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afund: Financing medical research

젊었을 땐 그러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여행도 직접 가는것 보다 남이 다녀와 쓴 여행기 읽는 것을 좋아하고, 골프도 필드에 나가는 것보다 TV 로 남이 하는 플레이 보는 것 더 좋아진다. 점점 뒷방 인생이 되어 가는 느낌.

비지니스 협상에 있어서도 직접 나서서 설치기 보다는 오히려 협상전략을 디자인하고 협상에 필요한 여러가지 모델들 만들고 검토하는 게 주 일이 되어 버렸다. 언제가 협상의 7 요소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전술적인 측면에서 다른 요소보다 legitimacy 에 더 주력한다고 할 수 있을까?

1년 넘게 구독을 끊었다가 그래도 글로벌 경제지 하나는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Economist 를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최근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Financing medical research : Disease or Cure? 거창한 제목만큼이나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싶었는데, 기사 속 megafund 란 말이 끌렸고, 마침 기사 내에 논문 링크가 있길래, 오랫만에 논문 프린트하여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

논문은 여기: Financing medical research

경영학 커리큘럼을 보면 크게 인사조직, 마케팅, 재무, 회계, 생산, 전략 6개 정도로 나뉘는 것 같다. 재무쪽 투자론 과목을 수강한 경험 있다면 누구나 알겠지만, 자본시장에서 risk 는 크게 systematic 과 unsystematic 으로 나뉜다. 여기서 risk 라 함은 수익률의 변동폭 즉 분산을 얘기하고, systematic risk 는 시장자체의 risk 그리고 unsystematic risk 는 개별투자대상에 내재된 risk 를 말한다. 그리고, unsystematic risk 는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사실상 zero 로 만들 수 있다. 물론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한데, 포트폴리오내 투자 대상은 최대한 mutually exclusive 한 것으로 구성해야 하며,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약 20개 정도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unsystematic risk 는 사실상 0 으로 수렴시킬 수 있다.

재무쪽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위험을 최소화 하며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자산을 증권화 (securitization) 하는 것이란 점이다. 크게는 debt 와 equity fiancing 을 들 수 있는데, 주식회사가 좋은 예라 하겠다. 기업을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는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이를 다수의 유가증권으로 분할함으로써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한 사람의 투자자가 default 에 대한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의 소유만큼만 risk 를 한정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주식회사와 같은 equity financing 뿐 아니라, debt financing 역시 잘게 쪼개진 대규모 bond 를 발행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가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듦으로써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투자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는 exit option 을 갖게 된다.

이 재무원리를 바이오분야의 투자에 적용하자는 것이 논문의 취지이고, 현대 금융 기법이 결집된 대규모 megafund 를 구성함으로써, high risk, high return (솔직히 신약의 성공확률을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high risk 를 넘어 ultra high risk 이기는 하지만) 게임인 신약개발을 투자자의 risk tolerance 에 따라 low risk, low return 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안의 기저에는 하나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만 본다면 성공확률이 엄청 낮지만, 어쨋든 어떤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이를 수백개, 수천개 pooling 함으로써 risk 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risk 가 줄어듦으로써 수익률 역시 감소하겠지만, 진정한 부자의 관심은 좀 더 많은 이윤이 아니라, 시장 금리 이상의 수익률로 안전한 자산의 보호임을 감안할때, 연기금등 거대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이오분야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megafund 를 구성하는 데 있어 현실적 어려움 역시 짚고 있다. 예를 들면

1) 실제 연구현장에 메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만큼 많은 수의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존재하느냐?

2) 실제 바이오/제약 시장이 수백조 규모의 메가펀드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느냐?

3) 메가펀드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운용기관을 찾을 수 있느냐?

4) 규제당국에 의한 제한이 없겠느냐?

저자는 쉬운일은 아니지만 이 네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반인들이 일생에 겪는 가장 큰 투자 중 하나가 주택구입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부분 주택구입자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한다. Mortgage financing 역시 주택구매자와 금융기관간의 1:1 거래에서 시작했지만, ABS (Asset based security) 가 고안되며,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주택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최초에 Mortage based ABS 를 제안했을때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생각했겠지만, 결국은 수조달러가 넘는 시장으로 발전하지 않았는가? 바이오 투자라고 이리 되지 말란 법 없겠지.

연초에 금융정책공사가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한다고, 몇몇 투자운용사로부터 연락을 받은적이 있다. 지금은 좀 시들해 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기청등 정부가 출자하는 수백억 수천억 규모의 벤처펀드 열풍이 분 적도 있었다. 작년초 일괄 약가 인하 단행하면서 일종의 당근책으로 제시한 것이겠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이니 제약산업 M&A 펀드니 정부가 약속한 여러가지 정책들도 있다.

쪼매쪼매하게 수십 수백개 펀드 복잡하게 만들기 보다는, 조금만 시각을 크게 갖고, 바이오 투자와 관련된 이러한 거대 자본시장을 조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워낙 실험적인 것 좋아하는 나라다 보니, 미국보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시작하기에는 더 좋은 토양일 것도 같은데.

마지막으로 하드디스크 검색해 보니 신약개발과 관련된 몇몇 추가적인 자료가 있기에, 이왕 길게 쓴 것 링크 세개 덧 붙인다 (개인적으로 신약개발의 사업화 관련 많이 공부가 되었던 논문들).

1. How to improve R&D productivity: the pharmaceutical industry’s grand challenge
2. Research & market strategy: how choice of drug discovery approach can affect market position

3. Can science be a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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