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열 (latent heat)

잠열이라는 말 아마 중학교 물상 교과서에서 처음 보지 않았나 싶다. 말 그래도 숨어 있는 열이라는 뜻인데, 대학에 들어와 물리화학 과목을 들으니, latent heat 이라는 좀 더 근사한 말로 바뀌어 나와 있더라. 일반적으로 열량과 온도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례식이 성립한다.

Q = Cp * m * (T2 – T1)

여기서 Q 는 열량이고, Cp 는 대상물질의 비열 (이것도 좀 더 근사하게는 specific heat capactity 라 한다), m 은 대상 물질의 질량 그리고 T2 와 T1 은 각각 측정시점과 초기상태 물질의 온도를 말한다.

네이트온 검색해 보면 중2에서 중3들 열용량과 비열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들 많이 올라오는데, 단적으로 얘기하면 비열은 물질의 property 이고 열용량은 property 가 아니다. Property 냐 아니냐는 그 값이 물질의 상태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 뭐 그런 얘기인데, 나도 잘 모르는 얘기고 이 글의 주제와도 동떨어진 얘기이니 이쯤에서 그만두자.

예전 고등학교 입학 시험인 연합고사 물상시험에서 많이 나오는 문제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10oC 인 100g 의 얼음을 70oC 까지 가열하는데 소요되는 열량은 얼마인지 답하시요. 위의 공식을 알고 있다면 누워서 떡먹기요, piece of cake 이다. 얼음의 비열은 0.5 cal/g 요 물의 비열은 1 cal/g 이니, 간단하게 이를 평균내어 0.75 cal/g 으로 본다. 그러면 Q = 0.75 * 100 * (70 – (-10)) = 6000 cal 아싸!!

땡 틀렸다.

정확한 답은 Q = 0.5* 100 * (0-(-10) + 80*100 + 1*100*(70-0) = 500 + 8000 + 7000 = 15500 cal 이다.

여기서 뜬금없이 나온 80 cal/g 은 얼음의 융해열이라 하여, 1g 의 얼음이 물로 상전이 하는데 필요한 열량이고, 바로 이것이 잠열의 개념이다. 숨어있는 열이라는 이 잠열은 열량이 가해지면 결과적으로 온도가 변화해야 하는데, 영도씨의 얼음이 영도씨의 물로 변하는 동안 소요되는 열량으로, 열량은 가해지지만 물질의 온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열이다. 따라서 열량과 온도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위의 식처럼 선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 그림처럼 계단식으로 나타난다.

20130203-181830.jpg

나이가 들면 서설이 길어진다는 말은 지난번에도 했지만, 꼭 얼음을 녹이고 물을 끓이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서도 이 phase transition 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준비하고 계획 세우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질적으로 변화하는데 들어가는 노력 (잠열) 으로 인해, 열심히 노력 (열량) 은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 (온도) 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공정한 인사평가, 정량적 인사 평가 다 좋은데, 조직의 발전을 진정으로 원하는 리더라면 조직이 힘들게 노력은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것이 열용량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한단계 더 도약을 위한 상전이에 노력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생각해 보는 혜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One comment
  1. J.S 2015년 3월 25일 at 7:11 오후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