기사를 보았다.
“Patent Reform, System Should Be Abolished, Fed Economist Say”
미국의 연준에 소속된 경제학자 두명이 특허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인데, 2011년 기사이니 시간이 좀 된 기사인데, 최근에 발견했다. 기사내에 논문에 대한 링크가 있는데, corrpted 되어 있는지 연결이 되지 않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작년에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그리고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권 자체만에 기반한 사업모델, 아이디어의 가치에 괴리되어 특허를 출원, 등록, 유지하는데 전세계가 지출하는 막대한 비용등등을 감안해 보면, 과연 특허에 의한 독점권의 부여가 현 시점에서도 특허의 원래 목적을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 더이상 한두명의 천재과학자는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요즘 “스마트 월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지능은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사고는 뇌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속에서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상업화에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대단한 아이디어였다고 평가되는 세그웨이를 발명한 뉴햄프셔의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딘 케이먼이 이런말을 했단다. “나는 발명할 필요가 없다. 저 밖의 어딘가에 있는 것을 찾아내 통합하면 된다. 발명이란 골치 아프고 위험하며 돈도 많이 드니 발명가는 가능하면 이것을 피해야 한다. 대신 시스템을 통합하는 사업가가 돼라”.
물론 20세기초 누군가가 “세상이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다 발명되었다 세상에는 더 이상 혁신이 필요 없다” 란 말을 해서 myopia 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을 생가하면 딘 케이먼이란 사람의 말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기는 힘들겠지만, 사실 최근의 발명 혹은 특허출원을 보면 하늘에서 떨어진 100% 독창적인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미 존재하는 이런 저런 발명과 생각이 결합되고 숙성되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다. 문제는 과거처럼 그래도 단순한 세상에서는 이러한 결합이 새로운 특허로 이어질 수 있지만, 특허의 청구범위를 무한히 확장하는 특허공학, 특허의 시한을 영운히 연장하려는 evergreen 전략이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오히려 특허제도를 통한 아이디어의 공개가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을 옥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점을 보호받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위험천만한 뉴 비지니스에 뛰어들지 않으리라는 점 여전히 공감한다. 하지만, 반대로 현대 특허제도가 가지고 있는 맹점 그리고 특허를 둘러싼 복잡성으로 인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Next big thing 아이디어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허제도가 과연 지금처럼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그동안 별로 깊이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특허제도의 원래 목적이 spill-over 효과였다는 것도 새삼 떠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