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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후진국 대한민국
트위터에서 발견한 주간조선 기사 링크 “글쓰기 후진국 대한민국”. 관련하여 개인적인 얘기를 좀 풀어보려 한다.
학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원래 1지망은 전산학과였다.
학력고사 세대인지라 먼저 시험점수와 내신을 가지고 마치 포커치듯이 베팅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내신을 감안하더라도 나중에 언론에 발표된 연대 전산과의 커트라인이 내 학력고사 점수보다 낮더라.
불합격의 유일한 원인을 논술에서 (아마 우리가 논술 첫 세대 아니었다 싶다) 찾을 수 밖에 없었던지라, 대학 입학하면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스무살때부터 습작도 하고 아버지한테 개무시 받으면서 가내 글짓기도 하고등등의 덕분에 이제 남들에게 곧잘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듣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머리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더라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인터넷으로 별의별것 다 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결국 생각은 말과 글로 나타낼 수 밖에 없다.
큰놈이 올해 고2인데, 나 고2때 생각해보면 어찌 젊은 놈이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부 많이 한다. 방과후에 학원을 세개 다니고 학원 수업 없는 날은 학교에 남아 야간자율학습이다. 주말도 예외가 아니라 토요일 일요일 모두 오전시간은 학원이다. 덕분에 물론 성적은 곧잘 나오는 편이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 역사 지식에 대한 설문 기사를 보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도대체 머리속엔 뭐가 남아 있는 거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식은 어떻게들 표현하는건지…
When will Korea become a powerhouse in biotherapeutics.
어제 제가 참여한 패널의 주제가 “when will Korea become a biotherapeutic powerhouse in global market” 이었습니다. Moderator 에게 파워하우스의 정의를 물어보았는데 상식선에서 정의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고 스스로 market leader 로 정의했습니디.
마침 “마켓리더의 조건”이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최초 시장진입자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맞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후발주자라도 얼마든지 마켓리더가 될 수 있으며, 다음의 다섯가지 조건을 얼마나 잘 충족하느냐에 따라 누가 마켓리더가 될 것인지 결정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시장에 대한 명료한 비전을 갖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원제는 Will and Vision 이더군요).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패널스피커가 다섯분이라 제 생각을 구구절절히 말할 기회는 없었지만, 주제와 관련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We aim to be an integrated pharma rather than biotech, who really care for patients’ unmet needs;
2. We need to deliver reliable treatment option (ethical, valuable and affordable) rather than sexy technology;
3. We make it reach the widest range of patients and physicians alike.
맥도널드 이론
맥도널드 이론이라는 것이 있단다.
토론을 하는데 있어 최악의 아이디어라도 처음에 누가 제시만 하면 그때부터 활발한 아이디어 제시가 일어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몇명이 점심 메뉴를 고르는데 처음에 뭐 먹지 물으면 대개 아무거나 먹지 뭐, 간단하게 먹지 뭐 하고 의견 내기를 꺼려 하다, 누가 맥도널드 햄버거 어때 하고 제안하면 그때부터 제발 맥도널드는 가지 말자, 김치찌게 어때, 오늘은 간만에 돈까스 먹지 않을래 식으로 각자의 의견이 봇물처럼 터진다고 한다.
결국은 최초의 icebreaking 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서양사람들보다 동양사람에게 제대로 적용되는 이론 아닐까 싶다. 학회에서 종종 세션의 좌장을 맡는 일이 있는데, 좌장의 미션은 정의상 발표자 소개, 전체 세션의 시간 관리, 질문의 운용등이다. 하지만, 국내 학회의 경우 좌장에게 기대되는 가장 중요한 역활은 질문에 대한 총알받이 역활이다. 좌장이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리 청중들에게 질문 독촉해도 발표장은 정적이다. 그나마도 경험에 의하면 좌장이 처음부터 고상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면 후속 질문이 잘 안 터진다. 청중의 전반적 관심이 어떤 것인지 잘 파악해야 하고, 청중이 질문하기 주저하는 (예를들어 연자의 의견에 대한 공격적인 반론이라거나 아니면 연자가 사용한 용어에 대한 재정의등등 이런 질문 했다가 망신 당하는거 아니야 하고 청중이 생각하는) 그런 어렵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라이센스 협상을 하면서 반드시 valuation model 을 먼저 만든다. Valuation model 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제품의 예상매출, 제조원가 판관비등 관련 비용, 출시될때까지의 시간, 개발단계별 성공확률 및 예상투자금액등 각종 변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guesstimation 을 통해 모델을 만드는데, 어찌 되었건 이 모델이 없으면 이후 진행에 물꼬가 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추상적인 상태에서는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최대한 구체화 하고 가급적 논의가 쉬운 정도 규모로 분할해야 한다.
머리 속에서 짱구 그만 굴리고 나이키 광고처럼 "Just Do it". Two is better than alone and four is even better.
친절한 승무원
이번 모대기업 임원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을 보고 문득 생각난 예전 일화.
재작년 모나코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 음악 들으며 정신 없이 자다 보니 아이팟이 좌석 어딘가에 박혀 행방 불명. 일어나 두리번대며 찾고 있으니 승무원이 찾아와 무슨 일이냐 묻더라. 사정을 얘기하니 승무원 두셋이 몰려 와 옆자리 승객에게 양해 구한 후 삳삳히 수색, 결국은 못 찾으니 전화번호를 달란다.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 주겠다고.
도착 후 짐 찾으려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다. 찾았다고. 짐 찾는데 있다니 그 승무원이 직접 찾아와 전해 주더라.
집에 오는 길 고맙다는 문자 보내니, 아래와 같은 답장이 왔다. 처자 있는 몸이라 이후의 인연은 만들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대한항공 승무원 친절은 이 정도인데.
오늘 뉴스보니 폭행한 그 임원 결국 회사에 사표 냈단다. 순간의 감정 하나 조절 못하는 인간이 무슨 기업 경영을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버젓이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곤 했다는 스티브 잡스나, 기행이란 기행은 다 일삼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생각을 해보면, 이게 사표까지 가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공매도로 인해 지난 일년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말이 내게는 의문으로 들렸다. "회장"이란 타이틀이 경영자를 뜻하는지 아니면 기업의 controlling stakeholder 를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서정진 회장에 대한 인식은 셀트리온이란 코스닥 대장주의 최고경영자였다. 최고경영자의 to do list 에 과연 자본시장에서의 유동성 수급에 대한 대응까지도 포함되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MBA 시절 배웠던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경영장의 의무는 예를 들어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이윤의 창출, 투명한 회계와 철저한 감사, 그리고 R&D 와 마케팅 투자등을 통한 미래성장성에 대한 비젼 제시등이었다. 어떤 교수님은 기업의 경영자는 사업리스크 헤징을 위해 다각화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도 하셨다. 왜냐하면, 주주는 자본시장에서 적절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스스로 unsystematic risk 에 대한 hedge 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경영자의 미션이 제대로 워킹하려면,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가 선결조건이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공매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공매도에 지쳐 회사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등의 선언은 투자자로서 할 얘기이지, 내가 아는 한 경영자가 고민할 부분은 아니다. 공매도에 대한 여러가지 찬반 논란이 많지만,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로 speculator 는 시장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주가를 수급상황에 기반한 fair value 로 수렴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대주주로서 본인이 바라는 수준의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몸부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건전한 재무 구조의 유지는 경영자의 중요한 역활중 하나이니,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debt finacning 을 했다면 주가의 흐름에 신경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거액의 debt financing 의 목적이 공매도에 대한 대응을 위함이니, 더구나 수천억의 매출에 역시 수천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회사가 공매도 대응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loan 을 일으켜야만 했는지, 거기다 수천억의 매출이라는 것이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재고로 잠겨있다는 설명은 그 업계에 조금이라도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Fiduciary obligation 혹은 agency problem 이란 말은 경영자와 주주간의 이해관계가 충돌이 나,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경영자가 회사의 중장기적 비젼에 반하여 단기 성과 위주의 의사결정에 집착함을 말하는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됨으로써 나타나는 대표적인 폐해이다.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등의 주가와 연계된 보상 역시 이러한 COI (Conflict of Interest) 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 뉴스로부터 얻은 교훈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여도 여전히 이러한 문제는 persist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를 받치는 경영실적보다는 오히려 단기적 주가 흐름에 천착하여 기업의 투명성을 흐리고, 자신을 제외한 일반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셀트리온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는 회사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개별 회사를 벗어나 회사가 속해 있는 industry sector 까지 그 피해가 spill over 될 수 있다.
Marketing Myopia
애기 엄마가 애들내리고 연구안식년동안 나가 있는 통에 몇년전 캐나다에 자주 간 적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운전중 어디선가 앰블런스 사이렌이 울리면 도로의 차들이 일제히 pull over 하고 길을 비켜주는 것. 한번은 캐나다에 오래 사신 교포분을 차에 태우고 가는데, 같은 상황이 발생 정말 인상 깊다고 말씀드리니, 그분 왈 "아 이렇게 길 비켜주면 뭐해요? 캐나다는 의사들 소득이 안 좋아 다들 미국으로 돈벌러 떠나, 응급실까지 1분, 응급실에서 의사 만나려면 2시간 기다려야 해요."
MBA 시절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논문 중 하나가 1960년대 발표되었다는 "Marketing myopia". Myopia 는 근시, 단견등의 의미인데, 눈앞의 당장의 목표에 급급하여 긴 시각을 갖지 못하는 작금의 경영자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이었다. 못장사는 자신의 업을 못이 아니라 구멍으로 정의해야 하며, 철도 사업자는 자신이 운송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단다. 또 이는 단순히 사업자만이 아니라, 고객에게도 해당하는 말인데, 자동차 산업의 아버지라는 헨리포드는 일찌기 이렇게 말했단다. "If i had asked people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said faster horses"
줄기세포와 관련한 사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내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같은 업계의 경쟁자보다 좀 더 빨리, 좀 더 낫게보다는 줄기세포에 기반한 치료제가 환자에게 도대체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이냐이다. FierceBiotech 이나 Biocentury 같은 바이오의약품 관련 웹싸이트에 접속해 뉴스 트래킹 하다보면 하루에도 수십건씩 새로운 혁신, 새로운 breakthrough 가 나타나는 것 같지만, healthcare 라는 큰 시각에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한 채 그들만의 게임으로 끝나고 만다.
줄기세포라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측면에서 ethical, valuable, affordable 세가지는 꼭 지켜야 할 caveat.
(PS)한국어로 말할때보다 영어로 말하기가 더 편할때 있다하면 영어 좀 한다고 잘난척 한다 욕하지만, 그 이유는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라 감정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Caveat 이란 단어 뭔 뜻인지는 알겠는데 일감이 없다..
지속가능한 창의적 삽질
어제는 창립 13주년 기념 전사 체육대회. 입사후 처음 맞는 창립기념일 행사인데다,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2020 비젼선포식 행사까지 겹쳐 있어 개인적으로 뜻깊은 하루였다. (X 같았던 4월 날씨였던 것 제외한다면).
작년말부터 전사적으로 중장기 비젼작업을 진행했는데, 전략기획부가 그 배경과 목적에 대해 초벌작업을 하고, 이후 임원들 각자에게 사장님으로부터 각자가 생각하는 중장기 비젼과 미션에 대한 그림 그리기 숙제가 떨어졌다. 장고 끝에 만든 한마디 “지속가능한 창의적 삽질”.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란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만일 내일 당신의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이를 슬퍼하고 아쉬워할 고객이 얼마나 될 지 항상 생각하라고. 그래서 전략은 기업의 존재이유와 목적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창의적 삽질은 “혁신중심”을 반영했다. 혁신의 핵심이 과정이냐 결과냐 생각을 많이 했는데, 혁신이란 것이 가죽을 벗기듯한 고통속에 나오는 새로움이라면,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5년 회사 생활 하면서 배운 점중 하나가 “모사재인 성사재천” (맥이라 한자가 잘 안 써진다). 혁신까지 가는 여정이야 사람이 꾸밀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사람의 영역이 아닌것 같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리 예상할 수 없지만, 남들과 다른 고객에게 의미있는 기업이 되려면 창의적 삽질만큼만은 멈추지 말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속가능은 “고객중심”을 반영했다. 혁신이 되었건 모방이 되었건 기업활동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돈을 벌어야 돌아가는 것이 기업이고, 아무리 끊임 없는 창의적 삽질을 한다 해도 그 방향성이 고객과 반대지점을 향하고 있고, 적절한 투자후 적절한 타이밍에 결과물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혁신 아니라 혁신 할아버지라도 결국은 일장춘몽에 끝난다는 점을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임원들 모두의 생각이 통합되고, 전략기획부의 터치를 거쳐 멋지게 마무리 되어 어제 모든 임직원들이 소지할 수 있게 비젼카드와 함께 선포되었다.
대기업 임원으로 잘 먹고 잘 살다가, 작은 벤처회사로 옮긴다니 주변에서 모두들 말렸지만, 용꼬리보다 뱀대가리가 되어 언젠가 용으로 승천할 수 있는 작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지금이 솔직히 더 행복하다. (아래 그림은 숙제하면서 만든 제 초벌그림이고, 회사의 공식 최종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리고 창의적 삽질은 삽질이란 단어가 어떻게 받아들여 질 지 몰라 창의적 혁신이라고 고상하게 바꾸었습니다).
지하경제의 양성화 (의료계 리베이트)
의료계에 요즘처럼 사정 바람이 거센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쌍벌제 시행 이후 최근에는 심하게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이에 대한 뉴스가 나곤 하는데, 먼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리베이트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Rebate :a partial refund to someone who has paid too much for tax, rent, or autility. a deduction or discount on a sum of money due.
리베이트는 많은 기업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가격 할인 정책의 하나로 최근 의료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정의상 사실 Kickback 에 더 가깝다.
Kickback : an illicit payment made to someone in return for facilitating a transaction or appointment.
여기서 한가지 더 짚어 볼 단어는 Commisssion 이다.
Commission: a sum, typically a set percentage of the value involved, paid to an agent in a commercial transaction
정의상 kickback 과 commission 은 종이 한장 차이로, 거래의 성립을 도와 준 데 대한 댓가로서 합법이냐 불법이냐 여부에 따라 갈린다.
현재 단속의 대상이 되는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특정 약품을 처방한 댓가로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하는 돈이다. 현행법의 정의를 떠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과연 이 리베이트가 불법에 속하는지 한번 따져보고자 한다.
첫번째: 우리나라 의사수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조사해 본 적이 없어도 최소한 수만명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중 국가기관 (군병원, 보건소등) 혹은 비영리 의료법인에 (국가병원, 대학병원등) 소속된 의사는 아무리 많게 보아도 20% 미만일 것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80% 가까운 의사는 모두 개인사업자이다. 즉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사업자의 최대 관심은 이익의 극대화이다. 어떤 사업자라 해도 A 와 B 라는 상품중 A 를 판매하여 이익이 더 남는다면 당연히 B 보다 A 를 팔려고 더 노력하기 마련이다.
두번째: 상품이 유통되는 데 있어 여러 단계의 중간 업자가 존재하고, 그 중에 상당 부분은 소위 agent 혹은 플랫폼 업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거래가 성립되는데 도움을 주고, 이에 대한 댓가를 받는다. 제약업계를 보면 도매상이 그러하고, 크게 보면 애플이나 구글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현행 규정상 약품의 유통에 있어 제약사와 환자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고, 전문약의 경우 이 사이에 중간 업자인 의사가 존재한다. 물론 의사의 임무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지, 약물 유통의 중개자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중간업자로서 일부 마진을 취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전반적 취지로 보아 당연하다. 많은 중간 업자가 판매 증진에 대한 수수료로 판매장려금 혹은 커미션을 수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번째: 대부분의 의약품은 그 효능의 이면에 남용 혹은 과용했을때 부작용이 따르고, 따라서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나라가 의약품의 판매 유통은 엄격하게 관리한다. 따라서 특정 약물은 처방할 수 있는 적응증과 용량을 정부기관이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신약과 복제약 모두 정부기관이 약물의 특성 및 생산자의 자격과 설비등을 모두 평가하여 그 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허가한다. 따라서, 적응증을 벗어난 임의처방 혹은 적정량을 벗어난 과잉처방이 아니라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은 정부기관이 보증한 것이다.
이 세가지를 종합해 보자. 1) 어떤 약물을 처방함에 있어 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용된 적응증과 용량을 벗어나 처방한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 따라서 처벌되어야 한다. 2) 국가기관 혹은 대학병원에 속한 의사의 경우 정부나 기관의 이익에 반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약물을 처방한다면 이 역시 배임에 해당하여 처벌되어야 한다. 그 외에는 특정 약물의 처방증량에 대한 댓가로 의사가 받은 판매장려금 형식의 리베이트 (정확히는 커미션) 수수가 왜 불법으로 규정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현행 의료법에 의사는 몇몇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처방의 댓가로 일체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현재 리베이트 관행을 단속하는거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를 수수함으로써 의사가 처방하지 않아도 될 의약품을 과잉 처방한다거나 혹은 처방하지 말하야 할 적응증에 임의 처방했으냐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음성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란 금전적 댓가에 대하여 공정하게 과세되었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행정적으로 리베이트를 통한 과잉 혹은 임의 처방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기관의 능력 문제이지 이로 인해 무턱대고 리베이트를 불법화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건강 보험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리베이트를 단속한다면 오히려 이를 양성화 시켜 이에 대해 의료인과 제약사로부터 공정한 세금을 걷고, 이 세수를 건강보험 재정에 편입시키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전 동아제약의 강의료 명목의 리베이트에 대해 의사협의가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우리나라 의료인을 대표하는 의사협회라면 쪼잔하게 말도 안되는 사기죄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리베이트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통한 위헌심판을 제기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Follow up
파이프라인이라 하면 주로 신제품 개발에서 많이 쓰는 용어지만, 사실 진행이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비지니스 활동에는 모두 적용되는 개념이다. 신제품 개발이라는 것이 워낙 성공률이 높지 않고 (신약개발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그러다보니 단계별로 의사결정이 복잡해 파이프라인이란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영업쪽에서 신규고객 개발에서도 많이 쓰이고 영업관리 측면에서 파이프라인 관리를 위한 여러가지 metric 도 개발되어 있다. 영업쪽에서 쓰는 Sales Funnel 혹은 Sales Pipeline 개념을 정리하면 대략 아래 그림과 같다. 먼저 상품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구매가 일어나도록 영업활동을 집중하고, 거래를 발생시키고, 거래 이후의 고객 관리의 4단계로 진행된다.
사업개발 혹은 business development 라는 것도 말 자체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성상 영업활동이다 보니, 전시회나 학회를 참가하고 나면 거기서 만난 각종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거래를 유도하고자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 즉 Follow up 이 매우 중요하다.
전시회에 부쓰를 설치하고, 발표 세션에 참가하여 제품에 대해 발표하고 등등의 활동은 소위 lead generation 으로 잠재고객의 관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이고, 다음단계는 이들을 prospect (잠재고객) 으로 진화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사업개발에 있어 이 단계 필수적인 투입요소가 명함과 브로셔이다.
총천연색에 최고급 종이를 써서 블링블링 브로셔를 만든다고 해도, 관심 있는 잠재고객이 나중에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누락했다면 그 브로셔의 가치는 30점 밖에 되지 않는다. 부쓰에 찾아온 잠재고객에게 온갖 sales pitch 를 다하여 붕뜨게 만들었다 해도 나중에 연락할 수 있는 명함을 주지 않았다거나 혹은 받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평가는 30점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명함을 주는 것보다 받는쪽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참가 목적이 selling 이냐 buying 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하직원들 학회나 전시회에 출장 보내고 나면, 항상 체크하는 것이 받아온 명함의 수 그리고 질이다. 뭣도 모르고, 전시회 돌아다니며 브로셔만 한아름 챙겨오는 친구들 있는데, 그 친구들 나중에 인사고과에서 왜 낮은 점수 받았는지 궁금했다면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 (그래도 기념품만 챙겨오는 친구들보다는 브로셔 챙겨오는 친구가 조금은 낫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번 BioPharm Asia 에서 받아온 명함 분류별로 나누고, 잠재고객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쭉 돌렸다. 한두 페이지 짜리 상품에 대한 leaflet 혹은 flyer 를 첨부하는 게 중요한데, 학회 자주 참석해 본 분들을 알겠지만, 학회에서 주는 각종 안내자료나 브로셔들 그리고 전시회 돌아다니며 챙긴 브로셔들만 해도 한아름이다. 대부분은 호텔방 휴지통에 버리고 가거나, 아니면 마지막날 분류해서 정말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대부분 lead 단계이기 때문에 이메일을 보낸다 해도 쓸 말이 그닥 많지 않다. 간단한 감사 인사 그리고 더 간단한 제품 소개, 마지막으로 앞으로 협력기회를 모색해 보다는 상투적인 제안 혹은 조금은 구체적인 tentative proposal 정도다. 따라서 고객별로 보내는 내용이라 봤자 다 거기서 거기이길래 마음 같아서는 단체메일로 보내면 좋겠지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수신인 bcc 로 넣어 단체 메일 보내는 것이다. 아무지 냉냉한 비지니스 세계라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감성이 묻어나지 않는 이런 단체 메일은 차라리 한 보내느니만 못하다.
시간도 많이 들고 귀찮기도 해도, 한땀 한땀 정성 스럽게 최대한 customzied 된 이메일을 보낸다.
비행기 비지니스 혹은 퍼스트 클래스를 타면 최소한 사무장은 각 좌석 손님들 직함과 last name 정도는 미리 공부해 놓는단다. 비행기 이륙전 사무장이 돌면서 인사하는데 보면 김부장님, 이사장님, 최이사님 하고 아는 척을 한다. 내가 비지니스로 주로 출장 다니는게 2008년 사업부장 진급 이후인데 아마 대한항공에서 내 고객정보 거기까지만 update 되었나보다. 요즘도 타면 부장님, 부장님 하는데, 부장과 사업부장은 직급 자체가 다른데다가, 이직 이후 지금은 (회사는 작아도) 전무인데, 부장님 부장님 하니 그닥 듣기 좋지 않더라. 내 입으로 저 이제 전무인데요 하기도 우습다. 불완전한 customization 의 저주라 하겠다.
지금 이번 학회에서 만난 모 말레이지아 분께 메일을 쓰는데 그 분 Full name 이 Prof. Dr.Tunku Kamarul Zaman Tunku Zainol Abidin 이다. 명함에 그렇게 써있다. 아 심히 괴롭다.
Leader vs Manager
똘똘한 애들 밑에 두고 관리자로 일하다 보면 두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와 부하직원간의 job description 을 동일하게 놓고 이들의 업무효율을 최대로 끌어 올릴 것이냐 아니면 나는 부하직원과 구별되는 새로운 job description 을 만들고 부하직원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냐.
다른 것보다 여기서 리더와 매니저가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업무는 잘 모르겠고 10년 넘게 하고 있는 최소한 신규사업개발과 관련해서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비지니스라는 것이 단순히 물건 하나 더 잘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그 목적과 목표가 다르다. 기업이 관여된 비지니스에서 최상의 목표는 TSR (주주이익 극대화) 라는 것이 최근 다소 이견은 있으나 (유럽식 stakeholder’s value 가 더 상위라는 학설이 점점 대세화 된다고 한다), 아직은 정설이다. 대략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최상의 목표를 top 으로 하여 기업은 구성원 각자에게 그 하부 목표를 할당한다. 그리고 그 하부목표의 성과들이 모여 상층 목표의 성과를 이룬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smooth 하게 연결되는 프로세스이면 별 문제 없겠으나, 하부목표가 제대로 달성된다 해도 자동적으로 상층 목표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경영의 묘미라고 한다 (실제 경영학 교수들에게 질문해 봐도 경영은 아직 purely science 라기 보다는 art 와 science 의 절묘한 혼합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훌륭한 요리에는 신선하고 최상의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요리는 최상의 재료를 어떻게 각각으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요리로 융합되도록 결합하느냐에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한 접시 요리가 아닌 훌륭한 한끼의 식사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코스의 구성과 순서에 따라 한끼의 식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니저는 어물전이나 고깃간에 가서 신선하고 훌륭한 재료를 적절한 가격으로 확보하는데 집중한다면, 리더는 확보된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훌륭한 한끼 식사의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 그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