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임원포룸에는 두개의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뭐 언제나 두개지만). 두번째 강의는 회사의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주재한 사실상 internal forum 이었고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다), 첫번째는 삼성전자에서 CTO 역임하신 이형규란 분이 와서 삼성전자의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IT 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주제였다. 개인적으로는 IT 에 관심이 많아 재미있게 들었지만, 뭐 화장품과 IT 가 밀접한 관계라 보기 어렵고, 우리 회사가 IT 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편도 아니라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발표자 분도 엔지니어 + 경상도+ KAIST 속성이 합쳐진 분이라 스토리 구성을 재미있게 한다거나 농담을 자주 한다거나 뭐 그런 스타일도 아니셨다.
단, 발표중 눈에 확 들어온 것 중 하나는 장표의 구성인데, 시계열 그래픽으로 IT 기술의 역사, 삼성전자의 발자취 혹은 IT 기술의 미래에 대해 나타낸 그래픽이 의외로 눈에 쏙쏙 들어왔다. 적당히 간단하고 적당히 복잡하다고 할까. 물론 우리도 내부 발표에서 (특히 연구소쪽) 그래픽 많이 사용하지만, 많은 경우 relevance 가 떨어지거나 혹은 너무 복잡하거나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형규님 경우는 발표가 그리 우수하지는 않았지만, 장표만으로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은 사실 발표와 장표의 harmony 가 매우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는 스티브 잡스도 그 양반의 장표만 봐서는 뭔 얘기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물론 팩트야 감이 오겠지만 그 implication 까지 이해하려면 발표와 장표를 종합해서 보아야 한다. 장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장표를 만드는 사람과 발표하는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아닐까 싶다. 높은 분이 발표하는 경우 대부분 장표는 아랫사람이 만들어 드린다. 만드는 아랫 사람의 경우 장표에 모든 내용을 다 표현하지 않으면, 윗분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적정량을 초과하는 정보를 압축해서 장표에 넣게 되고, 윗분 역시 자기가 만든 장표가 아니니 일단 장표에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나중에 발표장에서 빼먹거나 잘못 설명하는 실수를 막는 소위 공생의 결과 아닌가 싶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보니 장표를 자기가 만드는 경우도 흔하고, 아닌 경우에도 장표 구성에 대해 발표자가 몇일을 두고 고심한다 (물론 우리도 정말 중요하고 큰 자리에서 발표면 발표자 역시 고민하겠지만 그 정도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이미 말한 것처럼 장표와 발표의 완벽한 조화를 위함이겠다.
최근 “인포그래픽” 이란 말 많이 듣는다. 정보+그래픽의 합성어인데, 상당한 정보를 압축하여 장표에 넣으면서도 전달이 왜곡되지 않게 그래픽 기법을 쓰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나 비지니스윅 같은 해외 유명 잡지의 전용물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서도 꽤 유용한 인포그래픽을 발견할 수 있다.
모 블로그에서 최고의 인포그래픽 6선을 골라 게재한 기사를 발견했다. 결국 그거 share 하고자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서설이 너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