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페이스북 대표적 thought provoker 두분중 한분인 이승주 박사가 관련 기사를 링크해서 올리셨고, 다양한 의견이 담긴 댓글이 이어졌다. 정부가 천연물 신약 관련 대대적으로 투자하던 시점 나 역시 약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시절이라 돌아볼때 여러가지 생각이 많고, 댓글로 남길까 생각도 했는데, 길어질 듯 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략의 설계와 결정 그리고 실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시간이 흐른 뒤 성과만 놓고 판단한다면 여러가지 뒷말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성과가 좋던 나쁘던 마찬가지다. 성과가 좋았다면 더 좋을 수 있었는데, 무언가 잘 못 되었다 말이 나오고, 반대라면 이러이러해서 성과가 엉망이다 이런 말이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존경하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선생의 명저 “혁신기업의 딜레마 (Innovator’s dillemma)” 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책에는 여러가지 개념이 나오지만 핵심은 이렇다. 혁신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전략의 실패는 종종 전략의 가정이 너무나 합리적이기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말에는 근거에 기반한 추정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문제는 혁신이 난무하는 시장에서는 가치의 기준자체가 수시로 변하기에 합리적 가정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개별기업이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의 정책결정은 다수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컨센서스 구축이 핵심이기에 합리적인 가정이 필수적이고, 따라서 이런 혁신의 딜레마를 고려해야 한다.
페북 댓글에 보면 당시 전략설계에 핵심작업을 했던 서울대 김선영 교수가 촉을 잘못 짚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현 시점이 아닌 당시 시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천연물 신약을 플랫폼으로 선정한 것은 비교우위 측면에서도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결정이었다 생각한다. 당시 천연물 신약과 함께 정부가 선정한 다른 하나의 축이 개량신약이었고, 바이오분야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와 바이오시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부가 전략적 플랫폼을 선정하고 투자의 물줄기를 잡는다 해도 이를 상업화 해야 하는 개별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략의 최초 가정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기에 전략의 지향점과 결과의 도착점이 다를 수 있고,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전략이 유연해야 하지 않겠냐는 비평은 그 대상이 합리적인 추론의 선행되어 다수의 이해자 컨센서스가 핵심인 정부 정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회고적으로나 가능한 무리한 의견이라 생각한다.
역시 페북 댓글에 어떤분이 인용하신 김선영 교수의 기고문에서 문제점은 천연물 신약을 선정한 것이 잘못이라기 보다는 정부가 산업정책을 설계함에 있어서는 과거 개발독재 시대처럼 최상부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여기서 한두가지 전략적 지향점을 고정해서 밀어 붙일 것이 아니라, 시장의 진화에 산업이 괴리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점이 아닐까 싶다. 더이상 60년, 70년대 정부의 지원 없이 기업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약체의 시대가 아니다. 정말 돈이 된다면 사운을 걸고 뛰어들 정도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인지라, 정부가 굳이 나서라 등떠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정부가 등떠미는 지점이 절벽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 시대이다. 정부의 정책은 기업이 나서려 할 때 최소한 도움닫이라도 가능할 수 있도록 저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