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판다는것

바이오벤처라 하면 대부분 연구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언듯 보면 대학내 연구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연구그룹과 기업을 구분짓는 가장 큰 잣대는 “판매”의 개념이다. 기술 자체가 되었던 아니면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되었던 판매가 전제되지 않은 바이오벤처는 기업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바이오벤처에는 사업개발, business development (혹은 줄여서 BD) 라는 타이틀을 단 임원 혹은 직원이 존재해야 한다. 타이틀이 너무 거창하다면 최소 그 일을 누군가는 하고 있어야 한다.

판매는 구매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한참 전 국내 모 기관에서 주관한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거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구매자는 거의 없는데, 판매자만 가득 참가한 것을 보고, 과연 거래가 가능하기나 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누군가 팔기 원한다면 누군가는 사 주어야 거래가 성립된다.

바이오벤처의 사업개발 담당은 많은 경우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구/개발쪽 경력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생물쪽 전공하는 대학원생 대상으로 진로상담 글을 보니, 아카데미가 아닌 기업에 입사하는 경우 꼭 연구경력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업개발이나 임상개발로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런 내용 종종 본다. 나 역시 미생물학 박사학위 이후 연구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였고, 사업개발로 전환한지 이제 20년이 넘었다.

무엇을 팔고 싶으면 상대가 무엇을 사고자 할때 어떻게 의사결정 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누구나 사고 싶은 어떤 상품을 들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얼마에 팔것이냐 가격을 결정해야 하고, 거래가 되려면 내가 팔고자 하는 가격과 상대가 사고자 하는 가격이 얼추 일치해야만 한다.

20년 넘게 사업개발쪽에 있으며 크고 작은 숱한 거래를 만들고 관여해 왔는데, 거래에 있어 결국 핵심은 상대의 마음이다. 워낙 기술집약적인 산업이기에 거래는 머리로만 이루어질 것 같지만, 실패와 성공의 접점에서 조용히 복기해 보면 성공한 거래의 배후에는 마음의 배려가 있었다. (주로 판매자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여기서 마음이라 하면 구매자의 마음이다. 마케팅 적으로는 고객의 마음이라 할까?)

자체 개발한 M1 칩 이후 가성비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애플 제품의 가격은 넘사벽이다. 맥을 사면 PC 대비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고, 더 즐겁냐? 가만히 생각해보면 글쎄올씨다 결론이다. 디자인, 스토리, 잡스형님에 대한 의리? 뭐 이런것이 다 복합되었겠지만, 마음을 빼앗겼고, 구매의사결정에는 머리속 복잡한 계산을 끌리는 마음에 복종시키기 위한 내부 투쟁의 연속이다.

연구자는 훌륭한 데이타로 고객의 머리를 움직여야 하지만, 사업개발은 (솔직히 사업개발의 무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훌륭한 스토리? 인간관계?) 어쨋든 무엇인가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거래가 일어나야 기업으로서 바이오벤처가 움직이고 성장하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살아남을 수 있다.

(PS: 현실은?) 마음은 콩만하고 머리는 똥만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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