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전 글에서 Intention 과 outcome 간의 뒤틀림을 “공자는 짱꼴라”다란 말로 풀어보았다.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Valuation” 란 명저에 의하면 기업의 최종목적은 아래 그림과 같이 TSR (Total Shareholder’s Return) 이라고 한다. TSR 이란 목표는 사실 너무 크고 추상적이라 (주가라고 단순히 정의한다면 그닥 추상적일 것도 없지만, 주가를 정확히 예측할 방법이 없으니), 이를 세부적으로 breakdown 할 필요가 있다. Divide and Conquer. 여기서 Role and Responsbility (R&R) 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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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내에는 그래서 다양한 조직과 부서가 있다. MBA 의 커리큘럼도 대개는 인사/조직, 재무, 생산, 마케팅/유통, 회계 정도로 구분된다. 조직과 기능 설계에 있어 컨설턴트들의 금과옥조라는 MECE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itive) 가 딱 맞아 떨어져 기업이 당면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세상은 그만큼 복잡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에는 총무팀, 재무팀처럼 고정조직 외에도 주로 TFT (Task Force Team) 라고 불리는 많은 임시조직이 존재하지만, 빈틈을 메우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언젠가 비지니스는 가치와 가격 그리고 비용간의 삼각형 게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매출을 지탱하는 궁극적인 힘은 가치이고, 이것이 숫자로 전환되는 데는 가격이 필요하다. 겉으로 남고, 안으로 밑지는 장사 하지 않으려면 비용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고, 가격과 비용간의 차이가 바로 기업의 이윤이 된다. 따라서, 기업의 행위는 1) 지속가능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 가치와 가격간의 disparity 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3) 적절한 이윤이 남을 수 있도록 비용구조를 통제해야 한다. 이 세가지가 사실상 전부라 하겠다. 그리고 기업의 모든 부서는 그 특성이 상이하다 해도, 궁극적으로 이 세가지 꼭지점에 대한 공통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조직구성에 있어 MECE 를 달성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고, 정상적인 효율로 경영되는 기업에 있어서 경쟁력의 핵심은 이 빈틈을 어떻게 메꾸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균열

“측정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는 말이 어느 회사나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조직의 모든 목표는 정량적으로 측정가능할 수 있게 작성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보상 역시 이 측정지표에 따라 이루어진다. 모든 일에는 중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동양철학인데, 현대 기업들이 이 측정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미시적으로는 업무 생산성 향상은 발전하는 반면, 거시적으로는 조직구성에 있어 생기는 빈틈을 메우는데 오히려 상당한 지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산은 납기준수, 품질 보증에 힘쓰고, 총무는 비용절감에 힘쓰고, 재무는 자금조달, 마케팅은 브랜드 포지셔닝, 영업은 거래처 확보 및 유지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회사가 저절로 잘 굴러가면 좋겠지만, “공자는 짱꼴라다” 처럼 의도와 성과간에 뒤틀림은 항상 발생하게 마련이고, 이 뒤를림은 최고 경영자의 유연성을 통해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2013년도 어느덧 반이 지났으니, 대부분 기업 상반기 성과 점검, 하반기 계획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화려한 파워포인트, 치밀한 엑셀 스프레드 쉬트가 난무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 빈틈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량적인 성과측정 체계에서는 최고 경영자 한사람을 빼면 이 빈틈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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