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몇일 사이에 돈 십억이 떨어질 리는 없으니 오늘도 여전히 그 자리 그 장소에서…

흔히들 계약서라 하면 변호사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만, 아니올씨다이다. 꼭 비지니스 계약서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계약의 대상이 결국 사람일진데, 사람사이라는게 벼라별 상황이 다 일어날 수 있는 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미리 셈하고 이를 중요도 순으로 체에 걸러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결국 당사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다. 계약을 관장하는 것은 결국 관련 규정 혹은 법률인 바, 변호사의 역활은 옮겨 놓은 문장이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또한 계약의 구조가 법의 틀안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물론 결혼이나 채권채무등 일반적인 계약관계라면 초기부터 변호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으나, 비지니스 그것도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특수한 비지니스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상당부분 일을 마쳐 놓아야, 비로서 변호사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내 경험이고, 제약분야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경험이 일천한 예전 언젠가 회사를 대표하는 deal 이 하나 있어 초기부터 변호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시간당 charge 하는 그 분야 관습상 정말 시간이 돈인 작업임에도, 도움을 받기는 커녕 제약 관련 변호사 공부시키는 데만 엄청난 시간을 쓰고 나서는 변호사는 가급적 제일 뒤에 관여시키곤 한다. (물론 초짜인 경우 변호사를 늦게 관여 시켰다 막장에 다시 빽도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짬밥이 필요하다).

2003년 4년 한참 물 올라 있을때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의 황모 변호사님과 함께 일한적이 있었는데, (변호사 필요 없다고 주장했음에도, 당시 상당히 규모가 큰 deal 이었던 바, 회사에서 내 말은 그냥 씹더라)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변호사 중에서는 가장 이 분야에 지식도 깊고, 경험도 있으시면서, 협상에서는 여성 변호사 특유의 부드러움과 꼬장꼬장함 때로는 카리스마까지 발휘하시는 모습에 아 변호사라고 다 어떤 고정관념을 가져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 다른 변호사님과 식사하면서, 궁금해서 황변호사님 근황을 물어봤더니 몇년전 제주도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재주 많은 사람 단명이라더니 하며 안타까와 했던 기억이 있다.

얘기가 좀 샜는데, 한 두시간 계약서 가지고 끙끙 대다, 예전에 스크랩해 놓은 에버노트 기사들 읽고 있자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약분야 판매대행 계약서 표준안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는 기사가 다 있더라. 계약작업 많이 하셨던 분들은 재미로 한번 읽어보시고, 이런 template 에 목마른 분들은 여기 그 계약서안 링크 걸었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공정위에서 친절하게 표준안까지 제시하신 것은 참 고마운 일이지만, 글쎄 사람일이라는게 이렇게 딱 정해진 틀안에만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어. 그리고 또 얼마나 재미없겠어. 그리고 다 이렇게 정해진 틀에서만 움직이면 나같은 사람은 또 어떻게 먹고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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