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로 인해 지난 일년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말이 내게는 의문으로 들렸다. “회장”이란 타이틀이 경영자를 뜻하는지 아니면 기업의 controlling stakeholder 를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서정진 회장에 대한 인식은 셀트리온이란 코스닥 대장주의 최고경영자였다. 최고경영자의 to do list 에 과연 자본시장에서의 유동성 수급에 대한 대응까지도 포함되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MBA 시절 배웠던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경영장의 의무는 예를 들어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이윤의 창출, 투명한 회계와 철저한 감사, 그리고 R&D 와 마케팅 투자등을 통한 미래성장성에 대한 비젼 제시등이었다. 어떤 교수님은 기업의 경영자는 사업리스크 헤징을 위해 다각화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도 하셨다. 왜냐하면, 주주는 자본시장에서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스스로 unsystematic risk 에 대한 hedge 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경영자의 미션이 제대로 워킹하려면,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가 선결조건이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공매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공매도에 지쳐 회사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등의 선언은 투자자로서 할 얘기이지, 내가 아는 한 경영자가 고민할 부분은 아니다. 공매도에 대한 여러가지 찬반 논란이 많지만,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로 speculator 는 시장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주가를 수급상황에 기반한 fair value 로 수렴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대주주로서 본인이 바라는 수준의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몸부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건전한 재무 구조의 유지는 경영자의 중요한 역활중 하나이니,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debt finacning 을 했다면 주가의 흐름에 신경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거액의 debt financing 의 목적이 공매도에 대한 대응을 위함이니, 더구나 수천억의 매출에 역시 수천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회사가 공매도 대응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loan 을 일으켜야만 했는지, 거기다 수천억의 매출이라는 것이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재고로 잠겨있다는 설명은 그 업계에 조금이라도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Fiduciary obligation 혹은 agency problem 이란 말은 경영자와 주주간의 이해관계가 충돌이 나,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경영자가 회사의 중장기적 비젼에 반하여 단기 성과 위주의 의사결정에 집착함을 말하는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됨으로써 나타나는 대표적인 폐해이다.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등의 주가와 연계된 보상 역시 이러한 COI (Conflict of Interest) 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 뉴스로부터 얻은 교훈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여도 여전히 이러한 문제는 persist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를 받치는 경영실적보다는 오히려 단기적 주가 흐름에 천착하여 기업의 투명성을 흐리고, 자신을 제외한 일반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셀트리온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는 회사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개별 회사를 벗어나 회사가 속해 있는 industry sector 까지 그 피해가 spill over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