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에 동네 서점에 들러 책 세권을 샀다. 원래는 빈카운터스란 책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자 갔었는데 서점에서 몇 페이지 읽어보니 연휴에 배깔고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책만 세권 골랐다.
집에 와 제일 먼저 집어 든 책은 존경하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선생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원제: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크리센텐센 선생은 하바드 경영대학원 교수로서 그 유명한 “혁신 기업의 딜레마” 그리고 혁신을 주제로 한 이어지는 역작들을 쓰신 분으로, “혁신 기업의 딜레마”는 연구소에서 본사로 올라와 전략과 관련된 일을 하며서 책이 닳도록 읽었던 책이고, 이어 지금 회사로 옮기고 나서도 다시 한번 더 읽은 (이번에는 킨들로 읽어 책이 닳지는 않았다) 유명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워낙 존경하는 분이라, HBR 정기 구독 안 할때도 이분의 논문이 실린 호는 별도록 구매하기도 하곤 했다.
많은 저술가가 그렇기도 하지만, 처음 읽었던 혁신기업의 딜레마 이후로는 뭐랄까 생각의 날카로움이 좀 무뎌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처음 소개했던 사례를 자꾸만 반복해서 다른 저술에도 이용하는 것에 조금 실망한 적도 없지 않지만, 이번 저술은 그동안 갈고 닦은 경영이론을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프레임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저술로서 익히 접한 분이었지만, 이분이 2009년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고 있었고, 암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뇌졸증이 와 교수생활을 거의 접을 뻔 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고, 또 브리검영 대학 출신으로 (유타주에 있는 몰몬교 대학,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밋 롬니도 이 학교 출신으로 알고 있다), 선교사로 그 옛날 한국에서도 생활한 적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에 제시되는 이론 그리고 케이스 자체는 그닥 신선할 것은 없더라, 마르고 닳게 써먹었던 각종 이론과 사례가 또 다시 나온다. 대상을 개인으로 프레이밍 했다지만, 그것 역시 경영이론 특히 전략과 관련된 공부를 했던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 봤음직한 얘기들이다. 다만, 암이라는 혹독한 투병생활 그리고 이제는 노년 학자의 독실한 기독교도로서의 체취가 묻어 나오는 구수한 글은 이전 작들과는 차이가 있다. 최소한 XXX 의 Y 가지 법칙, XXX대리의 YY 정복기 류의 책에 비해 27.2 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약 3일에 거쳐 읽다보니 책 내용이 머리속에서 벌써 뒤죽박죽 되어 버렸는데, 머리에 남은 이미지는 사람은 일과 사생활, 조직과 가정을 분리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놀때는 열심히 놀고, 일할때는 또 열심히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러기 힘든 것이 사람이고 또 인생 아닐까 싶다.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 투자하는 열정 그리고 수많은 지식들 조금이라도 자기 개인과 가족에게 쏟을 수 있는 지혜 (이것은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Work Life Balance 하고는 또 다른 얘기다)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직장에서 받았던 전체 메일 중 아직도 기억나는 첫 말이 “직장인의 기본은 출근 시간 준수라 하겠습니다” 이다. 출퇴근이란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 불과 이백년도 안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개념 역시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가 내 생각이다.
결국은 나 그리고 가족이다. 나와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갈채받는 성공과 두둑한 보수 결국 온전하 나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희생위에 이루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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