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

황당하고도 긴 얘긴데 풀어보자면 이렇다.

어제 아침 외부 일정이 있어 밖에서 돌다가 점심은 회사에서 먹으려 들어오는데 길이 좀 막히더라. 간발의 차이로 구내식당 점심 놓쳤다. 회사앞 식당가에서 칼국수 시켜 먹는데 요 몇주 구내식당 심심한 밥만 먹은 탓인지 입에 짝짝 붙더라. 같이 나온 밥 반공기 마저 국물에 투하, 말아먹고 나니 배가 터지려 하더라. 사무실 들어와 앉아 있으려니 그만큼 다 살이 될 것 같아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회사앞 판교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오솔길 같은게 있기에 따라 걷다보니 공원도 나오고 호수도 나오고 (쥴랴 사진속 호수에 비하면 냇물이지만) 조금 더가니 서판교쪽 단독주택 단지도 나오며 웬지 풍경이 좀 익숙해진다 싶으며 낙생고등학교 그리고 남서울 CC 안내표지 보이더라.

“그렇다면 여긴 우리 마눌 회사 근처!” 시간은 이미 4시. 그 순간 바로 다리에 힘이 탁 풀리며 한발자국도 못 걷겠더라. 서둘러 대충 나오느라 지갑도 없고, 현금도 없는데 그 놈의 사원증은 왜 목에 걸고 왔는지 모르겠더라. 올때는 설렁거리며 와 그랬는지 모르겠두만, 온 만큼 다시 돌아가려니 하늘이 노랗더라. 울 와이프 회사에서 낙생고까지 오는데 차로 2분이면 될테니, 마눌께 전화해 회사까지 데려달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나는 순간 힘이 버쩍 났는데, 전화는 불통이고, 다섯번 넘게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오늘 외부 회의가 있어 서울역에 계신단다. 정말 죽을 것 같으면 서울역에서 지금 떠나서 갈테니 기다리라 하는데, 엄마도 아니고 그렇게까지는 못 시키겠더라.

여기저기 뒤지다 자켓 안쪽 주머니에 회사에서 한달에 십만원씩 넣어주는 직불카드 발견. 희망창출! 저 멀리 버스 정류장 보이길래 (500미터는 더 되는 것 같더라) 거기까지 걸어가 버스 기다리니 이 놈의 버스들이 사람 별로 없는 정류장이라고 그냥 휙휙 지나가버린다. 그렇게 몇대를 놓치고, 대략 회사 근처까지 가는 것으로 보이는 버스 잡아 타고, 단말기에 카드 대니 꿈쩍도 않는다. 몇번 더 대보다 기사 아저씨가 탈거에요 말거에요 하는 소리에 다시 내렸다. 화도 나고, 화장실도 좀 생각 나지만 무엇보다 목이 말라 죽겠더라. 다시 500 미터 돌아가 편의점찾는데, 편의점 비슷한 가게도 없다. 1km 쯤 전방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길래, 거기까지 걸어가는데, 단독주택 단지 초등 애들 몇이 자전거 타고 가는게 보이더라. 아저씨 힘들어 그러는데, 자전거 뒤에 좀 타면 안 되겠냐니 타란다. 요즘 몸무게 꽤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애들이라 나 뒤에 태우고 나니 나가는 속도가 영 시원찮다. 아저씨가 앞에 탈테니 니가 뒤에 타라고 자리를 바꿨는데, 이 놈이 보기는 비리비리하게 생겨 가지고는 생각보다 무겁다. 어쨋든 이렇게 해서 아파트 단지 도착하고 나니, 편의점은 없지만 하나로 마트가 하나 있더라.

박카스 집어 계산하려니 천원 이하는 카드가 안 된다네. 나 참. 결국 1,650원짜리 비타민 워터 계산했는데, 박카스가 얼마나 먹고 싶던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 박카스 두개 샀으면 됐는데, 몸이 힘드니 머리도 안 돌더라)…어쨋든 당장 급한 목마름이 해결되니 다리에 힘도 좀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판교 주민센터 옆 하나로 마트 화장실 무지하게 깨끗하더라.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타박타박 걸어 회사 들어가니 5시반. 1시 15분 회사 들어와 칼국수 먹으로 나가 2시에 다시 입장. 15분 사무실 앉아 있다 배부르다고 판교를 헤매다 5시30분 입장. 이것은 아니다 싶어 밤새 야근이라도 할 작정으로 6시에 구내 식당 가서 저녁식사 흡입 (칼국수의 배부름은 산책의 피곤함과 길잃음의 황당함으로 사라진지 오래). 옥상에서 담배 한대 피우고, 사무실 들어와 20분 가량 일하고 나니 이번엔 졸음이 쏟아진다. 잘못하면 이러다 오늘 사무실에 자겠다 싶어 결국 주섬주섬 짐싸서 퇴근. 다행히 서울 오는 고속도로는 다른 금요일 대비 그리 심하게 막히지는 않더라.

집에 오니 큰놈은 독서실에서 아직 안오고, 와이프는 회식 있다고 없더라. 둘째랑 준플레이오프 야구 보면서 오늘의 이 황당한 스토리 들려주고는 둘이 정했다. 우리집 가훈.

“언젠가는 돌아와야 한다….”

(PS) 산책하며 사진 몇장 찍었는데, 비교적 정신줄 있을때 찍은 이것 말고는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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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anobiology

예전엔 미국이고 유럽이고 심지어 남미까지 가서도 밤에 잠만 잘 잤는데, 근 일년 단거리 출장에만 익숙해 진 탓인지, 이것 역시 노화의 반증인지 새벽녘에 잠이 깨서 (새벽 두시니 새벽이라 해야 할지 한밤중이라 해야 할지) 뒤척거리고 있다. 어느분 말씀대로 유럽은 커피머신의 국가인지, 호텔방에도 커피 머신이 있길래 가득이나 안 오는 잠, 에스프레소 두잔으로 완전 날리고 있다.

일 좀 해볼까 하다 궁상맞아 보여, 비행기에서 읽으러 넣어갔다 11시간 내내 내팽켜 쳐 놓았던, 이번 scientific american 뒤적대는데, 재미있는 아티클이 있다. 제목은 “Twist of Fate”, 부제는 “Physical pushes and pulls on a cell, not just genes, determine whether it will become part of a bone, a brain— or a deadly tumor”. 소위 mechanobiology 란다 (원문: Twist of Fate). 난 솔직히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예전 친구중 한명이 미생물학과 나와 미국에 유학갔는데, 가서 하는 일이 bacterial flagella 의 torque momentum 측정하고 뭐 그런다 하길래, 별 신기한 것도 다 하는 군 했는데, 이런류의 학문이 줄기를 뻗은 것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땐가 배운 염색체 감수 분열시 핵의 양끝에서 chromatin 인가 하는 섬유질이 한쪽 염색체 끌어당기고 하는 것도 생각나고..

MESA 미팅 같은 줄기세포 심포지움 가보면, 줄기세포 치료제가 제약의 main stream 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래 저래 말이 많지만, mode of action 이 명확치 않아 빅파마들의 현재 멘탈리티에 잘 들어 맞지 않아서가 내가 꼽는 가장 큰 이유다. 기사를 쭉 읽다 보니, 오히려 이런 mechanobiology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옵션이 아닐까 싶다.

Wiki 를 뒤져보니 mechanobiology 를 대략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Mechanobiology is an emerging field of science at the interface of biology and engineering. It focuses on the way that physical forces and changes in cell or tissue mechanics contribute to development, physiology, and disease. A major challenge in the field is understanding mechanotransduction—the molecular mechanism by which cells sense and respond to mechanical signals.” 죽 읽어 내려가 보니 이런 문장도 있다. “On a macroscopic level, Mechanobiology is poorly evidenced and remains mostly theoretical, experimental and computational.”

신생분야 (학문이건 사업이건) 가 주류로 자리 잡으려면 주류분야의 구조와 권위를 레버리지 하는 것이 베스트 옵션 중 하나인데, 메카노바이올로지 역시 poorly evidenced 고 신생분야인건 매양 한가지인가 보다. Alliance 의 중요성에 대해서 항상 caveat 를 걸고는 하는데, 연합하는 주체간에 서로간 complementarity 그리고 synergy 가 있어야지, 작은똥 과 작은똥 합쳐 봐야 큰 똥이이지, 이게 금덩어리 될 일은 없다는 것.

구글링해보니 MBI 라고 Mechano-Biology Institute 라는 기관도 있다. 싱가폴 NUS 내에 있단다. 이 친구들 참 빠르다. 한국 돌아가면 함 연락해 봐야겠다.

commitment or curiosity?

블로그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치 논문 작성하시듯 체계적인 글빨 신공으로 구력 한참된 블로거들 은퇴 고려하게 만드신 이정규 대표께서 재미있는 기사를 인용해 주셨다. Novartis….세포치료제에 feel 받았나?

이대표님글에 원문 기사 링크도 있으니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거대제약사-바이오텍의 product/technology licensing 과는 다른 구조다. 제품의 개발성공에 따라 추가 투자에는 다름이 없으나, 제품에 대한 권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이다.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면 제품에 대한 권리도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 net effect 로만 보면 같은 얘기일 수 있지만, 무형의 라이센스대신 유형의 지분이 오고간다는 점에서 현재 big pharma 들이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생각을 일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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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anely Simple

제목에 적힌대로 “미친듯이 심플” 이란 책 읽고 있다. 켄 시걸이란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애플 특히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하며 애플의 운영방식에 대해 느낀 점을 쓴 책이다. (이 양반이 Think Different 란 concept 창조에 깊게 관여했단다.)

한 마디로 애플 운영의 정수는 단순함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광고쟁이가 쓴 애플에 대한 책이다 보니 애플의 신제품 마케팅 특히 광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문득 애플의 예전 광고가 궁금해 유튜브 검색해 보니 자료가 많다. 그 중의 몇개 따본다. (유튜브 따오기가 좀 이상하다. 보시면서 스크린 왼쪽 상단에 playlist 란 메뉴 있는데, 알아서 찾아 보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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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보선 선거는 독과점의 피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 통해 어제 재보선 선거결과 보고는 조금 놀랐다. 새누리당이 우세란 얘기는 보도된 여론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이길줄은 몰랐다. 엄살이라고는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도 선거전 6석이면 선전이라 포석을 깔아 놓은 것도 한 몫 한듯 싶다. 

세월호 사건 그리고 거듭되는 인사 실패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준 새누리당이 이렇게 압승을 한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니, 독과점의 폐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즉 정치가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두 정당에 의해서 거의 100% 과점되어 있는 상황이다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가 딱히 마음에 든다기 보다는 둘 중 그래도 조금은 덜 못 난 놈 선택한 것이라 외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소위 누가누가 못하나의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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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오랫만에 종이책으로 그것도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다 읽었다. 네이트 실버가 쓴 “신호와 소음“.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라는 부제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토막글 남겼지만, 방법론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생한 사례를 (많은 사례는 있다) 모아 재미 있게 쓴 글도 아니다.

굳이 요약하자면 정보화 시대, 빅데이타 시대에 접어들어 그 어느때보다 분석할 데이타는 넘쳐 나지만, 데이타의 증가만큼 소음도 커져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는데는 더 어려움 있단다. 또한 문제는 세상이 불확실한 것보다 나 자신의 지식과 안목이 불완전하게 있는 바, 겸손하게 미래를 확률적으로 보아야 하며, 새로운 신호가 잡히는 경우 수십번 수백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예측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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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 small thing

15000원 주고 샤워꼭지와 호스 하나만 갈면 하루종일이 그렇게 상쾌해 지는데, 그 작은 것 하나가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샤워꼭지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갈았다. 물줄기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반은 옆으로 세고, 샤워꼭지 망가진 것 하고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도 찬물 더운물도 교대로 나오곤 하더라.

비단 샤워꼭지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사람 사는 더 중요한 일도 아주 사소한 하나 바꿈으로써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 나비 날개짓이 이년 후 미국에서 토네이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도 어쩌면 이렇게 작은 것 하나 바꾸고 큰 기쁨을 얻은 연후에 누군가가 생각해 낸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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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새단장

워드프레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블로그 테마 이것저것 설치하고 또 없애고, 열번은 반복하다가 비로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이전 테마는 블로그 콘텐츠가 너무 작게 표시되어 읽는데 일부 불편했던 반면, 이번 것은 시원시원 마음에 든다. Hope all the readers like it too.