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형 인간 vs 확산형 인간

비지니스란게 결국 사람과 사람간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비지니스 바닥에서 15년이 넘도록 구르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명확한 기준만 있으면 사람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다. 수학적으로 집합이 성립되려면 측정가능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지만 (예를 들어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몸무게 혹은 안경착용 여부), 인생이 꼭 수학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니 수렴형 인간과 확산형 인간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겠다. 수렴과 확산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테니 별도로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비지니스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돈을 번다는 기준에서 buyer 와 seller 간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접점을 찾는 것이니, 결국은 어떤 결론으로 수렴해야 하는데, 세상일이라는 것이 특히나 돈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 이상적으로 비지니스는 plus sum 이 되어야 한다지만, 이는 가치라는 것이 명확히 숫자로 정의될 때의 얘기이고, 실제상으로 정해진 수익을 놓고 내가 많이 먹으면 니가 적게 먹는 zero sum 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틀에서 plus sum 을 만든다고 해도, 결국 창출한 부가가치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핵심이 되므로 말이지…

단정적으로 수렴형 인간이 더 좋다 확산형 인간이 더 좋다 말하기는 힘들다. 경우와 상황에 따라 각각의 필요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비지니스 환경이 불확실한 초기단계에서는 확산형 인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용 옵션을 많이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행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렴형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결과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행동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이 정당화 되려면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확산형과 수렴형은 시험 보는데 있어 주관식과 객관식 하고도 비슷한 개념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추려진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양손경영이란 개념이 유행한 적 있다. 상황에 따라 타석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 타자처럼 오른손과 왼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양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인생살이에 있어 큰 플러스 요인이겠지만,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지니스의 주체가 조직이라 한다면, 결국 조직내에서 오른손 잡이와 왼손잡이를 적정하게 보유하고 있다가, 상황에 따라 오른손 잡이가 필요하면 그 사람을 쓰고, 왼손잡이가 필요하면 그 사람을 쓰는 것이 핵심이다.

규모가 큰 회사라면 오른손 잡이도 왼손잡이도 조직내에 다 끌어 안고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참 난감하다. 특히 대기업에서 일하다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 으로 옮겨 일하면 많이 느낀다. 말단 직원이야 대기업 중소기업 큰 차이는 임금수준이겠지만, 경영진으로 있다면 조직의 규모가 작을 수록 인력풀에 있어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니 결국 내가 오른손 잡이 왼손잡이 역활을 다 해야 조직이 굴러간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이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새 회사로 옮긴지 이제 일년 반 남짓 작년이야 첫해니 적응이 일차 목표였다 치지만,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래도 정신 없이 싸돌아 다니다보니 만들어진 deal 이 두개, pending deal 이 다섯개나 된다. Pending deal 이 signing 으로 이어지고, 돈이 입금되려면 내 마인드 구조가 확산형에서 수렴형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선택지는 수십가지 열심히 만들어 놓고, 거기서 하나를 고르려니 정말 쉽지 않구나.

혹자는 비지니스를 리스크와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것 아직도 갈길이 먼 초기 단계이다 보니 한걸음 잘 못 떼면 황천길로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직장 옮기고 나 이가 갈리고 살이 떨리는 회의가 대폭 줄어드니 살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간 모여서 악다구니 싸우는 회의 (회의 중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싸움 구경에 재미라도 있지만, 대부분 입 다물고 한 사람만 떠드는 회의가 최악이기 하지만) 가 아니라 나 혼자 오른손하고 왼손하고 싸우는 회의니, 고독하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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