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말이 있다. 전쟁은 전투보다 상위의 목적인 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바보짓은 하지 말라는 말인데, 나이가 들수록 어디까지가 전투이고, 어디서부터가 전쟁인지 헷갈린다. 여기서부터가 전쟁이구나 싶은데 하다보면 전쟁은 아직 시작도 안했고, 괜히 국지전에 힘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전직장에서 2000년부터 약 3-4년 corporate venture fund 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와는 달라, 재무적 성과도 얻으면서 전략적 목적도 달성해야 하는 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펀드 운영 종료하고 그 성과를 거울 삼아 나중에 최적투자의사 결정을 주제로 하여 6 시그마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는데, 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자는 짱꼴라다” 현상을 막자였다. 이 얘기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서문을 쓴 “루어투어 쉬앙쯔”라는 중국 소설에서 나온 말이다.
“공자는 짱꼴라다” 라는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Confuse is a Chinese guy” 이다. 2형식 문장으로 S + vi + C 이다. 2형식 문장의 핵심은 S = C 이어야 한다. 즉 공자 = 짱꼴라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도올 선생의 장황한 설명에 의하면 공자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중국에 가졌던 형이상학적 관념의 집합체이고, 짱꼴라는 “떼놈” 과 같은 의미로 중국에 대해 가진 모든 형이하학적 관념의 정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중국인이다” 라는 문장은 아무 이상이 없어도, “공자는 짱꼴라다” 에서는 관념의 뒤틀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전투와 전쟁에 대한 확실한 관념이 없으면, 전투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 했지만 상위개념인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이다. 즉 뒤틀림이 발생한다.
당시 과제를 수행하며 내렸던 결론은 이러한 뒤틀림은 우리가 어떤 일을 받으면 그 일에 대한 상위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나한테 일이 할당된 그 시점부터 top-down 으로만 사고하기 때문이다. 즉, 일이 주어졌을때 한번만이라도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일의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최상위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이런 뒤틀림은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up & down 사고방식을 통해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과제 수행 이후 직급이 팀장에서, 사업부장으로, 사업부장에서 상무로 (사실상 이름만 바뀐 것이지만), 다시 상무에서 전무로 한단계씩 올라가면서 up & down 방식도 연한을 다 했는지, 이것이 최상위 목적이다 생각하고 일을 진행했는데, 일이 다 끝나갈 때 쯤 되닌 아이쿠 여기가 아니고 더 높은 목적이 있구나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닌데, 내 책임 질 일 안 만들고, 복지부동 있으면서 월급 꼬박꼬박 챙겨 재테크에 힘쓰는 게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