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메가딜의 경제학

Lilly and Hanmi Announce an Exclusive License and Collaboration Agreement for the Development and Commercialization of an Immunological Therapy

아모레퍼시픽에서 신약프로젝트 관련 사업개발일을 하다가, 태평양제약으로 가게 되었을때 이런 생각을 한적 있었다. “한국 제약업계에서 뭔가 배우려면 LG 생명과학이나 한미에서 일하는게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두 회사는 당시 사업모델 측면에서는 극단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LG 가 R&D 중심이라면 한미는 영업중심의 회사였고, 특허 만료된 제네릭이란 제네릭은 모두 출시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 말맞다다 제약산업 역시 경쟁력은 원가경쟁력 혹은 차별화 둘 중의 하나라 생각했기에 이 두 회사중 한군데에서 두가지 경쟁력중 하나라도 원천의 공식을 배울 수 있다면 나중에 제약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한미가 신약 R&D 투자를 늘린다는 소리가 들렸고, 조금 더 지나니 R&D 에 목숨을 건다는 말도 들리더라.

예전 이스라엘의 TEVA 라는 회사를 방문했을때 회사 소개 말미에 이런 말을 하더라 (이 회사는 제네릭 전문회사로 제네릭으로는 전세계 1위 규모회사이다). 많은 제네릭 회사가 미래비젼으로 R&D driven company 를 말하지만, 우리는 제네릭의 선두를 달린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Patient affordability 역시 훌륭한 가치창출 아닌가? 한미가 R&D 에 목숨을 건다는 말 듣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질텐데 하는 생각 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뉴스를 보고 제네릭이건 OTC 건 한번 출시하면 지역 의원, 약국을 싹쓸이 해버리던 그 근성 R&D 에서도 결국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판매로열티를 제외하고 전체 deal 규모가 7억불에 달하고, upfront 만 5천만불이란다. 몇년전만 해도 1억불, 2억불이 국내 신약기술수출사상 최고 금액이란 뉴스가 생생한데, 신약분야에서 value 로 사실상 퀀텀점프를 만들었다 하겠다. 상대 역시 이름도 못들어본 고만고만한 회사가 아니라 Eli Lilly 라는 거대 다국적 제약사이다.

글로벌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이 1조원이네 2조원이네 얘기가 많지만, 대략 가운데 잡아 1.5조원이라 가정하자. 이는 자본비용, 실패비용이 다 포함된 비용이니 실제 투자되는 회계적 경비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7억불이면 대략 7000억원이니 그렇다면 Lilly 는 신약 총 개발비용과 맞먹는 금액을 한미에 투자한 것일까? 경제학적으로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먼저 다음 그림을 한 번 보자 (몇년된 자료지만 내 보기에는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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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온 경비, 확률, 시간등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만일 Lilly 가 idea conception 부터 자기 스스로 다 했다면, 성공확률과 자본비용 (연 11%) 모두를 감안했을때 임상1상까지 $126m 이 소요되었을것이란 (2015년 이번 deal  체결시점에서 현가기준) 결론이 나온다. 이번 한미 deal 에서 upfront 로 지급하는 금액이 $50m 이니, 결론은 Lilly 는 한미 deal 을 통해 자신이 직접 수행했다는 씨나리오 대비해서  $76m 을 절약한 셈이다.

Lilly 가 한미에게 추가적으로 지급할 license fee 는 총 $700m 에서 $50m 제외한 $650m 이 남아 있고, 이 역시 단계적으로 지급하게 되어 있으니, 성공확률 및 자본비용 감안하면 위험조정현가로 대략 $71.59m 이 나온다. 정확한 마일스톤별 license fee 배분비를 모르기에, 최종단계에서 일시지급을 가정했으므로, 이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지만 , 뉴스에서 보니 sales milestone 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sales milestone 의 비중을 모르고, 또 sales milestone 은 지급시점과 확률에 추가적인 변수를 고려하여야 하므로, $72m 으로 놓아두어도 무방하겠다.

즉, deal 만을 놓고 보면, 결론은 Lilly 가 앞으로 추가적으로 지불할 마일스톤 $72m (2015 시점 위험조정 순현가 기준) 은 본 프로젝트를 자신이 직접 수행했다는 씨나리오 대비 deal 로서 절약한 $76m 정도로, Lilly 입장에 순투자금액은 사실상 제로가 된다. 물론 로열티, 추가임상개발비용투자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단순히 science 가 마음에 들어 $700m 이란 거액을 license fee 로 획 던진 것은 절대 아니란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보다 훨씬 작은 돈을 받고 글로벌 권리를 넘긴 과거 deal 은 다 뭐냐 이런 질문 나올 수 있겠다. 신약과제의 지상목표가 라이센스 아웃이다보니 사실 제값 다 못 받고 팔았다가 답이 아닐까 싶다.

일전에 한미수준의 큰 deal 을 만든 메디톡스도 그렇고, 앞으로 개발이 진행되며 한미도 그렇겠지만, 라이센스 fee 가 들어오면 영업이익 혹은 경상이익률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다. 이런  deal 들이 제약업계에 시금석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램은 앞으로 신약개발에 있어 글로벌 라이센싱 아웃을 지상목표로 놓지 말고, 사업화에 있어 하나의 옵션으로 보았으면 하는 점이다. 이런 여유와 베짱이 있을때 앞으로 deal 의 추는 점점 더 licensor 쪽으로 옮겨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다. (물론 프로젝트의 기술성, 사업성이 확실하다 담보되어야 겠지만).

2 Comments
  1. 익명 2015년 3월 29일 at 11:09 오전

    메디에서도 절대 싸게 넘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 Sung Joo Lee 2015년 4월 12일 at 6:04 오후

    잘읽었습니다. 이번 메가딜이 전반적으로 투자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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