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와 자율

생각이 생각을 문다고 오늘 아침 왜 이리 수다근성 발현이 심한지. 새벽녘 올렸던 포스팅 (CVC) 관련 연관된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돈다.

1) Opportunistic vs Strategic

6개 투자중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메디톡스. 사실 시작은 전혀 전략적이지 못했다. 그저 과학원 선배 중 어떤분이 창업한 회사가 있는데, 나름 유망하다는 얘기 듣고, 선배한테 술이나 한잔 얻어 먹을까 싶어 창업자께서 당시 근무했던 선문대학교 놀러갔다가, 어찌보면 내가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보다는, 술 한잔 얻어 먹고 코 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나중에 추가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더 높이긴 했지만, 초기에는 정말 별 생각 없이 소액 투자를 했고, 사실 확보한 권리도 판권이 아닌 판권에 대한 우선협상권이었다. 책임은 모호해도 공적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협상을 통해 판권을 확보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시 태평양제약의 ㅎㄷㅊ 님이었다. 물론 최초 시작은 내가 주도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철저한 기획하에 투자한 다른 기업들은 다 말아먹고, 술 한잔 얻어 먹고 코 꿰어 시작하게 된 이 메디톡스가 결국은 유일한 성공이었다.

2) 관리 vs 자율

90년대는 본사 최고경영자 직속의 기술기획팀이란 부서가 있어 신기술에 대한 스태핑 업무를 담당했다고 하던데, IMF 사태 이후 조직이 천지개벽하면서 사라지고, 내가 본사에 올라갔던 2000년에는 주로 연구소 행정업무등을 담당하던 연구경영실의 분실이었다. 당연히 팀장이나 실장도 따로 없이 계층상으로는 연구경영실에 소속된 팀도 아닌 팀이었다. 2004년초까지 그런 형식으로 유지되다가 2004년 신약 라이센싱 큰 것 하나 성공하면서 기술전략팀이라는 연구원장 직속의 별도팀으로 개편되었다. 물론 기술전략팀으로 바뀐 이후에도 몇몇 업무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구경영 분실 시절에 비하면 빛이 바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연구경영 분실 시절에는 본사 근무 인력에 대한 관리가 거의 없었다. 관리가 없었던 만큼 대접도 소홀해, 정말 찌그러진 시절에는 현재 ㅎㅁ약품에서 대관총괄팀장으로 회사의 미래를 양어깨에 짋어진 듯 고민하고 사는 ㅊㅈㄹ 선생과 나 단 두명이고, 본사 사무실 공간 재배치때마다 이동 1순위로 얼마나 옮겨 다녔는지 모른다. 한때는 특영팀 구석에 책상 두개 배정해 주고 완전 쭈구리로 살았던 시절도. 9층으로 옮겨 독립된 업무공간도 주고, 인원도 충원해주고, 무엇보다 예산 자율권까지 준 기술전략팀 시절에 비해 이 쭈구리 시절에 대부분의 업무 성과가 났다는 점도 역설적.

최근 “스마트월드“라는 책을 읽었는데, 요지는 혁신은 한두명 천재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지능이 누적된 아이디어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혁신의 기운을 누가 먼저 알아채느냐 그리고 그것이 상업적 성공으로 갈 수 있는 right path 를 누가 찾아내느냐에 달렸단다. 일찌기 크리텐센 선생도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기존기업이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그들이 무능하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합리적으로 기존고객을 끔찍히도 존중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설파하셨다.

그러고보면 수천년전 노자와 장자께서 말씀하신 무위론이 혁신의 정답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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