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생각이 많은 놈이기도 하지만, 지난 한달여간 한가지 의사결정을 두고 참 물리도록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다. 결국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지만, 힘든 시간이었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앞두고는 처자식이고 뭐고 모든 noise 다 지워내고 오로지 나 하나만 가운데 두고 생각해 본다 (처자식도 노이즈라니 참 이기적인 놈이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선택지 중에 나 자신에게 제일 이로운 것이 무엇이냐를 고르는 게임이다. 여기서 선택한 옵션에 그때부터 나에게 가까운 factor 하나씩 차례로 집어 놓고 다시 생각해 본다. 가족, 친척, 친구, 동료, 회사, 사회 혹은 돈, 명예, 즐거움, 희망등등. 이러지 않으면 갖가지 compounding factor 들이 다 뒤섞여 한달이고, 일년이고 끌어도 당췌 결정을 할 수가 없다.
2000년대 초반 집에 플레이어 들여 놓고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 산 DVD 같은데 존 트라볼타 나오는 “sword fish” 란 영화가 있다. 연방은행을 털 계획을 하고 있는 존 트라볼타가 전설의 해커 Stanley 를 불러다 클럽에서 해킹 실력을 평가하는 장면. 옆에서는 레즈비언 둘이 농염하게 쳐다보고 있고, 밑에서는 금발의 여인이 바지 벗기고 그짓을 한다, 머리에는 총이 겨눠져 있고, 눈앞에는 존 트라볼타가 타임워치로 시간 세면서 60초내에 암호로 보호된 미 정부기관 사이트를 해킹하라고 한다.
(동영상은 여기에)
전설의 해커니 (물론 영화속 이야기니) 60초안에 뚫어 내지만, 글쎄 일반적인 경우 이런 상황에서 뭔가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작금의 제약사업 환경을 보면 딱 이렇지 않나 싶다. 머리에는 약가인하, 리베이트 단속이란 총을 겨누고, 밑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여인네가 철퍼덕 대며 그 짓을 하고 있고, 눈앞엔 정부당국에서 구조조정 하라고 시간 재고 있고. (On top of this) 그렇게 turnaround 해 보이고 싶었던 메디컬뷰티는 한손으로는 해킹하고, 다른 한손으로는 앵그리버드 최고득점 올리라는 격이니 정말 정말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이번에 회사를 떠난다는 것 결국 60초 주어진 메디컬뷰티 게임 중 30초만 참여하고 중간에 떠나는 셈인데, 누가 남기고 싶은 말 있냐고 묻는다면, 혜민스님의 최근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마디 하고 싶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